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건 다 됐고 임성근 씨를 앞에 놓고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추정했다. 어제 라디오 방송에서도 한 얘기다.
김명수 씨가 한 말에 해당하는 부분만 의혹 제기와 해명에서 건져 보면 이렇다.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탄핵 논의를 할 수 없게 돼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수리 여부는 대법원장이 알아서 하겠다.” (임성근 주장 및 녹취)
“일단 치료에 전념하고 신상 문제는 향후 건강상태를 지켜본 후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말했다.” (김명수 첫 번째 해명)
“‘정기인사 시점이 아닌 중도에 사직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 (김명수 두 번째 해명)
말이 엇갈리면 둘 중 하나는 거짓이라고들 하지만 많은 경우 그렇다기 보다는 양쪽이 자기에 유리한 부분만 선택한 결과인 경우가 많다. 동전의 양면이고 달의 앞뒷면이다. 모든 발언을 사실의 일부로 간주하고 상황을 재구성해보는 게 진실을 파악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김명수 씨가 하려던 말은 뭘까? 재현해본다.
“성근아… 네가 사표를 낼 순 있어. 내면 안 된다는 게 아니야. 근데 너는 지금 재판도 받고 있고 국회에서 탄핵될 수도 있잖아. 내가 사표 수리를 할 수 있겠어? 내가 물론 탄핵에 동의하는 건 아냐. 최소한 내가 대법원장 하는데… 1호가 될 순 없어… 그렇지만 어떡하냐, 국회가 하겠다면 말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너 어차피 임기 얼마 안 남았잖아? 조용히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 다들 그렇게 하잖아. 왜 지금 사표를 내서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시끄럽게 하려고 그래? 쟤들이 가만히 있겠어? 일단 성근아, 건강 문제는 치료를 좀 해보고 어떻게 할지는 나중에 얘기를 더 해보자. 형은 무조건 네 편인 거 알지? 그래 우리 힘내자. 성근아, 참 세상살이 팍팍해 그지? 산다는 게 참 이런 게 아닌데…”
하지만 성근 씨는 애초에 형을 못 믿었고 그래서 녹음 버튼을 누르고 들어간 것이었으니…
아무튼 내 생각은 김명수 씨가 눈치를 봤다고는 할 수는 있다. 근데 애초에 여당하고 같이 편먹고 후배 목을 뇌물로 바쳤다 이런 건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조용히 넘어가자고 한 거다. 법원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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