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해야

사람들이 다들 별로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 실제 알고 싶지도 않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마구 떠들어 제끼는 일로 벌어먹고 살겠다는게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그걸로 요 몇 년 이만큼 했으면 이제 그만할 때도 된 거다. 방송이라든지 뭐 그런 데를 가봐도 다 끝났다는 게 느껴진다. 뭘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거의 아무도 없다. 그냥 제각기 자기들이 필요한 얘기를 떠들면서 남도 그렇게 해주길 바랄 뿐이다. 그런데서 나 같은 놈들은 군식구에 불과하다. 밥이나 축내는 놈이다. 낭비다.

듣고 싶은 얘기가 없고, 듣고 싶은 사람도 없는데, 뭘 얘기를 해야 된단 말인가? 뭐 글도 마찬가지다. 무슨 글을 쓴단 말인가? 나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맞춰야 한다 이런 게 아니다. 운동권에서도 그랬듯, 문지기라도 그 역할이 필요하면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역할이 필요하지 않은데 억지로 기생충처럼 살아갈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냥 각자에게 필요한 얘기를 취향껏 골라잡고 SNS에다가 알아서들 자아실현 하면서 살면 되는 거다. 나는 뭐 버티다 버티다 강제다이어트 하든지… 어쩔 수가 없잖냐. 세상이 요구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아닌데.

마지막 방송

오늘은 어떤 방송국 프로그램의 마지막 방송이었다. 요즘 그 방송사도 사정이 좋지 않다. 사정이 좋지 않을 게 없는 곳인데 이해를 할 수 없는 이유로 사정이 안 좋다. 분장실에 가서 앉아 있는데 기자인 진행자가 말했다. 오늘은 제가 말을 줄일테니 마음껏 말을 하십시오. 평론가님의 꿈을 펼치십시오. 좋은 마음으로 하는 얘기지만… 아시다시피 이런 거 잘 받아주질 못한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대꾸했다. 아니 방송을 없애면서 무슨 꿈을 펼치라고 합니까…

분장실 노동자… 분장실 선생님이 말했다. 마지막 방송이니까 예쁘게 해드릴게요… 이 얘기에는 차마 야박하게 답할 수가 없었다. 혹시 모르지요, 3년 후 5년 후에 다시 부를지. 선생님이 답했다. 한 달 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답했다. 이 회사가 그렇게 빨리 정신을 차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늘도 생각했는데, 방송국 사람들은 뭔가를 설명하는 것을 별로 원하지 않는다. 뭐 고관여층이라는 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냥 내 적성이 아닌 것이 아닐까? 나이 40이 넘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괜히 배만 고프네. 일단 빨리 잠을 자는 게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