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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과학

‘나만과학’의 주장을 못 믿는다는 게 아니다

2023년 7월 20일 by 이상한 모자

이런 저런 생각하느라 잠을 못자고 그냥 신문 보고 했더니 일이 일찍 마무리가 되었다. 한 글자 적고 씻고 나갈 거다.

아무튼 방송에서 후쿠시마 얘기하면 거의 항상 “안전할 수 있습니다”, “큰 영향 없을 수 있습니다”, “IAEA 결론이 옳을 수 있습니다”로 말을 시작했다. 다만 오로지 그것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는 거고 ‘과학 대 괴담’ 구도로 몰아 붙이는 건 부작용이 더 크다는 논리였다.

그냥 갑자기 하는 얘기가 아니라 지난 주에 경향신문 글에다가도 이렇게 썼다고.

자꾸 ‘괴담’이라고 하니 분명히 말하건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된다고 해서 누가 죽거나 건강을 해칠 일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장기간의 오염수 방류가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아직 확실히 모르고, 만에 하나 부정적 영향이 있다면 방류 이후엔 되돌릴 수 없으니, 시간을 두고 남은 의문을 해소한 후에 결정하면 어떻겠느냐고 일본 정부에 말해보자는 거다. 오염수를 임시 저장할 부지도 아직 남아 있다고 하지 않는가.

물론 오염수 방류 여부는 일본 정부가 최종 권한을 갖는 것이므로 ‘쇠귀에 경 읽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가 그런 태도로 접근해야 방류 이후에라도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공동으로 추적·감시·연구하자는 논리의 정당성이 강화되고,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와 관련한 쟁점에 있어서도 좀 더 편한 자리에 설 수 있는 게 아닌가?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07110300045

가령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정당화하는 쪽으로 정부 대응을 정했다면, “이러저러한 우려가 있지만 우리는 이러저러한 근거로 이렇게 하기로 결정했고, 일부 우려대로 이러저러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러저러한 대응을 하겠으니 믿고 맡겨달라”는 논리로 설득하는 게 제대로 된 통치 방식 아닌가? ‘나만과학’들도(거듭 말씀드리는데 과학자들 얘기하는 거다) ‘괴담과학’들이 말하는 것을 “그런 주장도 있다. 그러나…”로 다루는 게 과학적 방식 아닌가? 전 정권에서 장관 지내신 분이고 하여 귀담아 듣지 않고 비웃기만 하는 분도 있겠으나, 하여간 전 장관님이 오늘 한겨레에다가 쓴 얘기도 한 번 보시라. 이런 저런 반박하고 싶은 얘기가 많겠지만 핵심은 이 대목이다.

과학자로서는 조금이라도 우려가 있으면 “100% 안전하다”는 말은 하지 말자. 안전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으면 “모든 조건을 만족한다면 안전하지만 그런 조건을 다 만족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하자. “오염수가 함유한 핵종이 기준치 이하면 방류할 수 있다는 임의의 규정이 있다”고는 말할 수 있어도, 확실한 근거도 없이 “그런 오염수를 수십년 이상 방류해도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고, 그 바다에서 채취한 수산물은 먹어도 안전하다”고는 감히 말하지 말자. 물론 반대의 논리도 적용된다. 확실하지 않으면 “무조건 해롭다”고 하지 말자. “잘 모르지만 위험하거나 해로울 수 있으니 안전성이 어느 정도 확보될 때까지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자. 그래야 국민이 지금까지 보여준 과학에 대한 신뢰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100893.html

제가 과학자도 아니면서 폼잡고 자꾸 과학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은 ‘과학 대 괴담’이라는 구도의 정치적 악의 때문이다. 그게 결국 정권이 정당성을 싣거나 추진하려고 하는 모든 일에 대한 비판과 우려와 문제제기를 ‘민주당’으로 몰아 ‘방어’하면서 동시에 ‘반격’하려는 의도가 실린 거 아닌가. ‘나만과학’의 대표선수 중 한 명이 일본 언론(산케이) 인터뷰에서 “정치적 이유만으로 방류를 늦춘다면, 오히려 (반대 세력의) 공격 본능을 자극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건 과학자의 언어인가 정치인의 언어인가? 집권세력이 이런 분들과 2대 1 패스 주고 받으면서 앞으로(지금까지도 그래왔듯) 뭘 얘기하든 “괴담이다”, “가짜뉴스다” 하겠다는 거 아닌가.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나만과학’은 틀렸고 ‘괴담과학’이 맞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과학계에서 알아서 하시라. 그런 게 아니라, 괴담 타령 하면서 “미국·캐나다·뉴질랜드·유럽연합에도 뛰어난 역량을 가진 보건학자들이 넘쳐난다. 알량한 수준에서 국제기구의 공식 보고서를 한 마디로 평가절하해버리는 모습이 애처로울 뿐이다”란 식으로 다른 학자를 비난하는 게 맞느냐는 거다.

