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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윤석열

허무한 일들

2021년 3월 4일 by 이상한 모자

얼마 전에 인터넷 방송에 나갔는데, 끝나고 나서 그만 둔다고 했다. 제작진이 ‘재미있게 하라’고 한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행자는 매번 왜 방송에만 들어오면 뚱하냐는 둥, 불평 불만이 많다는 둥 해왔다. 재밌자고 하는 얘기니 받아들일 수 있지만 기분이 좋을 일도 아니다. 그래서 적당히 반발하는 척 하면서 분위기를 이어가면 될 걸로 생각했다. 이 대목에 대해선 기분의 문제는 있겠지만 전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준비도 하지 않은 내용에 대해 평하라고 한 거다. 심지어 내 분야도 아니었다. 정치나 정책 어떤 사회현상에 대한 거면 상관없다. 하지만 개인에 대한 건 잘못된 얘기를 할 수 있다. 김동성 씨의 인생에 대해 내가 준비도 없이 갑자기 논할 수 있는 게 뭔가? 안타깝다고 했다니 그게 전부냐며 또 면박을 주려는 태도이다. 준비해오란 건 다른 주제 아니었냐 했더니, 의견을 달랬는데 당신이 의견을 안 주지 않았냐 한다. 사실이 아니다. 그랬더니 또 SNS를 안 해서 이 소식을 잘 모르시는가보다 한다. 그럴 수 있지만, 그게 본질인가? 진행자는 이전에도 당신은 카톡을 안 해서 일이 어렵다 라고 방송 중에 말했다.

이 모든 문답은 생중계되었다. 답할 수 없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데, 답을 하면 바보가 되는… 이게 뭐지??? 아무튼. 결국 내가 계속 해봐야 프로그램에 누가 될 뿐이니 그만 하겠다고 했다. 아마 거기서는 계속 이상한 캐릭터로 남을 것이다.

시사평론가라는 게, 그냥 생계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생각만 갖고 사나. 뭔가 공적 목표를 갖고 살아야지. 뉴스 볼 시간이 없는 사람들에게 맥락을 해설해주고 이게 사실은 이런 거요, 이건 이런 문제요 하는 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다들 이 세상의 주인으로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걸 내가 잘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그런 삶에 좀 충실하고 싶다.

글을 쓸 때도 그런 생각을 종종 하는데, 지난 주에는 이런 글을 썼다.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0012.html

오늘 이 코너에 들어갈 글을 쓰는 날인데, 윤석열 씨가 직을 던지는 바람에 그 얘기를 또 썼다.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 이 정권의 괴상한 정치가 또 다른 괴물 같은 정치를 낳고 있다. “윤석열은 잘할지 모르지만 검찰이 언제나 윤석열 검찰은 아니지 않느냐” 이런 논리로 검찰개혁이든 뭐든 말했어야 하는데 윤석열 윤석열 타령하다 이게 뭐냐? 이제 검찰개혁! 하면 다들 비아냥 대기만 한다. 대검찰강경파분들은 단견으로 대업을 망친 사람들이다.

기자협회보에는 이번 주에 이런 글을 썼다. 백신 얘기 같은 건 어차피 전문가 또는 준전문가 분들께서 SNS에서 활약을 하고 계시겠지만, SNS라는 게 자기들끼리나 물고 빠는 플랫폼이니 다양한 기회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8983

이런 글들을 쓰면서도,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은 일의 연속이다. 응원과 애도… 어떤 분노와 항의… 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고 필요하다는 생각도 있지만, 결국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건 ‘나 자신’이 아닌가. 애도하는 나, 슬퍼하는 나, 이런 사태를 염려한 나… 나라고 크게 다르지도 않지만, 어쨌든 ‘나’에 대한 관심이 회피가 아니라 책임으로 이어져야 하고, 이 가교를 만드는 게 정치이다.

