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떠나자

아마 여기다가 뭘 했다고 쓰지 않으면 사람들은 내가 뭘 하는지 모를 것이다. 뭐 상관은 없는데, 내가 나에게 말을 거는 심경으로 적어본다.

한겨레21이라는 잡지에 글을 쓰고 있다.

http://h21.hani.co.kr/arti/COLUMN/317/

기자협회보에 글을 썼다.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7618

근데 글을 쓰면 뭐하냐? 교수나 박사 정도 되지 않으면 글을 못 쓰게 해야 한다. 왜 이런 생각을 하냐면, 그 정도 배경이 있으신 분이 아니면 뭘 써도 사람들은 제대로 읽지를 않는다. 그냥 또 뻔한 얘기 썼다고 생각한다. 교수 정도 돼야 이 한 문장에도 많은 고민과 연구가 들어있겠거니 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어떤 교수가 나타나서 요즘 사람들은 교수 글도 우습게 알아 이렇게 말하겠지. 이놈의 인터넷 때문에 사람들은 이미 자기가 다 안다고 생각해서 누가 무슨 얘길 해도 자기가 아는 구도에다가 때려 맞추려고 들지 얘기를 듣지를 않고 읽지를 않아. 듣지도 읽지도 않아. 읽지도 듣지도 않아. 아 미쳐버리겠다 정말. 알만한 사람들도 다 그래. 더 이상의 희망을 버렸다. 낙관은 없고 비관만 있다. 꾸역꾸역 살아가는 것만 남았다.

엊그제는 글쓰기 수업 들으시는 분이 수업에 대한 의견을 보내오셨다. 적당히 마음에 드는 칼럼을 가져다가 중구난방으로 설명하는 것 아니냐(보내온 메일의 문장 거의 그대로이다)는 대목이 마음에 걸렸다. 김진호 선생이 최근 쓴 두 개의 글을 가져다가 리처드 호프스태터의 ‘미국의 반지성주의’에 대해 말한 참이었다. ‘미국의 반지성주의’는 미국 초창기 복음주의 기독교가 어떻게 반지성주의적 특성을 갖게 됐는지, 이게 민주주의에 기여한 것은 무엇인지를 따지는 걸로 시작한다.

아무튼, 이 분은 진심으로 이런 생각을 하신 것일텐데(그래도 얻을 게 없는 건 아니어서 <<<환불>>>은 하지 않았노라 하셨다) 그렇다고 답하기도 뭐하고 아니라고 답하기도 그렇고… 모처럼 정성스럽게 의견을 보내오셨는데 기분 나빠할 수도 없고… 그러다가, 이 짓을 너무 오래 했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뭘 해도 누가 시키는 일을 하는 시늉만 하며 소화하진 않는다는 그런 나름대로의 삶의 태도를 갖고 있다. 그런데 남이 볼 때 시늉만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그건 그만하는 게 맞다.

어제는 라디오 방송에서 채널A 압수수색 어쩌구 저쩌구를 얘기하려고 했는데 5시 40분에 전화가 왔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아이템을 바꾸라는 것이다. 내가 취재기자도 아니고 코너가 뉴스브리핑인 것도 아닌데 지금 막 진행 중인 화재 사건을… 마음이 심히 복잡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우레탄 얘기하고 샌드위치 패널 얘기하고, 할 건 다 했다고 본다. 오늘 다 그 얘기 썼지만 어제 오후 시점엔 그런 기사 별로 없었다. 혼자 만족해본다.

조 전 장관님 재판에 장 모 교수 나오셔서 제1저자를 올릴만해서 올렸노라 오바를 하셨는데 상세한 내용을 보면 엄청 웃긴 얘기다. 케비에스 갔는데 뉴스 읽는 아나운서가 논문 기여도가 높았다는 진술이 나왔다는 취지로 읽더라. 엠비씨 피디수첩은 뭐고… 지구를 떠나고 싶다. 이런 거 쓰면 또 대충 쓱 보고 저 새끼 또 사람들이 안 알아준다고 징징댄다 할텐데, 누가 알아달라는 게 아니고 왜 알아주지 않느냐는 게 아니고 제발!! 앞으로 무슨 희망이 있어야 될 거 아니냐! 최선을 다해서 하루하루를 살면 뭔가가 나아진다는 그런 게 있어야 될 거 아니냐… 아닙니다 그만할게요… 답답해서 썼습니다

SNS 애호가들의 문제

옛날에 진보누리 할 때 원시인지 근시인지 하는 분이 있었다. 외국에 거주하시는 분인데 여러가지 본인 생각을 열심히 정리하고 그래서, 아무튼 존중할만한 견해겠지요 라고 생각해서 대문(메인화면이다)에도 많이 올리고 그랬다. 근데 다른 운영진이 그러더라. 길기만 한 횡설수설 자꾸 왜 대문에 올리냐고. 그만 올리라고. 그때는 또 그런가 내가 잘못했나 내가 잘못했네 제기랄 이렇게 생각했는데, 최근에 레디앙인지 거기랑 뭘 길게 말씀하신 걸 보면서 좀 그게 그렇긴 하다는 생각도 했다.

