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차려
윤석열 정치 입문 초기에 정신 못차리던 분들이 있다. 원래 보수였던 분들 말씀드리는 거 아니다. 그 분들도 윤통이 집권하고 나서 하는 거 보고는 다들 깨어났다. 더블민주당이 너무 싫어서 뭔가 검사들에게 좋은 모습을 찾아보고 싶었던 거는 이해한다. 근데 이제 아니잖아. 그러면 거기서 끝내야지. 똑같은 캐릭터인 한동훈씨가 나오니까 또 그때처럼 정신 못 차리는 분들이 있다. 정신을 좀 차리세요. 저만 얘기하는 게 아니고 보수언론도 걱정하는 판임. 오늘도 신문 보는데 중앙일보 고참이 그럽디다. 제가 평소에 하는 얘기랑 거의 똑같은 얘기 칼럼에 썼더만요.
그렇다면 ‘한동훈 비대위’가 총선 특효약이 될수 있을까. 현재로선 의문이다. 뛰어난 개인기에도 불구하고 ‘한동훈=세련된 윤석열’이라는 이미지를 털어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우선 한 위원장이 들고나온 “운동권 특권 정치 청산” 구호는 윤 대통령이 입에 달고 사는 “이권 카르텔과 약탈 정치 청산”과 한 묶음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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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위원장은 윤석열 대 이재명 대결이 아닌,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를 원할 것이다. 정권심판론을 희석하고 30%대 지지율에 갇혀있는 ‘윤석열 리스크’를 걷어내야 한 위원장에게도, 국민의힘에도 승산이 있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세력과 개딸전체주의와 결탁해 자기가 살기 위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부각한 게 패착이다. 아젠다 세팅에서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지 못하면서 되레 야당의 ‘아바타’ 공세만 더 부각시켜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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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상대가 초현실적인 민주당인데 왜 국민의힘이 압도하지 못하는지 반성하자”거나 “국민들에게 정말 달라지겠다고 약속드리자”는 정도가 반성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겠으나 이조차도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그 다음 한동훈식 공화주의, 그러니까 ‘동료시민’에 대한 의문의 표현도 언론에선 계속 나오는 주제 중 하나다. 오늘 같은 경우도 한국일보 기자 칼럼이 있다.
하지만 한 비대위원장이 공화주의를 얼마나 체득했는지는 의문이다. 공화주의가 공공선을 강조하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정신은 중용과 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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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균형감을 잃으면 공화주의는 자칫 권위주의나 집단주의로 변질되기 십상이다. 예컨대 공화주의가 중시하는 ‘조국애’는 군국주의나 국가주의의 도구로 이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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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주의가 극단화된 정치를 회복하는 길이 될 수 있지만, 한 비대위원장의 언어는 여전히 대결적이다. 야당을 정치 파트너가 아니라 청산 대상으로 삼았던 그의 비대위원장 수락연설은 사실 공화주의라기보다 거꾸로 된 운동권의 언어였다. 그가 말하는 ‘동료시민’이 공동체의 통합이 아니라 배제의 언어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그러니까, 정신을 차려야 한다. 한동훈 비판하고 김건희 특검 찬성하면 더블민주당에 이용당하니까 절대 안돼 이런 정신머리는 문재인 이재명 비판은 수구보수세력에 이용당한다 이런 거랑 똑같은 것임.
물론 이런 경우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윤석열 이준석이 싸우는데 윤석열을 편들면서 이준석을 비난한다? 이 경우도 그것 자체만 갖고 문제삼을 수는 없지. 그런 논리도 있을 수 있지. 둘이 싸우는 구도가 어떻든 이준석이 편가르기 혐오 편승 정치로 일관한다, 이런 지적과 비판은 당연히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근데 그게 아니고 윤석열 이준석 둘이 싸우는데, 이준석이 예의가 없는 언어로 보수층을 분열시켜 윤석열이 수용하기 어렵게 했으므로 이준석 책임도 있다 이런 식으로 해설한다? 그러면 거기서부터는 이거는 편향된 시각 아닌가 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니까, 이런 구분도 정신을 차려야 가능한 거지, 정신을 못 차리니까 매번 자기 의견은 제대로 없고 혹시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게 양쪽 어딘가에 이용당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만 남는 거 아니냐.
이런 분통을 터뜨리는, 이러한 일의 반대편에서는… 오늘 심의원님 인터뷰가 한겨레에 대문짝만학게 몇개 면에 걸쳐 실렸는데… 여전히 더블민주당 연성 지지층 땡겨 오는 전략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는 인상. 늘 그것 뿐인가, 그게 한계인가… 모르것다. 말해 뭐하냐 이제 더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