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언론이 ‘박준영 변호사도 그러더라’고 하는 건 그가 수사심의위라는 제도의 도입에 역할을 했기 때문이지 세기의 현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러나 언론의 그러한 보도를 인용하였는데 얘기가 순식간에 과거에 박 변호사가 잘 했느니 못 했느니로 가면, 이건 현안을 얘기하자는 게 아니라 그냥 잡담을 하자는 것 이상이 되지 않는 거다.
이런 식의 논의는 게시판 시대부터 너무나 일상화돼있어 이제 더 뭘 얘기하고 싶지도 않다. “조선일보도 윤석열을 욕하더라”라고 하면, 심지어 이 정권에 가장 호의적인 언론마저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한 것으로 이해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근데 그게 아니고 ‘조선일보에 이득이 되는 발언’이라고 판단을 하는 것인지 염병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사실 이러한 시각에 대해서는 냉소하는 책에서 다룬 적이 있다). 그런 이유라면 그냥 다들 속편하게 자리에 드러누워 민주당 만세나 부르면 될 것이다. 무슨… 평론이 어디있고… 다 무슨 필요가 있나? 레거시 미디어 비판은 일론 머스크도 한다.
이렇게 하나 하나 다 말도 안 되는 얘기로 가져가는 사람들이 있는 반대쪽에는, 열심히 하지 않거나 답답한 언론이 있다. 이게 뭐냐 싶은 게 한 두 개가 아니다. 가령 한겨레가 의료공백 얘기를 환자를 중심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듯한 관점을 반영한 것은 좋았다. 그러나 아래 기사와 같은 관점은 잘 모르겠다. 정부에만 계속 뭐라고 하기 뭐하니까, 민주당에도 한 마디 한다 같은 건가?
하지만 이런 발언들이 도리어 오락가락 행보로 비치며 입시 현장의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이재명 대표가 지난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담에서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선 추가 논의가 불가능하다’는 데 공감대를 나타낸 바 있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김윤 의원은 “2025학년도 증원분 재검토는 (대통령실의 반대로) 정치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설사 합의돼도 우리 당이 조정하는 ‘조정’ 수준으론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는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를 담보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역의료 확충을 위해 의사 증원을 주장해온 민주당이 그동안 의-정 갈등에 침묵하다시피 해왔는데, 며칠 사이에 2026년 유예와 2025년 재검토를 주장하는 건 무책임해 보인다”며 “이런 갈지자 행보는 합리주의보단 기회주의적 태도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김윤 의원은 의료계 출신 인사이고 의대 정원을 이렇게 저렇게 하자는 주장을 해온 인사이므로 기사에 코멘트가 들어가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실짱님은 뭔가? 실짱님 코멘트의 핵심은 ‘침묵하다가 며칠새 2026년 유예와 2025년 재검토를 주장하는 갈지자 행보는 기회주의로 비칠 수 있다’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기사에도 일부 나와있듯, 의사들을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이 얘기 저 얘기를 꺼낼 수 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 지금이 총선 전이면 왜 입장을 정리 못하느냐고 호통칠 수 있다. 그러나 이 정권이 총선 전에 의료계 일각에서 400명이든 700명이든 조정 가능성이 있는 숫자를 조선일보 등을 통해 내놨음에도 쌩까고 2000명을 밀어 붙인 결과가 이거고, 이제 합리적으로 접근해서는 사실상 아무것도 되지 않는 상황인데, 그럼에도 테이블에 의사를 앉히기 위해 무리라도 뭐라도 짜내봐야 하는 게 아니냐고들 하는 걸 갖고, 그걸 기회주의라고 하면 뭐 어떡하나?
가령 오늘 동훈쓰의 입장에 대한 채널A의 보도는 어떤가?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의제 제한을 두지 말자며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한동훈 / 국민의힘 대표]
“(25년도도 어쨌든 협상할 여지가 있다고 받아들이면 될까요? ) 어떤 부분에 관해선 얘기를 꺼내면 안 된다 하는 분들도 계 신데, 그런 식의 전제조건을 걸 만큼 상황이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습니다.지난 5일 한 대표가 협의체를 제안한 뒤, 25학년도 정원 논의 없이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의료계를 설득하기 위해 중재안을 낸겁니다.
한 대표는 브리핑을 자청해 의료계와 야당이 요구하는 정부인사 문책론도 대화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한동훈 / 국민의힘 대표]
“협의체 출범의 전제조건으로 뭐는 안된다, 그런 거 없습니다. (의료계가 지금 요구하고 있는 25년 증원 백지화나 장차관 경질도 같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시라고 보면 될까요?) 모여서 무슨 이야기인들 못하겠습니까. 대화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한 대표 측 인사들은 이같은 대표 뜻을 물밑으로 의료계에 적극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https://www.ichannela.com/news/main/news_detailPage.do?publishId=000000432167
차라리 민주당의 행보를 꼬집고 싶으면 아예 의사의 민주당에 대한 불평을 넣든지…. 그것도 싫으면, 지난 정부에서 추진하려고 한 일에는 공공의료의 강화라는 맥락이 조금 정도는 포함돼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주장을 꺼내기도 어려운 상태고(당장 의사들이 경기를 일으킬 거고 용산과 여당은 남 탓으로 위기를 넘길 틈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그런 전선을 만들어 내지도 못한 측면이 있다든지… 뭐 그런 얘기로 접근한 거면 또 다른 얘기를 할 수 있겠지만….
그냥 쓴 건데 내가 너무 염병하는 건지 모르겠으나, 이 기사 하나만 갖고 얘기하는 게 아니고 계속 하여간 답답하다 이거다. 언론이 찔러야 할 걸 찌르지는 못하면서 그냥 실짱님이나 이런 사람들 갖고 생색이나 내면서 퉁치려고 하는 게…. 그냥 내가 몰라서 하는 생각일 수도 있고… 생각나는 더 많은 얘기가 있으나, 내가 말해 뭐하나 싶기도 하고, 일단 그냥 여기서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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