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대련 같은 혈투가 지겹다
요즘에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을 줄이고 있다. 오늘은 보훈처 장관이란 분이 문통 부친의 흥남시 농업계장 얘길 하면서 왜 백선엽은 친일이고 이건 아니냐고 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 밑에 또 지지자 분들이 사이다라며 ㅋㅋㅋ 하고 난리가 났다. 난 이해가 안 된다. 윤모 의원님은 문통 부친이 공직을 한 건 해방 이후다 이거 다 운명이다에 나온다… 라면서 가짜뉴스라고 그러는데… 아니 거기까지 갈 것도 없이, 누가 문통 부친의 동상을 세우쟀나? 현충원에 안장하쟀나? 웹툰 만들어서 기리자고 했어? 문통 부친 없었으면 우리나라는 공산화될 뻔 했다며 흥남의 영웅으로 길이길이 기억하자고 했냐고.
왜 이쪽 편 얘기와 저쪽 편 얘기라는 것 말고는 아무런 공통점도 없는 거를 마치 반박 사례라면서 들고 오느냔 말야. 그게 논쟁이냐? 검 기술을 겨루는 것에는 관심없고 그냥 내 칼이 이만큼 크고 내가 이정도는 휘두른다는 식. 너는 저쪽 편이지만 나는 이쪽 편이다 라고 하는 식의 약속대련 같은 거지, 이게 뭔 의미가 있냐고.
신학림-뉴스타파 사건을 갖고 가짜뉴스 원스트라이크 아웃이라는데, 방심위가 긴급심의를 한다는 게 너무 황당하다. 이걸 갖고 더블쓰들은 이재명 조폭 돈다발은요? 막 이러는데, 이것 역시 거기까지 갈 것도 없어. 방심위가 긴급심의를 한다는 거는 뉴스타파는 인터넷매체니까 심의 권한이 없고 대신 인용보도한 공중파를 혼내주겠다는 거 아냐? 주요 논리는 인용보도를 하면서 검증을 했어야지 왜 안 했냐 이거고. 오늘 조선일보 같은데 보니까 막 그런 얘기 썼드만. 마치 자기들은 인용보도 하면서도 검증을 다 꼬박꼬박 한다는 듯이…
타사가 쓴거 쫓아갈 때 무조건 다 검증을 해야 된다고 하면 난 그거 찬성이다. 꼭 그렇게 해라. 문제는 그렇게 되면 너네가 신문을 못 만들 거라는 데에 있어요. 신문 안 나온다는데 500원 건다. 특히 선거 때, 꼭 그렇게 해라. 외신 받아쓰는 것도 특파원이 현장에 가서 직접 취재한 거 아니면 인용보도 하지마. 절대 하지마. 자기들이 직접 하긴 뭐하고 포기하긴 싫으니 아예 우라까이 전문 브랜드를 만들어갖고 자기들 책임이 없는 것처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한데, 뭐 자회사로 리스크 회피하는 꼼수냐? (폐간)위험의 외주화냐? 그것도 하지마. 다 가짜뉴스 원스트라이크 아니냐?
내가 얘기를 많이했다. 신학림? 잘못했다. 황당하다. 상식이 없다. 뉴스타파? 잘못했다. 이 정도 보도하면서 그 정도 검증도 없는 성긴 방식으로 어떻게 대안적인 매체를 하느냐. 근데 이걸 갖고 좌파(사실은 떠블민주당)들의 가짜뉴스 카르텔이다? 그런 식으로 주장하는 거는 고발사주 얘기하니까 제보사주라고 받아치는 거랑 똑같은 얘기라니까.
용와대 고위관계자가 고위관계자 명의의 성명을 냈다고 하는데, 어제 라디오 방송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기자들 상대하면서 나온 얘기도 아니고, 성명을 준비해갖고 읽고 갔다는 거는 특히 이 정권에서는 수석이 혼자 용맹한 기질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적어도 그 위에 있는 분이 이러 저러하게 대응하자라는 방침을 세우고 그 맥락에서 하도록 한 게 아니면 이해할 수 없다. 질의응답 왜 안 받았겠나. 재량이 없으니까 답변할 수 없었던 거 아닌가.
이렇게 따져보자. 1) 신학림, 뉴스타파? 잘못했다. 2) 그러나 이게 대통령실 주장대로 조직적인 공작인지, 애초 제기된 의혹이 아예 근거가 없는 건지는 제대로 수사를 해보지 않으면 아직 모른다. 3) 이런 상황에 대통령실이 낼 수 있는 메시지는 ‘엄정한 검찰 수사를 기대한다, 지켜보겠다’ 정도인데, 사건의 성격 자체를 규정하는 태도로 나온 건 프레임 전환 의도 외에는 설명할 수 없다.
이렇게 얘기했더니 진행자가 “그러나 검찰은 평론가님 생각과는 다른 계산인 거 같습니다”라면서 딴 얘기를 했다. 내가 언제 검찰이 엄정하게 수사해서 진실을 밝혀낼 거라고 했나요? 대통령실 메시지의 적절성에 대해서 얘기했지… 이러니까 내가 그게 뭐든 다 얘기하기가 피곤한 거야. 어차피 다 알아서들 이쪽 편 저쪽 편으로 사태를 재구성 해서 생각할 건데 얘기를 해서 뭐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