SNS니 뭐니 다 지겨워서 없애버린 게 내가 하지 않은 생각, 하지 않은 말,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 책임져야 되고 설명해야 되고… 그런 걸 안 하면 나쁜 놈이고… 이런 게 다 피곤해서다. 내가 뭔데? 내가 대통령이야?

SNS를 누가 소통의 창구로 활용하냐. 다 지 하고 싶은 얘기만 하지. 남 얘기엔 관심이 없어요. 무슨 토론을 한다고들 생각하지만 그걸 통해서 생각이 바뀌거나 하는 건 거의 없고 그냥 견해-쇼핑 및 지 잘난척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나한테 무슨 견해를 얘기해보라고 하는 사람들의 그런 시도를 안 좋아해. 어차피 내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관심없거든. 자기가 좋아하는 말을 하나 안 하나만 관심있지.

물론 견해-쇼핑만 하는 거 아니지. 나도 알어. 내가 1부터 10까지 있는 거 중에 1, 2얘기하면 꼭 3, 4 갖고 와서 1, 2아니고 3, 4라고 그래. 야 내가 얘기 할 때마다 1부터 10까지 다 얘기를 해야 되냐? 물론 그런 게 소통이겠지요. 근데 그런 건 공적인 자리에서나 혹은 친한 사람 둘이 있을 때만 하자. 인터넷에서 염병천병하지 말고.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견해-쇼핑 안 하고 캐릭터-쇼핑도 물론 하지. 무슨 교수님 소장님 기자님 친추인지 팔로잉인지 잔뜩 하고 나도 그들의 일원인 양… 아 정말 피곤하다. 명문대 주류들끼리 서로 그러고 있는 것도 꼴보기 싫고. (이 시대 주류들의 특징: 자기보다 더 상위인 인물 계층 세력을 말하며 나는 주류가 아니라고 함)

인터넷을 이딴 거에나 쓰는 게 SNS인데, 뭐하러 그런데 시간과 힘을 쓰며 시간을 낭비하나. 그냥 나처럼 혼자 떠드세요, 뭘 말하고 싶으면. 궁금하면 알아서 찾아 보겠지. 그런 점에서, SNS는 이제 좀 끊으시기를 추천합니다. 영화 타짜의 대사를 마지막으로 돌아보면서…

고니 모친: 저기 솔직하게 얘기 해봐요. 그 놈의 자식, 아직도 화투치고 다녀요?

고광렬: 회사 다녀요.

고니 모친: 고광렬 씨라고요?

고광렬: 예.

고니 모친: 우리 고니 좀 잘 부탁해요.

고광렬: 아, 별 말씀을…

고니 모친: 화투 같은 것 좀 안 하게 해주시고.

고광렬: 저기 저기 이거… 짬뽕 값이다 생각하고 넣어두세요. 보지 마세요, 보지 마세요. 챙겨두세요. 고니가 이렇게 보면 애가 진국이예요. 성격이, 어 어… 성실해요. 그리고 또 가정… 가정교육이 잘 돼있다 했더니 왜 그러나 싶더니 우리 어머니를 닮으셨네. 아이구 또 어떨 때 이렇게 보면은 또… 무대뽀예요, 무대뽀! 그런데 근데, 나쁜 뜻이 아니라 또 남자는 또 무대뽀 기질이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을 해요. 여자한테 인기 많고… 근데 어떨 때 옆에서 보면은 아주 그냥 울화통이!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어머니 들어보세요. 참 내, 별 얘길 다하네. 두 여자가 있었는데 제가 한 여자를, 내가 찜을 했거든요. 먼저 딱 보고… 근데 지하고 눈 맞았다고 확, 휙! 가져가버려… 울화통이… 아이고, 나쁜놈이에요, 나쁜놈. 아, 여자 문제에 있어서 말이 그렇다는 거죠. 저 화투는 곧 끊도록 하겠습니다,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