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국회로 보내면 되는데 운동권이 가로챈 후과가 이거 아니냐는 얘기를 봤다. 할머니를 국회로 보내는 것에는 찬성한다. 그런데 운동권이 중간에 가로챘다고 하고 끝낼 정도로 세상이 단순하지 않다. 학출이냐 노출이냐 논쟁 옛날에 다 한 거 아닌가.
옛날에 덤프 아저씨들하고 일했는데, 그 중에는 노조 하자는 사람도 있고 먹고 사는 게 우선이니 일거리부터 나누자는 사람도 있다. 특수고용노동자가 노동권을 쟁취해야 문제가 풀린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면 노조하자고 하고, 노동권 쟁취는 영영 안 될 판이니 먹고 사는 일이라도 해결하자는 사람들이 일거리 소개라도 상부상조 하자고 했다. 활동가들은 당연히 전자를 주장했고 또 그게 맞는 건데, 그렇다고 후자의 주장을 세상 철 모르는 소리로만 치부하기도 쉽지 않다. 둘 사이에 영영 화해 못할 간극이 있는 것도 아니나, 어쨌든 후자를 주장하신 분들이 활동가들을 더 미워했던 건 사실이다. 물론 또 전자를 말하는 사람과 후자를 말하는 사람을 무 자르듯 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그 당시 의장(다른 조직 같으면 노조위원장이나 대표 쯤 된다)이셨던 분은 활동가들에겐 후자의 중요성을, 후자의 아저씨들에겐 활동가들 주장의 당위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그 시점에 그 아저씨는 적어도 그 대목에선 존경할만 했다.
할머니들도 그런 거 아니냔 말이다. 90년대 초반부터 해왔는데, 이게 해결이 될 기미가 안 보이지 않는가. 그러다 보면 누구는 보상금이라도 받았어야 하는 거 아니냐, 활동가란 것들은 장관도 되고 의원도 되는데 우린 이게 뭐냐 이렇게 되는 거다.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 한 날 내가 주변에 한 얘기가 그거다. 이거 국회의원이 돼서 그런 거다… 당연하지 않냐?
그러니까 문제의 핵심은 할머니가 아닌 활동가가 국회에 간데서 온 게 아니고, 이 운동 내에서 국회에 간다는 게 뭔지, 누가 뭘 하러 가는 건지… 그 정도의 합의도 없으면서 급조된 비례정당 소속으로 덜컥 배지를 달아버리는, 그런 허약하고 부실한 운동관이 문제인 것이다. 활동의 총의를 모아야지. 이용수 할머니도 썼다. 자기가 여성인권운동가라고. 할머니를 운동가로서 대해왔는지 돌아봐라. 그래서 국회에는 할머니가 갔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내가 볼 때는 오히려 할머니를 대상화하는 얘기일 수도 있는 거다 이 말이야.
집 치우고 빨래하다 심란해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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