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짤리다보니…

짤릴 때의 그 느낌을 아시는가? 세상에서 내가 지워지는 느낌이다. 좀 오바지. 애초에 섭외가 된 게 이상한 일이다. 내가 뭐가 있다고? 그러나 아무튼 주관적으로 그런 느낌이 든다는 거다.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냐. 내가 있던 데에 더 이상 내가 없는데 지워지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 더군다나 사람들이 많이들 보고 듣는 공간이라고 한다면…

오늘은 모 일간지에서 글을 그만 써달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보통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좋은 말로 의사를 전달한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니 잠시만 쉬어달라든지 뭐 그런 건데, 그러면 나도 적절한 예의를 갖춰서 맞장구를 치면 되거든. 사람이 오늘만 사는 거 아니잖아. 나중에 어디서 또 만날 줄 알고.

근데 요즘 그런 게 안돼요. 되게 생겼어??? 더군다나 나 같은 놈이??? 안 될 거 아냐. 잠시만 쉬어달라고 하기에 글쎄요 잠시가 될지 영원히가 될지 어떻게 압니까 그래버렸네… 왜 그랬지… 모르겠다… 이게 그거 잘린다고 생계에 엄청난 타격까진 아니거든. 왜냐면 애초에 원고료가 크지 않으니까. 기분과 명예의 문제지. 근데 기분은 좀 그래요. 내가 다른 얘기도 들은 게 있는데… 아닙니다… 그 얘긴 상관 없는 얘기니까 됐고… 뭐 제가 회사에 도움이 안 되면 그만둬야지 어떻게 하겠습니까…

내일은 시간이 많은 날인데, 뭐 맨날 많지만. 내일은 하여간 더 시간이 많은 날인데, 그래서 내일은 카레를 만들고… 작은 게임기들을 수리를 보낼 생각이다. 한 개는 대구로… 한 개는 부산으로… 그리고 힘과 시간이 남으면 안경을 손보러 떠날 생각이다. 요즘 한쪽 눈 시력이 또 변했는지 또 초점이 맞지 않아 힘들다. 안검하수가 영향이 있을라나? 안검하수 수술을 받아야 하나? 흰머리도 눈에 띄게 많아지고, 서럽다.

놀랍고 안타까운 소식

슬픈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4380

주변 분들은 언론노조 일로 대부분 잘 아실텐데, 저는 잘 아는 분은 아니고, 건설노조에서 뵌 분이다. 그때 고인도 직업적 운동권은 초년생이었다. 그때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였지만, 그 젊은 나이에 비해서도 굉장히 젊어 보이는 분이어서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후에 간접적으로 이런 저런 소식을 듣거나 했는데, 지병이 있는지는 몰랐다. 개인적인 교류는 전혀 없었지만 그래도 한때 같은 공간에 있던 분인데… 뉴스 기사로 이런 소식을 알게 되어 놀랍고 안타깝고 슬프다.

그 시절 대방역 뒤쪽 사무실에 다니면서 봤던 분들을 가끔 신문에서 본다. 이런 저런 일로 기고를 하시는 분도 있고, 무슨 일이 있어서 기사에 등장을 하시는 분도 있고 그렇다. 여전히 다들 비슷한 자리에 있다. 얼마 전에는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가 있었는데, 건설노조 시절에 ‘의장님’ 이었던 분이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걸 보았다. 물론 낙선했지만…

이게 뭐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왠지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