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슈탈트 붕괴인지 붕슈탈트 봉괴인지… 일어나서 오후까지 기생충 얘기 뿐. 수상 3시간 만에 완전히 질려버렸다. 택시에서 라디오 딱 틀었는데 “오늘은 반가운 소식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아~~~~
일요일 방송에서 그랬나. 2016년에 있었던 힐러리 클린턴하고 버니 샌더스 지지자의 전형에 대해서 얘기했다.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들은 겉으로는 엄청 진보적 의제를 지지하는척 하지만 속으로는 계산 할 거 다 하고 남길 거 다 남기는 이미지고 버니 샌더스 지지자들은 오직 버니 샌더스 아니면 아무것도 믿지 않는, 편집증자들이다…
자, 그렇지. 여기서 아카데미 시상식이란 건 힐러리 클린턴 같은 거지. 언제는 죄 나와서 소수자 이슈로 막 도배를 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가 뭐 잘났다고 가르치려고 드냐는 모드로 손바닥을 뒤집더라니까. 돈 되는 거, 팔리는 거 하는 거란 얘기지. 봉준호랑 기생충은 뭐냐. 보고 나서 뭐 지적으로 떠들만한 거 많이 나오는 영화가 팔린다 이거야. 거기다가 백인 중심 어쩌구 그것도 적당히 카바치고. 딱이지.
그래서, 팔리는 거를 하는데 그게 또 좋은 거니까 우리도 그런 세계관을 받아들이게 되는 거지. 팔리는 게 옳은 거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요구하는데 왜 인정을 안 해 줍니까. 근데 그게 그렇지가 않아요. 그럴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다고. 너라고 뭐 다르냐 이러실 수 있는데, 내가 선거에서 1.13% 나오는 당 한 사람입니다. 아, 그러고보니 우리 봉보로봉봉봉 진보신당이네. 기호 16번 16시 퇴근 진보신당! 우리 봉씨 가문과 진보신당 가문의 겹경사네 아주!
일어나서, 밥 먹어야지 생각하고 생선을 굽기 시작했는데 곧바로 어제 남긴 햄버거가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생선은 이미 오븐에 들어갔는데… 햄버거를 먹고 생선은 일단 구워 놨다가 나중에 먹기로 했다. 맛을 중심에 놓았다면 당연히 생선부터 먹어야 했을 것이다. 뒀다 먹으면 맛이 없어질테니. 그러나 그것보다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을 선택했다. 빨리 먹어 치워버리고 나가야 했다. 왜? 나는 주6일 일하니까.
이 동네는 아무래도 교통이 불편하다. 이사를 해야 하는데… 목동 여의도 상암동에 모두 접근이 용이한 동네가 좋은데… 아무튼 시간이 모자란 때에 여의도까지 가는 일은 어렵다. 택시탔다. 교통 사정이 안 좋다면 바보 같은 선택인데, 일요일 낮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예상이 적중하여 오히려 시간이 남았다. 스타벅스에서 음악 들으면서 커피 한 잔 하고 스튜디오 들어가서 떠들고… 코미디언이면서 서평가를 하시는 분이 다음 코너였다. 방송 전에 이 분이 작가님과 대화를 하는 걸 옆에서 들었는데 과연 수준이 높았다. 다자이 오사무 막 나오고… 지금 다자이 오사무 나오면 대화 수준이 높은 거냐 코웃음 친 사람 있지? 니 잘났다 그래…
그리고 나서 목동 카페에 가서 또 커피 한 잔 하며 원고 작업을 하는데 가방에 라켓을 줄줄이 꽂은 어떤 테니스 일당들이 들어왔다. 뭐 그것까진 좋다. 테니스 일당들은 담배를 피우느라 들락날락 했다. 그런데 문을 닫지 않는 거였다. 문간에 앉은 죄로 추웠지만 방송 시간에 쫓기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견디다 못한 남들이 매번 문을 닫았다. 한 번만 더 그러면 방송이고 뭐고 한 마디 해야겠다 생각했다. 다행히 그들은 비극이 벌어지기 전에 돌아갔다.
카페 하니까… 가끔 카페 알바가 적성이 아닌 분이 알바를 하고 있어서 불편할 때가 있다. 주문을 하려고 카운터에 서도 손님이 왔는지를 모른다. 헛기침 등을 해봐도 소용이 없다. 스태프룸에서 핸드폰을 이용하고 있을 때에는 저기요~ 도 몇 번을 해야 한다. 혹시 잘 듣지 못하는 사정이 있는가 잘 관찰해봤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좋게 말해 집중력이 좋은 분이다. 이 길은 님의 길이 아닌 거 같습니다, 이러면 개저씨 되는 거니까 그냥 참고 있다. 안 그래도 상폐남인데… 다른 카페에 가면 되지 않느냐 할지 모르겠는데, 보통은 스타벅스에 가지만 목동 주민들이 카페를 너무나도 사랑하여 자리가 여기 밖에 남지를 않는다.
