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명대장은 박스권 지지율로 고민스럽다는데, 티비토론이 중요한 고비가 될 거다. 가장 큰 약점은 재명대장이 뭘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거다. ‘악당일 순 있지만 유능하다’라는 재명대장의 전략은 ‘악당’이기 때문에 ‘유능’이 믿을만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다시 ‘악당’의 이미지가 굳어지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원래는 그런 이미지가 아니었다. 이전까지 재명대장이 유권자들은 ‘악당’이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과를 내리라 봤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악당’은 ‘말 바꾸고 약속 안 지킬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냐? 이번 주 월요일에 쓴 글 내용 일부이다.
정말 수도권에 311만호를 공급하면 집값이 떨어지고 무주택자가 집 주인이 된다는 확신을 후보 본인이 갖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311만호라는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집값 안정과 무주택자들의 주거 불안 해결을 위해서라면 울고, 무릎 꿇고, 누구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매달릴 준비가 돼야 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악당의 이미지를 벗어날 수 없다면, 이재명 후보 자신의 목표가 유권자들의 바람과 일치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속는 셈 치고…’ 라는 명분이라도 작동을 하게 된다.
위기의 신호가 분명해지다 보니 문재인 정권과의 차별화를 더 강화해야 한다거나 86세대의 용퇴가 필요하다거나 하는 주장도 나오는 모양이다. 물론 그런 카드도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중요한 건 효과다. 무언가 극약처방을 썼는데도 선거 캠페인 전반과 후보의 대응이 바뀌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 카드는 쓰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극약처방에 앞서 전략을 가다듬는 게 우선이고, 이게 ‘이재명 정치’가 무엇인지 맥락을 잡아주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자체장직 수행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인상을 남긴 ’이재명 리더십’은 직접 행동에 나서 성과를 만들어 낸다는 게 핵심이다. 유권자들은 여기에서 문재인 정권과의 차별화 된 모습을 기대해왔는데, 이재명 후보는 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대선후보라는 입장과 대선 국면이라는 특성상 어떤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성과를 내야 한다고 하니 여당이 주요 법안을 일방처리 하라는 말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외 유권자들에게 그건 ‘문재인 정권’과 마찬가지인 모습이다. 그런 것으로는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
설득이 안 되면 일방처리 하겠다는 게 아니라, 설득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게 필요한 거다.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특검이나 35조원의 추경 규모 등 야당의 주장을 수용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런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상대 당과 후보가 협의에 응하지 않는다고 하면 모든 게 흐지부지가 된다. 대장동 특검도, 추경의 재원 마련을 위한 협의 요구도 마찬가지 결과가 되고 있다. 하지만 민생을 위해 정말 협의가 필요하다고 하면 윤석열 후보의 집 앞으로 찾아가는 일을 못할 게 무엇이겠는가?
유권자들로부터 “심지어 저렇게까지 하는구나”란 반응이 나와야 한다. 절박함을 보여줘야 한다. 성과를 당장 내지 못하더라도, 저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국민의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정말 저렇게까지 하겠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상대당 후보의 약점을 파고들며, 무속이니 검찰공화국이니 지지자들끼리만 만족하는 네거티브 공방에만 몰두할 일이 아니다.
동아일보의 논설위원도 비슷한 진단을 내리고 있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20128/1115032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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