근데 차별금지법이나 퀴퍼 참여를 말하면서, ‘척’만 하는 세력이 아닌 ‘척’조차 하지 않는 세력으로 힘을 몰아 주자고 하는 건 무슨 정치인가. 그 정치인에 대한 실망은 집권 세력을 이탈한 것에 있지 않다. 이탈하고 나서 하는 일이 문제다. 최근의 말은 퀴퍼는 교외에서 하라는 분의 꽃길을 깔아준다는 것이다. 時事의 評論이라고 하면 이런 얘기를 해야 한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백신, 시사평론, 윤석열

현수 씨 퍼즐 맞추기

2021년 2월 21일 by 이상한 모자

소위 기자라는 사람들, 뭐 대단한 거 취재했다고 자기만 아는 큰 뭐가 있는 듯이 얘기하는데 세상사가 그렇지 않다.

1) 쓸만한 취재를 해서 모처럼 빨리 썼다: 기사를 냈든 안 냈든 다른데도 그만큼은 취재했다.
2) 쓸만한 걸 취재했지만 아직 못 썼다: 다른 신문에 이미 났거나 곧 난다.
3) 아직 쓸만큼 취재는 안 됐지만 술자리에서 잘난척 떠들만한 정도는 된다: 종종, 다음날 술 깨면 내 해석과 상반된 팩트가 나온다.

그래서 남의 신문 꼼꼼히 보는 게 미덕이다. 기자가 할 일이 너무 많다.

어쨌든 신현수 씨 얘기로 너무 많은 정보가 나오니 어떤 게 맞고 틀린지 혼란스럽고 이런데, 그럴 때는 모든 얘기가 사실에 가깝다고 보고 추리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 토요일 라디오 방송에서 한 얘기다.

지금까지 나온 얘기 정리하면 대통령이 민정수석 배제를 알았느냐 몰랐느냐로 크게 시나리오가 나뉜다.

1) 대통령은 민정수석 배제 몰랐고 박범계 혹은 민정비서관이 직보했으며 대통령은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
– 반론: 민정수석이 보고하는 게 디폴트이므로 대통령이 조율 여부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어 배제 사실 모르기 어려움.
– 의문: 그럼 박범계 인사안엔 누구의 의중이 실린 건가?

1-1) 박범계 장관이 재가 안 받고 민정수석 배제한 채로 인사 공개했고 민정수석이 이를 문제 삼았으나 대통령이 나중에 인사안을 추인했다.
– 반론: 재가 안 받은 거 아니다. (청와대)
– 의문: 박범계는 도대체 무엇을 누구를 믿고 그랬나?, 대통령은 왜 박범계를 혼내지 않고 그냥 추인했나?

2) 대통령이 민정수석 배제를 알면서도 인사안 재가했다.
– 반론: “박 장관이 자기 주장을 관철하는 대로 절차를 진행했다. (신 수석과 박 장관 사이) 이견이 있는 상태에서 발표가 났다”, 대통령 보고 과정 등은 묻지 마라 (청와대)
– 의문: 이럴 거면 신현수 씨를 왜 썼나? 연초와 판단이 달라진 이유가 뭔가?

2-1) 대통령이 백운규 전 장관 영장청구에 진노해 박범계 인사안 재가했다.
– 반론: 백운규 전 장관 문제는 관계가 없다. (청와대)

2-2) 추미애 윤석열 두 사람 입장 다 감안해서 연착륙 시도한 것이다. (김종민 주장)
– 반론: 그런 취지면 신현수 설득이 왜 안 됐나?

이제 이 모든 설명을 대체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시나리오를 상상해보자. 어디까지나 상상이다. 기자분들 저를 자꾸 무시하지 마라. 평론가가 상상 좀 하면 안 되냐?

