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배수구는 일정을 맞추기 어려워 금요일에나 뚫기로 했다. 그때까진 고담시 시계탑에 머무른다. 집에 없는 사이 오수가 화장실 문지방까지 넘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 반드시 이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이제는 뭔가 좀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는 집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도 거주는 안정적이다. 근데 그런 거 말고, 여기가 진짜 내가 뿌리 내리고 사는 곳이다 하는 느낌으로… 조 교수님이 파주 무슨 동네에 가서 행복해하는 것 마냥 말이야. 그런데 이렇게 복잡한 현대사회에 돈도 없이 서울 살며 그런 감각을 갖기는 쉽지 않지. 부르주아의 아들로 태어났다면 교외의 전원주택을 구했을 거다. 교통은 불편할테지만 분명 자동차 면허도 있었겠지. 지금은 전원주택도 없고 자동차 면허도 없다. 죽을 때까지 그냥 방에 사는 거다.
그러한 감각을 가상세계에서라도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목장이야기의 오랜 팬이다. 시리즈의 여러 버전을 해보았으나 슈퍼패미컴의 초대 목장이야기만큼 욕구가 충족되는 작품은 없는 거 같다. 마을 사람들이 너무 많이 간섭하거나, 내가 간섭을 해야 하거나, 쬐끄만 요정들과의 관계를 생각해야 하거나, 이성친구 맺기에 몰두해야 하거나…… 그러나 초대 목장이야기는 물론 연애 결혼 요소가 있긴 하지만 뭘 갖다 바치고 하는 일을 강요하지는 않고 하면 하고 말면 마는 분위기여서 훨씬 더 마음이 누그러지는 것 같다. 이쌔끼덜아 목장이야기를 좀 으응? 이렇게 만들으라고! 아이 죄송 갑자기 윤통이 빙의가 돼가지고… 여름에 나오는 목장이야기 신작 정확히는 게임큐브판 원더풀라이프의 리메이크작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게임큐브는 익숙하지가 않지. 하지만 스페셜에디션 미국판이 플스2로 나온 바 있단다. 에뮬로 돌릴 수 있다는 거지. 흐후흐
뭔 이사 얘기를 해도 게임 얘기로… 다시 돌아오면, 이사의 적정 시점은 언제인가? 좀 더 눈치를 봐야겠는데,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일단 이번에 하수구 문제를 해결하면 그래도 2, 3년은 문제가 없을 거다. 다시 말하면 2, 3년이라는 쿨타임이 차기 전에 이사를 해야 한다. 그 전까지 창문에 물 샌 거, 곰팡이 등 모든 문제를 해결 정리해야 한다. 내 40대 인생의 한 3분의 1정도가 화장실 배수구 상태에 좌우되는 것이다. 하수구에 저당잡힌 인생, 믿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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