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채널의 속보 대응

요즘 출마 때문에 방송 출연 그만 두셔야 되는 분들이 많아 나 같은 놈들에게도 콩고물 떨어지는 게 하나씩 있다. 그래서 어제도 오전에 모 보도채널에 떠들러 갔다. 그런데 애플워치로 속보가 뜨는 거 아니겠나. 다른 사안에 대해 말을 하면서도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이거 어떻게 해야 되나… 머릿속이 하얗게 되더라. 방송에서도 자막으로 소식이 뜨고 속보 체제로 돌입…

대담을 하다가 이렇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그러면 상황이 아주 골치가 아파진다. 지금까지 준비한 내용이나 원고 등은 다 무효다. 방송사가 준비가 되는대로 기자 연결도 하고 준비된 화면도 내보내고 하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 ‘시간이 걸리는 동안’을 나와있는 사람들이 때워야 한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뭔가 말을 해야 하는 거다. 말을 하다가, 화면 준비된 거 나오면 그거 보고 추가로 또 말을 하고, 그러다가 현장 연결 준비되면 기자가 리포트 하는 거 듣고 또 코멘트 하고, 경찰이나 소방 등의 입장이 자막에 반영되거나 하면 그거 보고 또 얘기하고…

그래도 새로운 정보가 업데이트 되면 새롭게 할 말이 생기는데, 그런 것조차 없을 때가 가장 난감하다. 새로운 정보가 없는 상태인데 질문-답변은 한 싸이클을 이미 돌았고, 진행자 입장에선 계속 똑같은 질문을 할 수 없다. 뭔가 새로운 질문을 해야 되는 상태다. 그러다보니 탈당 흐름 멈출까요, 이런 질문이 나오게 된다. 그러면 답을 하는 사람도 지금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럴 수는 없는 거다. 그래서, 지금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셈법이나 시나리오를 말씀드리기는 다소 부적절합니다만… 이라고 전제를 하고, 아무래도 방향이 바뀌지는 않을 걸로 보이지만 동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커보인다든지 그런 취지의 얘기를 했다.

원래는 한 10시 반부터 11시까지 예정된 방송이었는데, 12시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졌다. 진행자는 중간 중간 제작진에게 체크를 한다. 계속 이 이슈로만 질문해야 하나요? 다른 주제는 질문 안 하는 거죠? TV라는 게, 지금 막 TV를 튼 시청자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면 계속 똑같은 이슈를 다루는 거다.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그런 것까지 고려를 해야 한다. 답변을 할 때마다… 큰일 없기를 바라고, 쾌유를 빌고, 아직 범행의 동기를 파악해야 하고, 정치적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사회적 불만이 이유일 수도 있으므로 섣불리 추측할 수 없다… 등등의 얘기를 계속해야 한다. 정치적 테러의 가능성 등을 말하면서 아베 신조나 트럼프 얘기를 언급할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속보를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이 오해할 수 있으므로 부적절하리라는 생각이 들어 ‘외국의 사례’ 등으로 뭉뚱그려 말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할 게 많고 복잡해진다.

그래도 12시에 가까워진 시간이 되어서는 생명에 이상은 없고 의식도 있는 상태라든지 하는 발표가 나왔으므로 다소 안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 대한 걱정이랄지,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걸 부추긴다든가 음모론이라든가 이런 건 안 된다든지, 뭐 그런 얘기를 그래도 할 수 있었다.

당 대변인이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 기자들이 이상한 것만 물었다며 너무하다고 했다던데, 난 좋은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 언론의 문제는 부적절한 기사가 나온 사례를 정확히 짚고 문제제기 해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문제를 명확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기사에 대한 문제제기는 정확하지 않은데, 기자 집단을 뭉뚱그려 얘기하면 ‘탓’으로 비춰질 수 있다. 기자 입장에서는 건강상태 등은 병원이나 소방을 대상으로 취재하는 게 맞다. 당에다 물어볼 것은 당의 공식 입장, 당시 현장 상황, 이후 정치 일정, 그 외 대표의 가족에게 물어야 하는데 묻기 어려운 것들 등이 아니겠나. 매너의 문제라고 한다면 그건 라디오 인터뷰에서 말하는 게 아니라 기자들하고 직접 얘기하는 게 맞고. 감정적으로 격앙될 순 있다고 보지만… 질문이 기사에 어떻게 반영될지도 알 수 없는 거고… 뭐 내가 모르는 얘기도 있겠지.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