신현수 씨도 문통의 최측근이다. 검찰과의 휴전은 어떻게 가능한가? 내가 신현수 씨라면, 지난해에 너무 밀어붙여 놨으니 휴전을 하려면 일단 윤석열 쪽에 전쟁을 지속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보여야 나도 검찰을 핸들링 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검사장급 인사는 이 계기다. 임기가 얼마 안 남았으나 검찰총장 권한 정상화시켜준다는 신호가 있어야 한다. 그러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다른데로 보내는 거다. 검찰총장은 수사지휘와 인사로 조직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는데 둘 다 무력화되는 중심에 이성윤 검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추미애 씨를 앞세웠던 검찰-강경파 입장에서 보면 이성윤 검사는 꼭 지켜야 한다. 첫째, 조남관 고기영 등이 비겁하게 후퇴할 때에도 개망신을 자초하면서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충신이다. 둘째, 윤석열을 어떻게 믿는가? 조국 수사 못봤나? 이성윤이 정권으로 오는 부담을 장판파 장비처럼 혼자 막고 있는데 어떻게 빼나? 백운규 영장 청구하는거 봐라. 셋째, 나 추미애도 대권주자인데 면이 안 서지 않습니까.

여기서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할까? 선택을 해야 한다. “이번에는 무조건 신현수 말대로 하시오” 하든가 “이성윤 그대로 두되 최대한 신현수를 설득해보시오” 하든가. 삼국지에 보면 국외의 일은 주유에게 묻고 국내의 일은 장소에게 물으라 하셨다… 검찰 관련 문통의 마지막 선택은 언제나 나도 검찰은 못 믿는다는 거다. ‘우리 편’들은 이성윤 유임에 공감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볼 때 박범계가 무슨루트로든지 받은 훈령은 1) 이성윤은 유임할 것, 2) 이에 대해 신현수를 설득하고 나머지 인사 양보 등 협의할 것… 이었다고 본다. “당신은 우리편이냐”라고 박범계가 신현수를 윽박지른 게(중앙일보 보도) 이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장관과 총장이 만난 사실 공개되고 사진도 공개되고 하니(윤석열은 인사 임박 신호가 된다는 이유로 밀실협의를 고집해왔다) 역시 윤석열 검찰로선 의심이 생겼던 것 아닐까 한다. 이성윤 유임 방침은 움직일 수 없다는데… 이성윤 검사의 태도가 바뀔 것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하는 걸 보면 여전히 식물총장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 그러니 [단독] 이성윤 유임… 장관이 총장에게 통보했다더라, 이 기사가 나버리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건 인사가 샌 것이기 때문에 법무부도 빨리 인사를 확정해 발표를 해버릴 필요가 있다. 이미 인사안 즉 1)은 ‘우리편’들에 의해 확정돼있었고 신현수를 통한 협상 즉 2)는 시간상 불가능하게 됐기 때문에 2)는 못하고 1)만 실행된 거고 그 결과가 일요일의 이례적 인사 발표 아니냐는 거다. 이게 형식적으로는 재가 전 인사 발표가 됐을 수도 있고, 이를 안 신현수 씨가 감찰 요구를 했을 수 있으나, 대통령 입장에선 이미 예상한 시나리오의 범주 내였으므로 OK한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다.

윤석열 검찰 입장에선 혹시나가 역시가나 된 거고 이제 앞으로 신현수 씨도 믿지 못하는 입장일 것이다. 신현수 씨는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 정권과 검찰 사이를 정상화해야 된다는 것에 동의해서 직을 맡았을 텐데, 이게 불가능하게 됐으니 직을 유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앞에 말했지? 그냥 상상이라고. 아니면 말고, 평론가가 하는 일이 그거여. 아니면 말고.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문재인, 민정수석, 박범계, 신현수, 윤석열, 이성윤

레임덕은 이미 우리 곁에

2020년 12월 29일 by 이상한 모자

어젠가 그젠가 누가 그러더라. 이게 레임덕 아니냐… 그렇다고 생각했다.

레임덕이라 그러면 보통 두 가지 정도 얘기한다. 첫째, 대통령이 마음 먹고 하려는 게 잘 안 된다. 애초부터 불가능에 도전하려고 한 것이거나 불가항력의 조건이 새롭게 나타났기 때문이 아니다. 되어야 하는 게 안 되는 모습이 공식적으로 드러난다. 대표적으로 우리윤총장 징계 문제가 그렇다. 동부구치소 문제를 두고 사실상 수장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법무부 서울시가 서로 책임 떠넘기기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중대본부장인 총리가 사과를 했으면 무슨 가닥이 잡혀야지 계속 이러고 있다.

