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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신변잡기

왜

2023년 11월 27일 by 이상한 모자

왜, 라는 질문은 중요하다. 왜? 가 중요하다. 이유가 중요하다. 무엇이든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유가 없는 것에도 최대한 이유가 있는 것이 좋다. 그래도 세상에 이유가 없는 게 있지만, 어쨌거나 이유는 있어야 한다.

오늘은 한겨레분들과 방송을 끝내고 회식을 했는데, 집에서 나올 때부터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전혀 알 수 없어 분위기를 맞출 수 없었다. 그것은 방송 중에도 마찬가지였는데, 아마 시작할 때에 티가 좀 났을 것이다. 떠들다 보니 컨디션 회복이 좀 되었으나… 어렵다. 휴대용 게임기를 들고 나와 대기실에서도 수퍼 마리오 3를 하면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으나 쉽지 않았다.

수퍼 마리오 3는 올타임 레전드 세계 최고의 게임이다. 닌텐도 스위치로 모든 버전의 수퍼 마리오 3를 할 수 있는 시대다. 패미컴, 슈퍼 패미컴, 게임보이 어드밴스… 온라인 서비스에 가입해야 하지만, 어쨌든. 나이를 먹어 실수가 잦아졌다면 닌텐도 녀석들이 만들어 놓은 에뮬레이터의 기능으로 리와인드를 걸어 다시 시도할 수 있다.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이냐? 뭐 내가 오늘 들고 나간 게임기는 GBA SP였지만…

어쨌든 PD님이 물었다. 뭐 서운한 거 있으시냐. 방송국 다니면서 서운한 거 있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을 때가 있는데, 별로 좋아하지 않는 질문이다. 일이라는 건 서운하고 말고와는 관계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이런 저런 감정을 느낀다고 해서 그게 제작이나 섭외에 반영이 되면 되겠는가. 만약에 그런 일이 있다고 하면 그건 정말 극단적 경우겠지. 근데 어쨌든 이건 내 기준에 그런 거고 남들이 서운하냐고 묻는 것은 그냥 그럭저럭 표준적인 대화 스킬일 뿐이다… 그래서 서운하다기 보다는 난 잘 모르겠다 라고 대답을 해드렸다. 왜 세트가 학교인지, 왜 학생과 선생님 컨셉인지 등등… PD님은 이유가 없는 것도 많고 저희는 다만 평론가님 같은 분들의 장점을 최대한 잘 살리려 할 뿐이다 라고 대답했는데, 그러면 제가 그만둘 경우에는 프로그램 컨셉도 바뀌나요 라고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괜히 시비거는 사람으로 보일 것 같기도 하고, 또 요즘 같은 때에는 말이 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가 써갖고, 진짜 씨가 되나?

서운한 거 있느냐란 질문과 함께 또 내가 좋아하지 않는 질문이 뭐 하고 싶으세요 라는 질문이다. 이것도 마찬가진데, 내가 뭘 하고 싶고 말고에 방송 내용이 좌우되면 되겠는가. 그날 해야 할 것을 해야되는 거지… 근데 사실 이것도 내 기준에 그런 거고 남들은 그냥 아이템이나 컨셉을 추천할 것이 있느냐고 묻고 있는 것일 뿐이다… 어찌됐든 이런 하나 하나를 신경을 써가면서 대화를 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 대하는 것이 피곤하다. 그래서 회식도 피곤하다. 평소 같으면 그러한 피곤함을 디폴트로 깔고도 잘 헤쳐나갔겠으나, 어려운 날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지 난 회식이라는 것은 4명까지가 좋다고 본다.

하여간 운동권 이후 왜라는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운동권은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오늘 점심을 안 먹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세계 정세부터 살펴야 하는 족속들이다. 뭐 거기까지 안 가더라도… 지금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걸 해야 하고, 이런 걸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이 필요하며, 이런 사람들이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저런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다.

컨디션 난조로 집에 와서 이런 것을 쓰고 있는 이유는, 내가 앞으로 뭘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이런 식의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엊그제는 어떤 분이 당신은 글재주는 없고 말재주를 살려야 하니 뉴스레터 따위는 그만두고 방송에 집중하라 했는데, 극소수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유튜브 방송을 해서 과연 수익이 나겠는가? 그러니 옆에 있던 어떤 분이 또 그러시더라. 평론가님… 지금이야말로 한쪽 편에 서실 때입니다… 저를 잘 모르시는 분이다. 태생이 그렇지가 못해요 나는. 결국 시사에 실제로 관심이 있는, 실제 수요가 있는 층에다가 뭘 팔아야 하는데… 그러면 직군이 상당히 좁혀진다. 문제는 이 분들이 저한테 지갑을 열 확률이…

