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싫어 밖에 나갈 수가 없다

손변호사님이라고 있어요. 책을 냈는데 제목이 인간이 싫다야. 믿어지냐? 아니지. 사실 제목이 진짜 인간이 싫다는 아니고, 거의 유사한 제목임. 그냥 인간이 싫다 라고 해도 될 정도. 암튼 그걸 보면서 아 저 제목은 내가 썼어야 되는데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하고 같이 지내고 대화하고 부대끼는 게 너무 싫다. 예를 들어 횡단보도를 건넌다, 꼭 차가 지나가. 내가 빨간불에 건너지는 않을 것 아니냐. 꼭 지나가요. 쫓아가서 트렁크를 걷어 차고 싶다. 어떤 할머니는 차가 지나가니까 막 차 뒤에다가 대고 삿대질을 하더라고. 근데 그게 무슨 소용이냐. 언쟁이라도 벌여야 하나? 내가 싸우는 걸 두려워 하는 게 아니다. 근데 피곤하잖아.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지? 그럼 그냥 길을 건너기 싫고, 밖에 나가기가 싫어…

지금 겨울이니까 자전거 안 타지. 따뜻해지면 자전거를 타면 좋겠다 막 생각한단 말야. 근데 그런 생각을 나 한 사람이 하지 않겠지. 오만 사람들이 다 하겠지. 다들 아 이제 봄이 왔으니까 자전거를 타야겠다 하고 막 다 쏟아져 나온단 말이다 한강으로. 자전거 타려면 한강엘 가야 하는데, 얼~~ 마나 붐비겠냐. 그리고 그 중에는 반드시 다른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른 판단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 꼭 있을 거란 말이지. 별꼴 다봐요 진짜. 그런 생각을 막 하고 있으면 자전거를 타기 싫어져. 이 나라를 뜨고 싶어. 근데 아직 겨울이란 말이지. 자전거 이런 거는 시작도 안 했어요. 자 이런 것을 파국적 사고라고 한다…

새해라서 방송국에 갔는데 누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랬단 말야. 그래서 나도 그랬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근데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누구한텐 하고 누구한테는 안 하면 이상하잖아? 그래서 되도록이면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한단 말이지. 근데 예를 들어 경비요원 같은 경우엔 여기저기서 마주치니까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두 번 하게 될 수도 있어. 근데 그러면 이상하잖아. 한 번만 하는 거지 뭘 두 번해… 여기서부터 복잡해진다… 그러니까 왔다갔다 하는 과정에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단 한 번씩만 해야 하는 엄청난 미션이 되는 거지. 이게 되겠냐? 그럼 이제 또 밖에 나가기 싫어…

사는 게 적성에 안 맞는 거 같아. 적성에 맞는 건 뭘까? 한 나라의 왕으로 태어났어야 한다. 왕자는 안됨. 태어나자마자 왕이었어야 함. 그러면 이런 생각들은 안 하겠지. 할라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들하십시오. 아니 그러고 보니까 이것도 두 번째 하는거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