둘째는 ‘우리 편’들이 말을 안 듣기 시작하고 그게 ‘차기’와 연결이 된다. 김두관 등의 우리윤총장 탄핵론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통령이 이제 됐으니 그만하고 여기서 탈출하자고 그랬으면 말을 들어야 할 것 아닌가? 신문은 들을문이요 이낙연도 대통령 말 듣자는 분위기인데 통제가 안 된다. 이것 때문에 본 손해가 얼마인데… 상관 안 하는 거다.

추장관님도 마찬가지다. 청와대가 아니 우리 추장관님이 사의를 표명하셨네요! 책임을 지시려나 봅니다! 이랬으면 뭘 어쩌겠다는 얘기가 있어야지 산산조각이 됐다느니 이상한 말만 자꾸 하고… 이제 더 미룰 수도 없고 명예제대를 시킬 명분도 없으니 원포인트로 내보낸다 아니다 그래도 다른 장관하고 같이 발표한다 오늘한다 내일한다 다시 오늘한다 그건 아니고 오늘 내일은 아니다… 이런 얘기만 계속 나오고… 여보세요! 청와대 전화는 받는 거요?

좀 특이한 점이랄까 그런 게 있다면, 이번 정권 레임덕 초입의 풍경은 민주 대 반민주 구도와 엮여있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 쓴 글 내용이기도 한데, 탄핵론자들은 검찰-사법-언론이 다 기득권이고 민주주의를 위해 저항해야 한다고 그러고 있다. 문통을 지키기 위해서라지만, 이런 기준으로 보면 문통은 타협론자인가? 문통의 지지자라면, 뭘 위해 했는지 모르지만 우리윤총장 징계 청구를 강행해 대통령에게 엄청난 법적 정치적 부담을 안긴 추장관님을 조상님 원수처럼 여겨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다. 늘 말하지만 오늘날의 지지자라는 사람들은 뭔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지 뭘 지지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민주주의여~~ 하는 주장은 최근의 유행이어서 안철수도 김종인도 심지어 태극기들도 너나할 것 없이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를 외치고 있다. 그것은 거짓말이나 기만이라기 보다는 민주 대 반민주라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반독재 대 독재라는 구도의 여러 버전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기가 뭘 하는 건지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사례가 막 등장하는데 한겨레라는 신문이 대표적인 것 같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76392.html

이 글은 황당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일파들은 ‘살아있는 권력 수사’란 말을 갖고 계속 시비를 건다. 권력이 자기를 향한 수사를 무력화시킬 수단을 여럿 갖고 있기 마련이니 그걸 돌파해야 한다는 말을 의도적으로 비튼다. 뭐 어쨌든 이건 다음에 또 얘기하고… 재미있는 건 은연 중에 자기들의 세계인식을 실토하고 있다는 건데, 우리윤총장에 대한 대중적 지지는 강렬한 반문감정 때문이라고 하는 대목이다. 바로 그렇다. 그게 어느새 현대 정치의 본질이 됐다. 그런 점에서 이런 글을 쓰는 자들 역시 정확히 반대의 자리에서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반독재냐, 반’반독재’냐의 손에 땀을 쥐는 싸움! 이제 사람들은 이런 양자택일의 구도에 들어맞는 얘기가 아니면 아예 이해를 하려 들지도 않는 상태가 되었다.

언젠가 이 회사의 기자님을 만나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당신네 회사는 정권교체만이 답이 아닌가 하고 말씀드렸다. 이 신문이 정치 이슈를 제대로 다루려면 실제로 군부독재 상태여야 하는 것 같다. 그래야 단결이 잘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 문통이 아니라 그 이후, 정권을 재창출 하실 차기가 걱정이다. 무엇에 대한 반대를 어떤 강도로 하는 것인가? 좀 두렵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김두관, 레임덕, 민주 대 반민주, 윤석열, 추미애,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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