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 신나는 노래
자전거 마니아 박권일 선생이 CBS라디오에 출연해 본인의 신간에 대해 중궈니횽 등과 대담을 하였다.
https://www.nocutnews.co.kr/news/5638098
계속 조국, 홍준표 등 얘기로 빠지려고 하는 중궈니횽은 좀 그렇다. 아무튼 내가 관심있는 중요 쟁점 중 하나는 아래 대목인데.
◆ 박권일> 한 방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고요. 특히 이제 제가 책에도 데이터로 드러내고 있지만 한국 사람들이 워낙 능력주의가 강하고 불평등을 선호해요. 평등을 보통 다른 사람들과 비교한 자료가 있는데 세계 가치관 조사가 있는데 40년 동안 100여 개국 국가에 똑같은 질문을 던져서 시민들 여론조사를 했는데, 보통은 다른 나라 사람들은 평등을 더 선호하고 불평등을 싫어하거든요.
◇ 박재홍> 질문지가 어떻게 작성이 됐길래.
◆ 박권일> 질문지가 평등한 분배를 좋아하느냐, 불평등한 분배를 좋아하느냐 해서 1부터 10까지 척도를 해서 답변을 받았어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불평등을 좋아해요.
◇ 박재홍> 불평등한 분배를 좋아한다?
◆ 김성회> 불평등한 분배라기보다는 능력대로 분배를…
◆ 진중권> 그걸 그렇게 해석하는 거지.
◆ 박권일> 그러니까 이런 숫자가 사실은 되게 현실감이 없어서 제가 몇 번이나 데이터셋을 원본을 확인을 했는데 이게 40년 동안 꾸준하게 유지가 돼요.
◆ 진중권> 그래서 그 불평등을 해소하려고 하잖아요? 그러면 공정한 경쟁의 결과를 왜곡시키려 한다 이렇게 비판한다는 거죠.
◇ 박재홍> 왜 과거시험을 제대로 시행하면 되는 거지.
◆ 박권일> 그렇죠. 지금도 사법시험을 다시 부활시켜야 된다고 얘기하잖아요.
◆ 진중권> 그걸 또 대선후보가 받잖아.
◆ 박권일> 그렇죠.
◇ 박재홍> 지금 또 특정 후보에 대해서 얘기를 하시려고 하시는 거죠?(웃음)
◆ 박권일> 깔때기처럼 똑같이…(웃음)
◆ 김성회> 교육부분 예만 들어도 사실은. 실제로는 특성화고등학교에서 노동자로 있다가 노동자로 산재가 생기고 고통당하는 청년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이 없고 교육부의… 그리고 모든 국민들의 유일한 관심사는 서울에 있는 수도권 4년제 대학에 어떻게 하면 공정하게 입학시킬 것인가 이거 말고는 저는 교육적 의제로 다뤄지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이것도 소위 말하는 능력주의인 건데 거기에 해당된 사람들은 10%밖에 안 되고
◇ 박재홍> 그러니까 초등학교 6년 교육과 중학교, 고등학교 3년, 3년. 12년 교육 자체가 이러한 뭐랄까요. 능력주의 시험을 통한 불평등 자체를 공정하다고 인식하는 내면화 그런 과정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 박권일> 한국의 교육제도 자체가 그렇게 세팅이 되어 있고요. 사회의 모든 영역이 그렇게 되어 있어요. 심지어 정치제도도 사실은 한국 같은 경우에 승자독식이 굉장히 강한 제도잖아요. 그러니까 이거는 미국이랑도 되게 비슷한데 해커와 피어슨이라는 유명한 학자들이 승자독식의 정치라는 책에서 미국 정치를 분석을 하면서 그런 얘기를 해요. 소선거구제의 중심에 승자독식 제도가 지금 미국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의 원인이다. 이거를 논쟁을 하거든요. 되게 설득력 있는 얘기라고 생각해요.
◇ 박재홍> 승자가 다 가져간다.
◆ 박권일> 승자가 다 가져가고 사실 그 승자들끼리 서로서로 핑퐁처럼 권력을 주고받으면서 사실은 아주 하층민들에 대한 이해관계는 아예 반영이 안 되게끔 오랫동안 만들어왔다는 거죠. 그래서 루즈벨트 시절에 90% 가까이 됐던 세율이 지금은 40%대까지 떨어지게 된 것도 사실은 그런 이유가 있는 거죠.
아마 책에는 더 깊이 있는 내용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단지 제도의 문제라기 보다는 우리가 겪은 정치의 역사적 특수성과 현대민주주의의 일반론적 함정이 결합된 결과라고 생각된다. 정통성을 확보한 정권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총체적 책임을 지는 권력이 없었고 그게 각자도생의 세계관과 그에 대한 해법인 능력주의적 세계관으로 이어진 것 아닌가 하는… 이게 의외로? 미국도 정치 역사가 그렇다.
그담에 능력주의적 세계관에 대한 세대별 격차에 대해서…
◆ 진중권> 내 문제의식은 이런 거란 말이죠. 예를 들어서 이준석 대표라든지 이런 사람들이 갑자기 능력주의를 얘기할 때는 그게 잘못됐다라고 느껴요. 그에 대해 비판을 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2030은 다르다는 거예요. 그걸 내가 비판하면 저런 꼰대. 아예 그냥 배척이 돼버린단 말이죠. 그런데 문제는 뭐냐 하면 우리는 어차피 늙어서 퇴장하는 입장이고 그들은 이제 새로 입장해서 언젠가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되는데 그러니까 정말 아찔하거든요, 저는 이런 상황.
