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
오늘 민경욱의 사전투표 음모론, 김어준의 할머니 음모론, 보수언론의 한명숙 부활 음모론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다뤘다가 한소리 들었다. 그걸 어떻게 다 하나로 묶느냐는 거다. 묶는 기준이 문제인 거지 하나로 못 묶을 건 뭔가. 발가락이 닮았다, 그런 일도 있는데. 아무튼 하라는 대로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살자.
할머니가 또 얘기했다. 너네 집에 있는 할머니랑 대화 안 해봤니? 할머니 얘기를 잘 들어야 된다. 뭘 표현하고 싶어 하는데 뜻대로 안 된다. 그래서 그걸 최대한 잘 생각해야 한다.
◇ 김현정> 2차 기자회견을 들으셨던 분들 중에 조금 의아했던 부분이 뭐냐면 할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정대협에서는 정신대 이야기만 하지 왜 위안부를 끌어들었느냐. 그런 말씀. 우리를 이용했다’ 그런 취지의 말씀을 하셨는데. 그런데 정대협 출범 당시만 해도 정신대와 위안부라는 용어가 혼용돼서 쓰였기 때문에 그래서 정대협이라는 이름을 유지했던 것뿐이지 사실은 30년 동안 위안부를 위한 활동들을 계속 해 왔던 것인데 할머님이 그거를 모르실 리가 없는데 왜 갑자기 그 부분을 기자회견에서 서운하다고 하셨을까 잘 이해가 안 간다 이런 얘기들이 나옵니다.
◆ 이용수> 1) 그러면 신고를 했으면 한 사람, 한 사람을 데리고 앉아서 ‘할머니, 어디 갔다 왔습니까?’이러고 증언을 받아야 되는 거 아니에요? 저는 증언이 제 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가르쳐가면서 설명을 해 줘야 되는데 덮어놓고 신고하고 나서. 그러면 교회 같은 데 가서, 넓은 데 가서 앉아서, 뭡니까? ‘그저 어디 갔다 왔나, 할머니입니다’ 하는 거 그거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뭐가 뭔지도 몰라요. 한참 그렇게 했는데.
2) 대구에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있습니다. 이것을 누가 했냐면 대구에 최봉태 변호사가 정신대 문제에 관해서 이거를 했을 적에 제가 생각하기에 이렇습니다. ‘도대체 최 변호사는 어디 대표예요? 정신대 대표, 정신대 대표로 가 있지 왜 여기에 와 있느냐’고 여러 번 말했습니다. 그래도 그 사람들이 이 얘기하는 게 맞는 줄 알고 그저 따랐습니다. 어디를 가자고 가면 가고 어디 가서 가는데 제가 지금 생각하니까 너무도 분한 게 많습니다. 왜 정신대 할머니들로만 하는 게 아니고 거기에다가 위안부 피해자를 섞어서. 그 정신대 할머니만 하는 게 부족하거든요. 그러니까 위안부 할머니를 거기에다가 넣어서 근 30년이나 해도 저는 그래야 되는가 보다 하고 따른 것뿐이었습니다.
3) 더군다가 김복동 할머니가 저보다 두 살 위입니다. 한쪽 눈은 실명이고 한쪽 눈 보이는 눈만 가지고 가자 하니까 어디로 끌고 가니까 그저 그 사람들 말만 들은 것뿐입니다. 얼마나 괴로웠겠어요. 재주로 하고 돈은 다른 사람이 받아먹는 거, 이거 너무 분합니다. (김복동 할머니가) 재주부리고 돈은 정신대대책협의회에 윤미향이가 대표잖아요. 그래도 돈에 대한 것은 저는 한 번도 말 안 했습니다. 이거 신고하는 것도 왜 30년이나 같이했는데 이 문제를 해결 안 하고 자기 욕심대로 또 국회의원 하고 싶다고 그냥 하루아침에 30년 한 것을 배신했습니다. 제가 그 배신당한 그 분함, 그걸로 했지 다른 거는 몰랐습니다.
1), 2), 3)을 편의적으로 나눴다. 1)은 뭐냐, 이게 처음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 증언 받을 때 상황에 대한 얘기다. 당시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란 말이 아직 정립이 안됐을 때여서 정신대 대책 협의회라 하니 그런 사람 아닌 사람 다 와서 증언을 받은 일이 있다, 이 얘기다. 정대협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위주로 활동을 해온 사실과 별개로, 그 당시 자기 경험과 느낌을 얘기하는 거다.
