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벌어진 아침인 금요일에 원래는 없는 스케쥴이 생겼다. 라디오에 가서 상황을 전달하는 것이었는데, 원래 월요일 수요일에만 나가지만 이 일로 특별히 금요일인데도 가게 된 것이다. 워낙 분위기가 좋지 않고 진행자도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이날 아침에 김여정의 대미 입장문 전문이 나왔는데, 왜 디브이디를 달라고 하는 건지에 대해 사담을 했다.
바로 이날 저녁 방송 아이템도 서울시장 문제였는데, 주제를 ‘애도와 2차가해’로 정했다.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비슷한 조건에 있는 여성 하급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해야 할 필요가 있고 피해 발생 초기에 비밀이 보장되는 방식으로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공직사회 내 시스템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그 대상이 사망했는데 진상규명을 어떻게 하느냐고 질문했다. 원고에는 없는 내용이었다. 사건을 보는 어떤 전형적 태도로 느껴져 잠시 우려됐다. 즉흥적으로 답변했는데, 오늘은 또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말미에, 애도를 하면 피해자의 어려움과 가해 사실에 대해 외면하는 사람이 되고 피해자에 대한 연대 의사를 밝히면 예의가 없는 소시오패스라는 소리를 듣는 건 성숙하지 못한 사회라고 했다.
일요일은 2개 방송이 있는데, 앞의 방송 진행자의 경우 방송 시작 전에는 좀 우려가 됐으나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다. 다만 진행자가 특정 상황을 전제로 ‘사자명예훼손’을 거론하여 ‘그런 식으로 볼 것은 아니고…’란 말머리를 붙여 애도는 애도대로 하되 고소장이 제출된 건 사실이니 만큼 2차 가해에 해당하지 않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뒤의 방송에선 다음 주에 하면 안 되냐고 해서 문제의 주제를 다루지 않았다.
오늘 아침 방송에 가면서는 좀 우려가 되었다. 지난 주엔 그런 분위기였는데, 진행자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기우였고 오프닝도 썩 괜찮았다. 뉴스를 전하는 내용에도 나름대로는 균형을 잡았다. 오늘부터는 매주 또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의 유튜브 방송에 나가기로 했는데, 거기서도 그 정도면 괜찮았다. 카페에서 글을 쓰려다가 커피를 옷에 다 흘려 급히 집에 와서 다시 썼다. 아주 모범적인 얘기, 완벽한 얘기는 아니었겠으나 나만의 세계에서 볼 때는 그만하면 나름의 역할을 했다. 세상… 어디까지나 생각보다는, 아직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뒤돌아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뭐 이게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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