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언젠지 기억도 힘든 그 어느날 어느 분이 전화를 해 금모가 제3지대를 한다는데 정의당도 거기로 가야 되는 거 아니겠느냐 하시기에 정의당의 역사적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좋지만 그게 아니라면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 답한 일이 있다. 특히 뒤로 갈수록 어중이 떠중이 다 들러 붙을텐데 그러면 또 온갖 논란이 불거질테고, 그거 버틸 수 있겠느냐… 그랬는데, 여하튼 오늘부로 그런 인물들 중에 이전대표님이 추가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자리에선 그런 얘기를 한 일이 있다. 제3지대 논의에 수세적으로만 갈 수도 없는 거라면 선거연합 수준의 논의를 공세적으로 던질 수는 있지 않겠느냐. 정책 수준에서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먼저 긋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면서 선거구 조정 등을 전제로 해서 제3지대 논의를 주도권을 쥐고 이끌어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식의… 그냥 밥먹다 내뱉는 수준이었긴 했으나 이정미 지도부의 정의당이 정해놓은 것과는 방향이 다른 얘기였다. 뭐 이제와서는 아예 전제부터가 불가능한 얘기가 됐으나…
밖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선 왜 다들 얘기를 저렇게 밖에 못 풀지 하는 심경인데, 내부를 알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거고, 그걸 알면 또 다른 생각이 들 것이다.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다.
다들 이준석 신당의 양극단 전망을 얘기하는 것 같은데, 평가할 점이 있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고 본다. 실제 만들어질 당의 사이즈나 성적과 관계없이 TK에서 꾸준히 무슨 메시지를 던지는 것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한다. 대선 후보 경선 당시에 대구 당원들이 자길 지지해줘야 당 밖에 있는 용감한 검사(?)가 안심하고 입당할 수 있게 된다고 대구 한복판에서 주장한 것이나, 대구 보수 유권자들이 우경화를 용인하지 않아야 국힘이 바뀐다고 주장한 것 등은 확실히 일관된 자세다. 몇 명이 출마하든, 당선자가 있든 없든, 일정한 숫자 이상의 유의미한 지지율이 확인된다면 보수정당사로 볼 때 그것만으로도 어떤 성과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내가 의문인 건 그런 구상과 그게 제3지대든 수권정당이든 큰 도둑이든 뭐든 ‘스펙트럼이 넓은’ 어떤 정당이라는 구상하고는 일치하지 않는 점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이전대표님은 오늘 그게 잘 버무려질 수 있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가령 아주 단적으로 말해 양당과 구별되는 대선플랫폼이 될 수 있는가? 아주 단적인 아주 이른 가정을 말하자면 금모와 대선후보 경선을 해가지고 이긴 사람이 독자완주하는 그런 정당인 것인가? 아니면 총선 성과를 가지고 우여곡절 끝에 양당 중 하나를 잡아먹는 정당인 것인가? 잡아먹는다면 양당 중 어느 쪽인가? 종종 앙마르슈를 말하지만 거기도 먼저 기반이 된 쪽은 사회당-우파였다. 앙마르슈라고 치면, 마크롱은 이준석인가 금모인가? 이런 질문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그게 뭐든, 어쨌든 아니라는 게 중요하다. 아니다. 뭐가 됐든. 그래서, 나는 그런 여러가지 시도의 좋은 점을 칭찬하고 높이 평가할 마음은 충분히 있지만, 진심으로 어떻게 해볼 마음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배도 고프고 답답하여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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