◆ 박권일> 그런데 진중권 선생님은 진보적인 포지션이다 보니까 그런 문제의식이 강한데 실제로 데이터, 여론조사 데이터를 보면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능력주의나 이런 공정성에 대한 집착이 차이가 없습니다. 심지어 최근에 올해 KBS 세대조사에서는 기성세대가 능력주의가 더 강한 걸로 나타났어요. 그러니까 젊은 세대가 능력주의적이다, 괴물이다 이것도 사실은 어떻게 보면 우리가 약간 선입견인 거죠.
◆ 진중권> 그런데 우리 때만 해도 일단 좌우가 있어서 이쪽에서 평등주의적인 가치를 얘기하는 그룹들이 강하게 있었단 말이죠. 비록 전체 사회적으로 보면 소수라 할지라도. 그런데 지금 2030은 아예 이런 얘기 자체를 못 하는 분위기란 말이죠. 그렇다고 했을 때 저는 그렇거든요. 암울해지더라고요, 약간.
◆ 박권일>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요. 제가 만난 대학생들, 젊은 세대들 같은 경우에 능력주의 문제 제기를 하고 사실은 이 공정성 논란 되게 피로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사실 조국 사태…
◇ 박재홍> 피로해한다? 피곤하다.
◆ 박권일> 피로해해요. 이 경제 분위기라든가 이런 것에 대해서 피곤해하는데 사실 조국 사태 때 대학생들이 문제 제기를 많이 했다고 애기하지만 대부분 다 조국 씨 딸인 조민 씨와 경쟁해야 되는 명문대 출신들만 그렇게 반발했거든요. 실제로 소위 말하는 지방대 그리고 아니면 고졸 출신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관심조차 없어요.
◆ 진중권> 어차피 내 문제 아니지.
◆ 박권일> 어차피 자기 문제도 아니고 이거는 뜬구름 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 얘기기 때문에 신경도 안 쓰는 거죠. 이러한 청년층 내부의 어떤 격차, 계급 간의 격차 이런 것들이 더 지금 문제라는 것이죠.
◆ 진중권> 그런데 그 격차 자체를 갖다 그걸 문제로 인지를 하고 이걸 바꾸겠다라는 게 아니라 어차피 이걸 일종의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는 거죠.
◆ 박권일> 그렇죠. 그런 부분이 학생운동이 아무래도 망했다 보니까 그거를 조직화하고 문제 제기하는 사람들이 확실히 적기는 한데 그래도 여전히 있습니다. 희망을 놓지는 마십시오.
약간 얘기가 헛도는 느낌인데, 젊은 세대가 보다 능력주의 줄세우기를 내면화 한 것 같고 보수화 된 듯 하고 그런 착시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 세대의 그런 특성은 어디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고 기성세대로부터 전해진 것이다. 나도 여러 차례 얘기한 것인데, 그럼 왜 이런 착시가 벌어졌느냐. 그게 정치적 조직화의 부재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닌가 한다. 그러니까 실제 의식을 조사했을 때에는 기성세대나 젊은세대나 근본적으로 동일한 인식을 가졌지만 정치적으로 표출될 때에는 자기가 속한 정파의 문제(정확히는 상대 정파를 욕하고 반대하는 것)에서 해석되고 또 대변되는 매커니즘이 있었다는 거다. 그게 희미해지니까 ‘날 것’이 드러나고 있는 거라고 본다. 중궈니횽의 거의-윤캠프가 돼버리는 절망은 거기서 오는 거고, 그러나 희미해진 했으나 그러한 정치적 조직화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 여전히 있으니 희망을 놓지 말라고 자전거 마니아님이 얘기하는 거다.
그런 맥락에서 눈물나는 대화.
◇ 박재홍> 한국의 능력주의 박권일 작가와 함께하고 있는데요. 이제 30초 정도 남았습니다. 그럼 우리 사회는 어떻게 가야 될 것인가. 언론이나 어떻게 사회 담론을 만들어가야 될 것인가. 대안적 얘기를 좀…
◆ 박권일> 두 분 선생님들께 여쭤보고 싶어요. 진중권 선생님이나 김성회 소장님 어떻게 보세요?
◇ 박재홍> 진중권 작가님 솔루션을 주세요.
◆ 진중권> 엄두가 안 나요, 사실. 나는 약간 좌절했어요. 너무나 좌절해서, 이번 사태로.
◆ 박권일> 선생님께서 좀 언급을 많이 해 주십시오. 제 책을 언급해 주시고 홍보를 좀 해 주시고.(웃음)
◆ 진중권> 알겠습니다.
◆ 박권일> 페이스북에도 좀 올려주시고 그렇게 해 주시면.
◆ 진중권> 사실은 저도…
◆ 박권일> 해결의 단초가 되는 거 아닙니까?
◆ 진중권> 지난 1년간 이 화두를 계속 이야기를 했는데.
◆ 박권일> 노력을 좀 해 주십시오, 선생님.
◆ 진중권> 책을 내가 냈어야 되는데.
아십니까? 20년 전 똑같은 사이트에서 진중권은 진중권으로, 박권일은 화이부동이라든지 예루리라든지 이런 이름으로 한 편 먹고 싸웠다는 것을… 물론 보편이냐 계급이냐 같은 지금와서 보면 그게 그렇게 중요했나 싶은 논쟁도 했습니다마는…
둘이 얘기하는 걸 보며 잠시 옛 추억에 젖어보았습니다. 웃지만 말고, 책을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