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가서 거울을 봤는데 흰 머리가 많았다. 몇 개 뽑다가, 그냥 두기로 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느끼는 변화 중 하나는, 쓰던 물건들도 다들 나이를 먹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거다. 나의 소중한 윈도우 PC도 이제 상당히 늙었다. 한때는 큰 결심을 하고 구매했던 SSD도 이제는 다 구세대의 물건이다. 256기가바이트와 512기가바이트의 SSD가 장착되어 있는데,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웬만하면 1테라 이상의 SSD를 장만하는 추세이고, 또 무조건 M.2 슬롯을 활용하는 시대 아닌가. 마침 세일도 하는 것 같아 M.2 슬롯에 장착할 고용량의 SSD를 장만하였다.
물론 순조롭지는 않았다. 기적적인 가격을 걸어 놓고는 정작 주문을 하자 오류였다며 주문취소를 강권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시작부터 산 넘어 산이었다. 방열판은 메인보드에 자리가 없어 장착할 수 없었고, 일전에 중고로 구매한 메인보드에 M.2 SSD 거치대라고 할까 나사가 없는 등… 어찌어찌 임기응변으로 장착을 해내는데만도 상당한 시건을 허비해야 했다.
이제 이 고용량의 SSD를 운영체제용으로 사용하는 계획을 완수하면 되는데, 애초의 계획은 reflect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256기가의 SSD를 그대로 새로운 SSD로 옮기고 바이오스에서 부팅 순서를 바꿔주는 거였다. 그러나 생각한대로 잘 되지 않았다. bcdboot 명령어 등을 활용하여 이런 저런 대처를 해보았으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애초 256기가 SSD에 OS가 설치된 환경이 레거시 모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MBR 파티션이었던 것이다. 이미 새로운 SSD는 GPT로 파티션을 잡아 놓은 상황…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문제가 될 것 같고, 결국 윈도우를 새로 설치하고, 이번 기회에 모든 것을 다시 설정하는 걸로 바꾸었다. 그리고 남은 256기가, 512기가 SSD는 각각의 10% 정도 용량을 별도 파티션으로 잡은 후 나머지를 스팬 볼륨으로 연결해서 쓰기로 했다. 이것까지 포함해 이런 저런 설정을 하고 나니 이 시간…
짧게 적었지만 온갖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은 마치 도를 닦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드는 일이었다.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마음을 다스리면서 방송을 만든다는 사람들로부터 들은 얘기들을 곱씹어 보았다. 결국은 그런 거다. 나는 사람들이 궁금해하지 않는 것에 대한 답만을 갖고 있다. 다들 나에게 더 이상 궁금한 게 없는 거 같다. 나는 답을 줄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인간-지라시 같은 얘기들이다… 평론가란 뭐고, 뭘 해야 하는지, 그런 고민은 답을 줄 수 없는 사람들의 자기합리화 같은 얘기로 들리는 거지. 내가 볼 때는 방송 만든다는 사람들이 신문보다 못하다. 그걸 알까?
오늘은 저녁 식사로 이삭토스트라는 것을 사와 먹으면서 넷플릭스 삼국지를 잠시 보았다. 서주공방전 대목이다. 도겸의 구원 요청에 유일하게 응한 유비가 서주목을 한사코 거부하는 장면인데, 장비가 그럴 필요까지 있느냐 하니 유비가 대꾸를 한다. 내가 남들보다 나은 게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인의와 도덕 타령을 포기 안 한다는 거고 다른 하나는 황실 종친으로 한실 중흥에 진정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게 나중에 보면 다 소용이 없지만 어쨌든 이 귀 큰 녀석이 그걸로 먹고 산 것도 사실이다. 나도 남들보다 나은 두 가지를 얘기해야 하는데, 그건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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