라디오 방송에서 농담 좀 하고 버스 타고 귀가하는 중에 모처럼 냉면을 먹어볼까 했다. 생선은 잊어버리고… 한 정거장 일찍 내려 냉면집 앞에 서니 또 자리가 없었다. 일찍 내린 게 아까워서 좀 기다려보다가, 이럴 일까진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냥 걸어서 집에 왔다. 모처럼 걷는 것도 좋겠지. 집에 오면서 편의점에 들러 편의점 음식들과 크림빵을 샀다. 크림빵은 사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샀다…
집에 와서 생선과 편의점-소세지야채볶음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찬밥과 함께 먹었다. 과연 생선은 맛이 없어진 상태였다. 물론 프라이팬이나 이런 데다가 살짝 다시 구웠으면 더 괜찮았을텐데, 그럴 마음의 여유는 없다. 먹고 치우고 뭐 정리 좀 하다가 잠이 쏟아져서 누워서 잠들었다가 다시 깨서 일어나서 커피랑 크림빵 먹고 인터넷으로 뭐 좀 찾아보고 이제 이 시간이다.
한 달 정도만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지금은 거의 망상일 뿐이지. 이것도 배부른 소리, 행복한 고민이니?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난린데 결혼식은 뭔 결혼식이여. 하지만 하기로 했는데 해야지 어쩌겠냐. 웨딩홀인지 웨딩공장인지는 초치기로 꾸역꾸역 웨딩들을 소화하는 중이었다. 하객들의 상당수가 마스크를 쓰고 왔다. 사회자가 이런 시국에도 와주셔서 감사하다 이런 멘트를 해야했다. 여러모로 진귀한 경험이다.
매번 경험하는 거지만 연습에서 100을 하면 무대에 올라가선 70밖에 안 나온다. 기타를 약간 틀리긴 했지만 반주는 괜찮았다. 그러나 싱어가 멜로디를 틀렸다. 곡을 만들 때 후렴의 가장 높은 부분을 기준으로 해서 음을 맞추는데, 연습할 때 처음 만든 버전을 부르도록 해보니 음이 전반적으로 높아서 목에 무리가 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즉석에서 멜로디와 조성을 이리 저리 바꿔서 새로운 버전을 완성했다. 그런데 오늘은 후렴을 원래대로 불러버린 거다. 물론 코드는 맞으니까, 그리고 아무도 들어본 일이 없는 노래니까 사람들은 틀린 줄 모르지… 그래서 사실 그냥 만족하면 되는 문제이다. 좋았어, 자연스러워!
오랜만에 대학 때 후배들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는데 헤어지려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너네는 왜 다들 집에 간다고만 하냐! 뭐 이랬다. 옛날 같으면 이런 생각 안 했을텐데. 늙었나봐. 마음이 계속 약해져가지고… 몸 상태도 그렇고 남들보다 노화가 빠른 거 같다.
돌아오는 길에도 가는 길과 같이 나루님 차를 빌어 타면서 키린지를 들었다. 잠을 안 잤기 때문에 그러다 깜빡 잠이 들었다. 작년 11월에 나온 cherish란 앨범인데 나는 저번에 그 노래를 좋다고 추천했으나 나루님은 뒤에 있는 노래들이 좋다고 한다. 나루님은 음악이 업이어서 그런지 음악을 듣는 감각이 맛이 가버렸다. 본인도 더 이상 무난한 멜로디는 못 듣겠다고 했다.
아무튼 위의 노래가 내가 추천한 노래. 가사가 “번뜩임(ひらめき)은 찰나, 반짝임(かがやき)은 영원”으로 시작하는데 멋있지. 가사 전체 해석은 링크. 작사는 욘욘(yon yon)이란 분이 했는데 서울서 태어나서 도쿄에서 자라 지금까지 거기 있는 분이다. 국뽕 크~? 사이트 링크. 국뽕 얘기 나왔으니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유미키 에리노란 이름인데 어머니가 재일교포 2세인가 그렇다고. 트위터를 보면 하세가와 요헤이 이런 사람들 팔로잉하고. 지난해에 한국에 와서 한국어를 배우고 돌아갔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공중캠프 티셔츠를 입은 사진도 있음. 이거… 아무래도 실제 만난 사람이 내 주변에 있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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