2)는 최봉태 변호사 얘긴데, 이 분이 최근까지 한 게 뭐냐면 미쓰비시중공업 배상책임 이끌어 낸다든지 강제징용 피해자들 대리한 거다. 물론 과거에는 무 자르듯 구분되진 않았다. 관부재판 명칭이 부산 종군위안부 여자근로정신대 공식사죄 등 청구소송이었다. 그땐 그랬는데 지금 와서 정신대와 위안부를 분리하는 이유는 최근 상황 때문이 아닌가 한다. 최근 상황에 대해선 뒤에…
3)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중 일부를 윤미향 씨가 국회의원 되는데 이용했다는 것이다. 익히 아시는 얘기. 이 1), 2), 3)을 한꺼번에 같이 얘기하는 맥락에 대해선 최근 상황을 다시 봐야 한다.
이제와서는 강제징용 배상 논리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 논리가 좀 다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1965년 이후에 쟁점화 됐기 때문에 한일청구권협정에 포함이 안 돼있다는 거다. 강제징용은 한일합방이 불법적으로 이뤄졌고 따라서 일제의 동원령도 불법이기 때문에 이때 이뤄진 징용 등은 포괄적으로 강제동원으로 봐야 하고 그러면 한일청구권협정에 포함이 안 된 걸로 보는 불법에 의한 행위에 포함된다는 게 주 논리다(개인청구권 살아있다는 거는 당사자들이 포기하지 않는 한 당연한 거고 예비적 논리로 판결문에 들어가있는데 개인청구권 문제는 양국 간 또다른 쟁점이다.). 2015년에 위안부 합의를 별도 추진했으면서 강제징용판결에 아베 신조가 펄쩍 뛰는 이유 중 하나(다른 이유로는 기업의 피해나 여러 국제 또는 국내 정치 상황의 변화 등등의 반영…)가 이거다.
이 정권에서는 2015년 위안부 합의는 ‘사실상 파기’했는데, 공식적으로는 파기든 재협상이든 결정한 바는 없다. 다만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선언했기 때문에 ‘사실상 파기’라고 하는 거다. 출연금 수령을 원하는 피해자들에게 배분하고 남은 돈이 56억원인가 그런데 이건 여전히 그냥 홀딩돼있다. 정권이 이 쟁점은 최대한 안 다루려고 하는 인상이다. 다만 강제징용 판결 문제는 경제와 직결돼있기 때문(이게 중요!)에 현재적 쟁점이다.
문희상안은 이걸 포괄적으로 해결하려 했던 시도이다. 피해자들의 반발에 사실상 좌초되었다. 21대에서 다시 추진될 걸로 본다. 그런데 문희상안에 대한 정의기억연대 등의 입장을 보라.
문 의장이 제안한 안은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한·일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성금, 2015년 한·일 정부 간 합의로 만들어졌다 해산된 ‘화해·치유재단’에 일본이 낸 기금 잔액 60억원으로 대신 부담하자는 방안이다. 이 재원으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가 지급되면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이 ‘대위변제’되는 것으로 간주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되는 방식으로 문제를 푼다는 것
(중략)
정의기억연대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나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 의장은) 기억인권재단 설립 기금에 화해치유재단 기금 잔여금 60억을 포함시켜 피해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안보와 경제라는 현실 논리를 내세우는 커다란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며 “배상금도 아닌 위로금으로 10억엔으로 만든 화해치유재단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야기했느냐”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피해자 중심주의를 내세우며 화해치유재단을 해체한 문재인 정부가 다시 잔액을 들고 와 이 재단에 의미를 부여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18702.html
이제 1), 2), 3) 묶어서 얘기하는 맥락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할머니 입장에선 위의 얘기가 강제징용 문제(할머니는 이걸 정신대라고 표현한다) 해결을 위해서 2015년 합의의 정당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근데, 윤미향 씨도 반대하는줄 알았는데 여당 국회의원으로 가는 걸 봐서 처음부터 딴 생각이었던 거 아니냐, 그리고 강제징용 변호사 최봉태도 윤미향이를 밀더라… 내가 속았다… 돌이켜보니 처음부터 이상했다… 이 얘기 계속 하시는 게 아닌가 이 말이다.
물론 내 생각도 그냥 해석이고 할머니한테 컨펌(…) 받은 거 아니지 당연히. 그러나 할머니가 누구 말을 듣고 그런다든지, 자기가 정치를 하려고 했는데 윤미향 씨가 해서 그렇다든지, 이딴 얘기보다는… 할머니의 세계로 직접 들어가보는데, 또 문제를 해결하는데 훨씬 필요한 시도가 아닌가 하고 생각을 한다는 거다. 할머니가 뭘 안다고… 막 이런 반응 할 수 있는데, 할머니의, 최소 30년 관심사가 이 문제다. 박사나 교수에는 못 미쳐도, 평소에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게 이거 아니겠어? 우린 뭐 하루에 몇 분이나 생각하냐?
여기까지 쓰고… 내가 오밤중에 뭐하나 내일 아침에 할 거 준비해야 되는데… 이런 생각으로 그냥 그만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