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돈!

돈!

한동안 편두통 약을 먹고 비교적 잠을 잘 잤는데, 돈을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이러다가는, 굶어 죽는다. 나 스스로를 내다 팔아야 한다.

기술적인 것은 나름대로 이런 저런 검토를 했다. 맥 컴퓨터의 연속성 카메라 라는 것을 활용하여 아이폰의 카메라를 웹캠처럼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아마추어기타리스트이므로 오디오인터페이스와 마이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걸로 스트리밍 영상을 송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도대체 뭘 한단 말인가?

뉴스레터를 구실로 하여 구걸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뉴스레터를 보낸다 치면, 도대체 한 달에 얼마를 달라고 해야 하는 것일까? 오늘 뉴스가 이런 저런 게 있고, 이걸 봐야 하고… 이런 내용하고 뭔가 글 하나를 써서 보내는 것하고는 들이는 노력과 전달하는 정보의 종류가 다른 거 아닌가? 남들은 얼마를 쓸 준비가 되어있는 것일까? 다들 얼마나 쓸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발더스 게이트 3 한글 패치 정보를 보러 디시인사이드라는 데에 갔다가 블라인드라는 앱에서 서른 살에 2천5백만원 밖에 모으지 못했는데 결혼을 해야 해 이러한 상황을 상대방에 실토하게 생긴 게 부담이 된다는 여성이 다른 대기업 직원들에게 구박을 당하고 있는 광경을 캡처한 게시물을 보았다. 여자 3천은 국룰인데 양심이 없다는 둥, 여행과 명품에 돈을 다 써버린 게 아니냐는 둥, 집이 어렵다든지 빚이 있다든지 하면 이해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생활 습관에 문제가 있는 거라는 둥…

블라인드란 무엇일까? 커뮤니티란 무엇일까? 결국 사정이 괜찮고 여유가 있고 그래서 돈 모으기도 좋고… 그런 녀석들이 목소리도 큰 그런 곳이다. 거기에 해당 안 되면 저런 얘기엔 댓글도 달지 않는다. 개발자 연봉 얘기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결국 뉴스도 그런 녀석들이 보고 반응한다. 그런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뉴스나 시사 얘기를 뉴스레터로 팔테니 돈을 얼마씩 내라고 하는 게?? 과연??

돈!

방송국은 더 이상 시사프로그램을 만들지 않는 것일까? 없애기만 하는 것일까? 아니면 만들기도 하지만 나 같은 놈은 필요가 없는 것일까? 저 같은 녀석이 떠드는 뉴스 이야기는 이 세상에 필요가 없는 것일까? 필요가 없지 임마! 뭔 필요가 있냐. 지금 나이를 사십 몇 개씩 먹고서 이런 얘기나 여기다가 쓰는 거 자체가……

이젠 나도 모르겠고… 지금 필요한 것은 악이다. 악을 쓰는 것이다. 악을 쓰면서 살아나가야 한다. 이를 악물어서 이가 다 부러뜨리는 자세로 살아야 한다.

식욕

급체를 했다고 표현을 하지만 뭔가의 이유로 소화기계가 잠시 고장났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첫날은 아예 뭘 먹을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래도 일과를 수행해야 하니 당분이 필요할 듯 하여 이삿짐 속에 있던 10년 쯤 된 아카시아 벌꿀을 찾아 뜨거운 물에 타먹었다. 그거 가지고는 모자라는 것 같아 냉장고에 쌓여있는 콜라캔을 한 개 따서 마셔보기도 했다. 콜라는 끊은지 한참 됐는데… 정말 오랜만에 마셨다. 먹은 게 없는데도 화장실을 수시로 들락거려야 했다. 이불 속에 들어가 있는데 몸이 뜨거운 거 같아 열을 재보니 37.8도였다.

금요일은 좀 상태가 나아졌으나 완벽한 상태로 회복되진 않았고 식욕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침 방송을 마치고 귀가해 그래도 두통약은 먹어야겠기에 바나나를 먹었다. 비몽사몽간에 김준우 변호사가 정의당 비대위원장이 되는 꿈을 꾸었다. 모처럼 오후 방송 일정이 있어 나갔는데 탄핵소추안이니 국회법이니 설명이 잘 되지 않았다. 머리가 잘 돌지 않는 것이다. 위기감을 느꼈다. 다시 귀가해 망설이다가 전자렌지에 데워먹을 수 있게 포장된 레토르트 죽을 먹었다.

다행히 컨디션은 상당히 회복된 느낌이다. 그동안 방치돼있던 이삿짐 정리를 좀 더 했다. 그러고 있자니 이틀을 거의 굶다시피 한 후의 몸무게가 궁금해졌다. 달아보니 90키로다. 굶기 전에는 얼마였다는 거냐. 마른 사람으로 좀 살아보고 싶다. 그러면서도, 이제 내일부터는 정상적인 식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다 나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