제가 이 대목을 자꾸 왜 문제 삼냐면,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분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래는… 그래 뭐 띄워주는 인터뷰니까 감안해서 읽어보시라.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008220600045

이렇게 훌륭한 분이니까 말씀하시는 게 다 맞을 것이다?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이렇게 훌륭한 분도 틀린 얘기 할 수 있는 게 과학이다. 당장 조선일보의 모 논설위원 등은 라돈침대 갖고 오바했다는 식의 스토리를 쓰고 있다. 그게 맞든 틀리든 간에, ‘과학 대 괴담’을 갖고 포퓰리즘의 방식으로 장난치는 얘기들은 과학적 논의의 한계를 넘는 것이고, 그것은 결국 민주당 따위 조차도 아닌, 진보 일반에 대한 이념적 공격을 전제하고 있다는 거다. 자꾸 민주당 얘기하는데, 일전에도 밝혔듯 관심없다. 탈핵이니 뭐니는 애초에 민주당 이슈도 아니었다. 지금 이 상황의 정치적 본질을 정확히 봐야 한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과학, 오염수, 후쿠시마

과학 대 괴담?

2023년 6월 26일 by 이상한 모자

오늘은 ‘먹방 정치’에 대해서 썼는데, 중간에 네이처 기사가 인용돼있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5438

쓰고보니 네이처 기사가 ‘우려’에 포인트를 둔 걸로 오해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 ‘우려’에 대한 반론도 포함한 균형잡힌 내용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려’가 제기되면 반론하고 해명해나가는 게 중요한 건데 그걸 ‘괴담’이라고 하고 “마시겠다”고 하는 게 과연 과학적 태도이냐 하는 거다.

일전에도 썼지만 하나의 과학적 진실이 영원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나는 “그렇기 때문에 과학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과학적 진실 역시 그렇게 믿기로 한 어떤 약속의 결과라는 거다. 과학이 내놓는 결과가 그럼에도 신뢰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잘못됐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과 이것을 바로잡는 프로세스 자체가 과학이라는 개념 내에 내포돼있기 때문이라는 거다. 그걸 부정하면 그건 더 이상 과학적 태도일 수 없다는 얘기를 하는 거다.

가령 P값 논쟁을 떠올려봐라. P<0.05 이걸 얼마나 많이 써먹느냔 말이다. 그런데 과학도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P<0.05 여기에 매몰되지 마라, 아예 사회과학이나 생물의학 같은 데는 0.005로 해라, 이런 제안이 있었던 거 아니냐? P<0.05 이것도 절대적인 수치는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근데 그렇다고 P<0.05를 전제하고 이뤄진 연구를 모두 부정할거냐, 그건 아닌 거지. 그러나 어쨌든지간에 적어도 그것은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는 게 과학적 태도이다 이것이다. P값 논쟁에 대해서는 아래 글을 참고.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id=285403&Board=news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그렇기에 과학 못 믿는다는 얘기가 아니다. P값을 어떻게 수정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 자체가 과학적 체계 내에 있다는 게 중요하다. 과학이 하는 일이 본질적으로 무엇인지를 생각하라는 거다.

국가 정책이라는 거는 오늘의 과학적 진실에 근거할 수도 있고 추가적인 다른 고려를 할 수도 있다. 국가가 뭔가를 한다면 그건 그게 진리이기 때문이 아니라 적어도 여러 불확실성 속에서 그 정책을 추진할 경우 잃는 것과 얻는 것 즉 비용-편익을 고려한 결과로서 이뤄지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잃는 것’이 있는 쪽에서 하는 얘기에 대해서는 신의성실해야 한다는 아주 상식적인 얘기다. 근데 거기다 대고 괴담 타령…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 거 하나만 합시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P값, 과학, 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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