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통이 모처럼 또 쓰셔갖고 다들 한 마디씩 하는 분위기겠지. 신문만 봐도 그런데, SNS가 어떨지는 뻔하다.
반지성주의는 리처드 호프스태터가 어쩌구 저쩌구… 막 그러는데, 이 책을 다 읽기는 하고 기사 칼럼들 쓰시는지. 나는 거의 외운다. 저의 졸저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를 보시면, 거기도 반기득권 정치 논리의 하나로 묘사가 돼있다.
어제 저녁 때 방송에선 보수 인사와 이 주제로 얘기를 했는데, 탈원전과 소득주도성장을 두고 반지성주의의 산물이라고 하더라. 그런 면이 있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탈원전이나 소득주도성장은 오로지 반기득권 정서(그런 게 완전히 없을 순 없는거지)에만 기대고 있는 게 아니고 나름대로의 지식과 이론체계가 근거가 되는 주장이다. 그래서 그러한 이론과 과학과 합리와 뭐 그런 것에 근거해서 그게 옳다든지 틀리다든지 논쟁을 할 수 있겠지.
근데 반지성주의라는 건 대체로 특정한 정책이나 철학에 대한 얘기라기 보다는 그걸 다루는 태도에 대한 거다. 가령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또는 검찰개혁 얘기하면서 원전마피아, 기재부 관료, 정치검사만 얘기한다면 그런 지적이 가능하겠지. 그런데 그것 뿐일까? 그런 지적을 하면서 탈원전은 판도라라는 영화의 정서적 영향 때문이고 소득주도성장은 철지난 이념의 반영이라고 하는 것은 어떨까? 이것도 전형적인 반지성주의적 논리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통이 철지난 이념 얘기하고 문정부가 정치적 이득을 보려고 일부러 집값을 올렸다고 그런 거… 그게 다 반지성주의적인 태도지. 그런데 방송에서 그걸 뭐 내로남불이다 너나 잘해라 이런 얘기로 가기 보다는, 이제부터는 그런 국정운영은 안 한다는 믿음을 줘야 된다 라는 교훈적인 얘기로 끝맺었다 이거다.
오늘 아침에도 비슷한 얘기를 했는데, 방송에서는 좀 안 한 얘기도 있다. 반지성주의적 세태를 가능하게 하는 건 뭐냐? 정치적 선동이니 뭐니 그런 것도 있겠지만 지성, 지식인, 전문가의 타락이 실제 그렇다는 사실도 반지성주의적 세태를 강화하는 요소이다. 윤통은 본인은 법-전문가인데 그렇지 않은 세력으로부터 공격받은 사실로부터 반지성주의라는 키워드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러한 법-전문가들도 본인이 공격을 받을 때에는 심지어 그게 정당한 비판과 문제제기라도 ‘불순한 의도’를 맨 먼저 거론하며 반격하지 않는가. 채널A와 고발사주, 후니월드 문제가 대표적이지.
이거 후니횽도 마찬가지. 윤우진 문제 같은 거, 그냥 검찰에 대한 공격이라고 하잖아. 그런 세계관으로 일관하는 거지. 조국 수사는 문통 정권에 대한 공격이고, 검언유착은 그것에 대한 반격이고, 그러니 여기에 다시 고발사주로 반격하고… 이런 식으로 하니까 반지성주의라는 게 존재할 수 있는 거다. 윤통이 단순한 자기 정당화가 아니라 그러한 통찰에까지 도달한 결과로 취임사에 반지성주의란 단어를 쓴 거라면,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잘 알겠지. 잘 알겠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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