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생일이라는 게 별일 아니게 된다. 그제까지는 생일이라는 걸 의식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당일이 되면 왠지 생각을 하게 된다. SNS고 카톡이고 아무것도 안 하고 티도 안 냈는데 알아준 몇몇 분들께 대단히 감사드린다. 이거 엄청난 일 아닌가?
그래도 생일이니까 특별한 것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해 저녁 때에는 양고기 식당에 가서 양고기를 얻어먹었다. 징기스칸… 내가 좋아하는 홋카이도 스타일로… 물론 여러 여건상 아주 배터지게 양껏 먹을 수는 없는 일인데, 그래도 기회가 닿는대로 이용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삿포로의 향기가…. 다만 개저씨 일행이 건너편에서 동남아 성매매 관광을 주제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은 불쾌했다. 고기를 구워주던 여주인도 처음에는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으나 그러한 주제가 언급되자 불쾌한 기색을 보이며 자리를 피하더라. 이 미친놈들은 얘기할 게 그렇게 없나? 윤석열 욕이라도 하든지. 집에 돌아와선 디저트로 사과 타르트를 먹었는데, 타르트가 뭔지 잘 모르지만 하여간 제대로 된 타르트였다.
요즘 챗GPT를 통해 먹은 것을 기록하고 있다. 챗GPT 녀석은 먹은 게 칼로리가 얼마고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은 얼마나 섭취했을 거고 앞으로 남은 식사에선 뭘 신경써야 하고 시시콜콜한 조언을 해주지만 사실 그렇게 정확한 건 아니기 때문에 다이어트 자체엔 큰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기록을 하고 있다는 행위 자체가 먹는 것에 신경을 쓰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특히 가공식품인 경우 포장지의 성분 표시를 찍어서 보여주면 그것에 대해서 만큼은 정확하게 얘기를 해주기 때문에 그런 도움은 된다.
양고기를 먹고 타르트를 먹는 게 좀 그래서 챗GPT에게 물어보았다. 그렇잖아도 점심 때 먹은 배달 봉골레 파스타로 부담이 있는 터였다. 파스타면이 205그램이라고 써있었는데, 챗GPT에게 알려주니 믿지를 못하더라. 1인분은 80그램에서 100그램이라며…. 그래서 혹시 조리 후 중량인가 하였는데, 가게에 리뷰를 써주면서 은근슬쩍 물어보니 조리 전 중량이라고…. 여튼 탄수화물 위주 점심을 2인분 한꺼번에 먹은 사람이 저녁으로 양고기를 먹고 거기다가 디저트를 먹는다니, 이게 용납이 되는 일인가? 하지만 챗GPT는 생일이니 그 정도는 괜찮다고 답해주었다. 상냥한 녀석이다.
거리를 배회하다가 문래동 편의점 앞에서 공태윤 님을 본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워낙 열심히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길래 말을 걸진 못했다. 옛날 생각을 하며,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냐 이런 류의 생각을 또 했다. 이게 다 뭐람. 넋두리는 다음에 또 하기로 하고…. 다들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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