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구 TMI
나는 늘 말씀드리지만 정의당에 입당한 적이 없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을 했기 때문에 거기에 있는 분들과 인적관계가 이래 저래 겹치는 분들이 많다. 강상구님은 안지가 한 20년 됐다. 그는 교육 담당이었다. 냉소적이고 삐딱한 태도가 어딘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어느 비밀 조직의 게시판에서 강상구님의 닉네임은 ‘니나나나’였다. 장선생님은 ‘펜’, 한 모 님은 ‘그림자’….
오늘은 강상구의 야망을 함께 한 후 밥을 먹었는데, 메뉴는 김치찌개였다. 식사가 준비될 때까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한 번 물어봤다. MBTI가 뭐예요? 뭐 같냐는 질문이 되돌아왔다. 역시 한 번에 답을 안 해줌. 일단 I인 거는 내가 12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 분은 I다, 사람들하고 부대끼는 거 싫어한다…. N인 것도 마찬가지다. 딱 보면 그렇다고 하는 스타일이지 옛날에 보면 이랬다고 하는 스타일 아니다. 그 다음, 운동권이니까 아무래도 T가 아닐까 싶은데….
마지막이 문제였다. P인가, J인가? 계획을 세웠는데 계획대로 안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 타입인지 물어봤다. 계획은 잘 세우지만 안 지켜져도 신경을 안 쓴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럼 P네. INTP…. INTP신가? 그런데 그게 아니고 INFJ라는 거였다. F인데 운동권이기 때문에 T처럼 살아야했다…. J인데 운동권-정치에서 하나도 계획대로 되는 게 없어서 그냥 포기하고 살기로 했다…. 그런 얘기였다.
마침 밥이 나왔는데 강상구님이 김가루를 덜어 줄까 하는 거였다. 그래서 그러시라 했다. 그랬더니 강상구님이 좋아하는 거였다. 그 전까지는 당신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으니 마음대로 하라는 식이더니 이번에는 군말없이 그러라 해 좋다…. 그런 얘긴데, 그래서 말씀드렸다. F인걸 이제 알았으니 확실히 수용을 해드린 것이다….
강상구님은 모 대학원에서 지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처음에는 왜 그러는 건지 잘 몰랐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세계정복이라도 할 기세이다. 지리학에 지구과학부터 경제까지 모든 게 있다는 거다. 대권수업을 하는 것일까? 그런 얘기를 하다가 대학원생이 교수와의 관계에서 겪는 심각한 고충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자세히 적기는 어렵고, 젊은이들이 뭔가 고통을 받고 있는 에피소드가 있어 강상구님이 상담도 해주고 조언도 하고 치킨도 사주고 그런다는 건데, 한 발짝만 더 가면 이제 집회신고하고 점거도 할 기세다. 대학원을 가더니 거기서 공부만 하는 게 아니고 다시 학생운동에 나설 것 같은 그런 분위기다. 역시 사람 쉽게 바뀌지 않네요. 여름이엇다…
그러고보면 여름이었다는 어디서 유래한 것인가? 내 기억의 가장 오래된 여름이었다는 넘버걸의 투명소녀이다.
어느 날은, 그래. 그랬었지. 에조에 혼자 에도에서 온 여자아이가 있었지. 그 아이는 누구? 그래. 그게, 예를 들면, 투명소녀.
赤いキセツ 到来告げて
今 俺の前にある
軋轢は加速して風景
記憶 妄想に変わる
気づいたら俺はなんとなく夏だった
赤い髪の少女は
早足の男に手をひかれ
うそっぽく笑った
路上に風が震え
彼女は「すずしい」と笑いながら夏だった
透きとおって見えるのだ
狂った街かどきらきら
気づいたら俺は夏だった風景
街の中へきえてゆく
はいから狂いの
少女たちは
桃色作戦で
きらきら光っている
街かどは今日も
アツレキまくっている
とにかく オレは 気づいたら 夏だった!!
透きとおって見えるのだ
狂った街かどきらきら
気づいたら俺は夏だった風景
街の中へきえてゆく
붉은 계절이 도래했음을 알리며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은
마찰이 가속화되어 풍경이 되고
기억은 망상으로 변해간다
알게 된 순간 나는 어느새 여름이었다
붉은 머리의 소녀는
빠르게 걷는 남자에게 손을 잡혀
거짓처럼 웃었다
길거리에서 바람이 떨리고
그녀는 ‘시원하다’고 웃으면서 여름이었다
투명하게 보인다
미친 듯한 길모퉁이는 반짝인다
알게 된 순간 나는 여름이었던 풍경
도시 속으로 사라져간다
우아하게 미친
소녀들은
복숭아색 작전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길모퉁이는 오늘도
열렬히 떠들썩하다
어쨌든 나는 알아챘다, 여름이었다!!
투명하게 보인다
미친 듯한 길모퉁이는 반짝인다
알게 된 순간 나는 여름이었던 풍경
도시 속으로 사라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