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못한 거 오늘 했다. 뻔한 얘기냐? 지금은 뻔한 얘기들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전략)
채널에이 기자 관련 사건은 강요미수 등의 내용이지만 본질적으로 검찰과 언론의 유착이 사실인지 여부를 가려야 하는 건이다. 반면 최경환 전 부총리 고소는 엠비씨 보도의 진실성과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사건이다. 두 건 모두 제보자가 같은 사람이라 접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반드시 같은 날 같은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는 법은 없다. 엠비씨의 불법촬영 보도 등도 마찬가지다. 보도 과정에서의 위법성 문제이지 검찰과의 유착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왜 형평성인가? 윤석열 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관계에 주목하는 보도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성윤 지검장은 법무부가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검사들에 대한 인사를 단행한 이후 취임했다.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 동기인데, 정치적으로 보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국 전 장관 수사 문제 등으로 정권과 적대적 관계가 돼있고 이성윤 지검장은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정권 핵심부와 가깝기 때문에 뭔가 대립구도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해석을 넘어 윤석열 총장의 지시는 이 사건을 어떤 시각으로 보는지를 드러내고 있어서 흥미롭다. 엠비씨와 채널에이에 대한 영장청구를 같은 선상에 놓고 형평성을 따지라면 두 사건 사이에 뭔가 공통점이 있다고 판단해야 하는데, 윤석열 총장은 두 사건 모두 검찰과의 관계를 사칭하는 어떤 존재에게 언론이 휘둘린 결과로 보는 게 아닌가 한다. 즉, 수사의 칼을 제보자에게 겨눠야 한다는 것이고 이런 시각이라면 검언유착이라는 것은 없다는 인식에 가까울 것이다.
이런 해석이 무리라고 한다면 한쪽은 여당에 유리한 사건, 다른 쪽은 야당에 유리한 사건이라는 정치적 시각으로 형평성을 판단했다는 건데 이건 적절하지 않다. 백보 양보해서 이런 고려를 하더라도 내부의 지시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밖에다 얘기할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든 언론사 압수수색을 너무 쉽게 보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 사건에서 채널에이가 스스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 건 사실이다. 의혹이 제기됐으면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사위를 꾸려서 투명하게 결론을 밝히는 방식을 택했어야 하는데 사실상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채널에이의 불성실한 해명과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가 반드시 법적 인과관계를 갖는 것은 아니다. 언론사가 성역은 아니지만 취재 과정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검찰이 강제수사를 했다는 전례를 남기는 것은 위험하다. 오늘은 채널에이지만 내일은 정상적이고 좋은 취재를 하는 언론이 그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검찰과 언론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인지, 유착돼있다면 어떤 방식인 것인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채널에이나 심지어 엠비씨도 검찰에 협조할 부분은 성실하게 협조해서 자발적으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검찰도 언론사에 대한 강제수사로만 이 문제를 풀려고 할 게 아니라 의혹을 받고 있는 검사 포함 자체 감찰 등을 진행해서 그 결과를 공개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은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알리바이가 되는 결과만 남는다. 혹시 그걸 원하는 거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는 걸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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