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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현안

미나리

2021년 3월 16일 by 이상한 모자

뭐 중요한가 싶지만, 스포일러가 있겠지요.

미국에서 뭔가 상을 받았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사전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미나리란 영화를 보았다. 내가 영화에 대해서 뭘 알겠냐? 지금도 따로 찾아본 게 하나도 없다. 감독이 무슨 생각으로 만든 영화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장담할 수 있다. 미국인들 사이에 이 영화는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에 대한 반성이란 맥락에서 소비되고 있을 것이다. 마치 유럽인들이 과거에 2차대전이 왜 일어난 거냐며 혼란에 빠졌던 것과 같다. 이런 분위기가 최소 향후 몇 년은 더 갈 것이다.

영화를 보고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어떤 고립감이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캘리포니아에 가서 노동을 하면 병원비도 대고 빚도 갚고 하여간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얘기한다. 그럼에도 굳이 ‘가든’으로 낭만화 된 농사를 짓겠다는 것은 어떤 소외로부터의 탈출이다. 그건 대도시의 한국인 커뮤니티에 대한 불신이기도 하고, 어둡고 캄캄한데다 쓸모없는 존재는 태워 죽이는 노동환경에 대한 환멸이기도 하다. 능력이 없어서 도태된 게 아니다. 기성 체제에 적응을 못해서 ‘자의’로 떠난 것이다.

이유가 어떻든 갑자기 낯선 환경에 놓이게 됐으니 뭐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수맥을 찾는 사람과 농사를 도와주는 사람은 모두 전형적인 백인 하층민의 외양을 하고 있어 위협적이다. 한국전쟁 참전 경험을 말하면서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데 성공하기도 하지만 십자가를 지고 걷는 기행과 엑소시즘에 대한 집착은 묘한 불안감을 불러 일으킨다(속죄와 퇴마의식은 저 사람이 분명 죄를 많이 지었을 것이란 확신을 갖게 한다). 주인공은 그들과 자신을 구분해 스스로를 합리적 존재로 규정하고 합리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시도는 모두 실패한다. 더불어 주목할 것은 기성의 ‘사회’라는 게 주인공들의 자립에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이 영화에는 ‘사회’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들이 기성의 사회 대신에 결국 의존하게 되는 것은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소외된 상태인 백인 하층민들의 비합리성과 이들 커뮤니티의 중심인 복음주의 교회 정도이다(기성의 한국인 교회는 여기에 설 자리가 없다!).

베이비시터 대신 불러 온 외할머니는 문제를 자력으로 해결하기 위한 내키지 않는 시도였고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게 결국 파국의 불씨가 되었다. 그러나 외할머니의 존재가 없었더라도 일이 잘 됐을까는 의문이다. 오히려 주목하게 되는 것은 외할머니가 심은 미나리의 존재다. 누가 돌봐주지 않아도 알아서 자생하는 성격 탓에 그 난리통을 겪은 뒤에도 희망(?)으로 남을 수 있었다. 사람의 삶이라는 게 소외되고 배제되고 이상해지고, 그러면서도… 그러든지 말든지 하여간 꿋꿋하게 살아가는, 살게 되는, 미나리 같은 거다. 가치판단의 문제를 다 떠나서 어떻게 보면 결국은 미나리들이 트럼프를 찍은 것이다. 말 장난 같지만 그게 오히려 길게 보면 희망일 수도 있다. 별 근거는 없지만, 어쨌든 미나리는 원더풀이기 때문이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미나리

영농경력 11년

2021년 3월 15일 by 이상한 모자

문통의 영농경력 11년에 대해서는 토요일과 일요일 방송에서 짧게 다뤘는데, 토요일 방송에선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의 농지법 위반 의혹은 사저 부지 매입할 때 농업경영계획서 등을 거짓으로 적어 냈다는 것이다. 영농 경력 11년 등의 대목인데, 원래 문재인 대통령은 퇴임 후 살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경호상 문제 때문에 새로 땅을 사서 사저 건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다. 그 집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 거라고 했다.

그러려면 거쳐야 할 법 문제는 똑같이 거쳐야 한다. 즉 이 문제는 투기냐 아니냐가 아니라 경자유전의 원칙이 그만큼 형식적으로만 남아있고 허술한 농지법이 그걸 뒷받침하고 있으며 대통령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보여준다.

이런 얘기도 했다.

농지거래와 개발 투기가 이미 우리 삶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것 자체가 현실을 바꾸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땅을 팔아 돈을 마련하고 싶은 농민 등 토지소유주, 이걸 투자 또는 투기의 수단으로 삼고 싶은 외지인과 금융, 주택이나 아파트를 지어야 하는 업자나 건설자본, 집값 문제 해결해야 하는 정부의 이해관계가 하나로 맞아 떨어지는 과정에서 사각지대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토지공개념 등도 얘기했는데 좀 더 적극적인 상상력을 펼쳐야 한다.

일요일 방송에서는 법률적 문제를 조금 더 자세히 다뤘다.

2009년부터 농사를 11년 지었다고 표현하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다만 법상의 기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농지법 제6조에 따르면 농지는 자기의 농업 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하게 돼있다. 영농경력은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을 신청할 때 첨부하는 농업경영계획서에 적게 돼있다.

현행 법령에 영농경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이 정해져 있지는 않은데, 농업 경영에 ‘이용할 자’ 역시 농지 취득이 가능하므로 농지취득자격 유무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은 아니다. 따라서 영농경력에는 텃밭을 가꿨다든지 하는 이력을 포함시킬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실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양산 매곡동 자택에서 밭일을 했고 사진도 남아있다. 특히 매일 돌봐줘야 할 대상이 아닌, 일단 심어 놓고 1년에 한 번 수확하는 유실수 등 다년생 식물을 재배할 경우엔 영농경력 주장에 더 유리하다. 자기노동력으로 농업경영을 할 수 없는 경우 농작업 일부를 위탁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런 식으로 농지를 취득하고 개발행위를 한 후 파는 게 투기 아니냐란 지적이 있을 수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SNS는 그 대목에 대한 반론을 한 것이다. 형질변경은 지자체의 허가 대상인데 농업진흥지역이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고 대개의 귀농 귀촌 절차가 이에 따라 이뤄진다.

오늘 아침 방송에선 이명박 사저 논란과는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려 했으나 진행자가 자기 철학을 얘기하느라 시간이 지나서 하지 못했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경자유전의 원칙, 농지법, 영농경력

뭐가 공정이냐

2021년 3월 12일 by 이상한 모자

이제 정치권에서 공정이라고 하면 그냥 청년층에서 반응이 안 좋다는 취지의 습관적인 표현인 것 같다. 대통령이 엘에이치 어쩌구를 공정의 문제라고 하기에 그게 왜 그런 건지 이리 저리 생각을 해보았으나 답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이런 글을 썼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069.html

같은 내용을 라디오 방송에서도 떠들었는데, 전달이 됐겠니? 이 글도 마찬가지야. 글에서 논하고자 하는 게 상대의 마음에 전달이 되겠어? 안 되겠지. 그러니 그냥 에스엔에스에다가 대통령 사저 부지도 내돈내산… 이렇게 쓰는 게 나은 거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LH,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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