오늘 한겨레 방송에서 어떤 고마운 분이 블로그에다가 팬이 없다며 징징거리길래 글을 남긴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주셨다. 감사한 일이다. 그 멘트를 진행자가 소개하였는데, 혹시 돈을 내라고 해도 팬이신가요 라는 말이 나올 뻔하였으나 참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것은 아니잖은가. 나는 괴물이 되고 있는 것인가! 자책하며… 그런데 오늘 한겨레TV 회식 1차 비용은 같은 고깃집 옆 테이블에 있던 김준일님 팬(본인 능력으로 구매하였다고 주장하는 몽클레어 바지 착용)이 지불하였다. 감사합니다.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회식

최근 신문 방송사 유튜브에서 주목하는 점

2023년 11월 23일 by 이상한 모자

근래 JTBC하고 동아일보가 유튜브에서 뭘 하는데 컨셉이 레거시미디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동아일보. 처음에는 자사 기자 불러서 취재 뒷얘기나 심층분석 듣는 거 하더니 패널 두 명 부르거나 정치인 불러서 심층 인터뷰 듣는 방식 등 공중파 라디오나 TV시사에서 하는 포맷으로 가고 있다. JTBC는 포맷 자체는 가볍게 가려고 하지만 결국 포털에다가 쏘는 거는 정치인 심층 인터뷰다. 돈 안되는 시사-정치프로들 정리하고 이쪽만 남긴다는 얘기가 있다. 제 일거리가 없어진다는 얘기.

이게 평시 같으면 이런 거 왜 하나 할텐데, 이동관 체제에서 방송사 시사프로그램들이 쭈그러드는 국면이라는 점까지 같이 생각해봐야 한다. 일종의 풍선효과를 기대하고 의도하고 노리는 거지. 꼭 조회수가 아니더라도 정치인 심층 인터뷰의 경우엔 인용보도나 이런 측면에서 아젠다 셋팅의 효과가 있다. 지금도 당장 봐라. 조회수 자체보다 인용보도가 중요하다. 계속 인용되면 어느 정도 시청자층은 서서히 형성되고 따라오게 돼있다. 그런 점까지 종합해서 보면 비용 대비 효과는 분명하다는 생각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선을 제가 출연하는 한겨레라는 신문사 쪽으로 옮겨 보면… … 시간이 없어서 여기까지만 얘기하겠습니다.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JTBC, 동아일보, 유튜브, 한겨레

천 년도 넘게 이러고 있다

2023년 11월 23일 by 이상한 모자

밥을 먹으면서 이놈의 오티티 이런 걸 막 누르는데, 넷플릭스에 옛날에 보던 것들이 다 없어져 있는 거다. 이것 저것 찾아보는데, 삼국이라고 있어요. 국내에서 부를 때는 1994년판 삼국지랑 구별하려고 신삼국이라고 해서 방영하고 했는데, 어쨌든 그게 11월 말로 없어지더라고. 그래서 잠깐 보는데… 생각해보니 정치판에서 하는 일들 삼국지 시절에도 다 했던 짓거리더라 이거다.

그러니까 삼국지 설정을 보면 한조가 망해가는데 황건적만 잡으면 십상시만 잡으면 뭐만 잡으면 다 해결난다 그러면서 서로 싸우다가 동탁 정권이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개판이 나는 거 아니냐. 그래서 이제는 야 이놈의 동탁만 잡으면 세상 바로잡을 수 있다 이래갖고 18로 제후까지 모아갖고 궐기를 한다. 근데 거기 보면 자기들도 모여갖고 이미 예감을 해요. 아 이거 동탁만 잡아갖고 될 일이 아닌 거 같다… 제후란 놈들이 이미 다 속이 시커멓고 뭔가 심상찮다… 사실 다 안다고. 근데도 계속 동탁만 잡으면 뭐가 될 것처럼 염병들 떨고 말이다.

이런 태도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게 왕윤의 연환계인데, 이건 뭐 백퍼센트 연의의 창작이지만, 드라마에서는 이렇게 그려진다. 왕윤이 수양딸 초선을 여포와 결혼시키기로 하는 동시에 동탁에게 보내 소위 미인계로 여포와 동탁을 이간질시켜 여포로 하여금 동탁을 죽이도록 하는 게 큰 줄기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내용이다. 드라마에서는 초선이 짐승에 맞서기 위해 이런 짐승같은 일을 시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발하는 바람에 왕윤이 뭐라고 반박은 못하고 일주일 단식투쟁을 한다. 원작에선 은인인 양아버지가 시키는 일인데다 나라를 구하자는 명분이 있으니 군말없이 따르겠다… 이런 모드로 가는 초선이 옳은 말 한 마디라도 하도록 하는 걸 21세기적인 반영이라고 해야 할까 싶기도 한데, 하여간 그 정도로 동탁을 없애는 게 절실한 일이었다 이런 거 아니겠나. 그렇게까지 해서 동탁을 죽이지만, 그 다음은 모두가 알듯이 동탁보다 더 정신이 없는 이각-곽사의 반격으로 왕윤-여포 정권은 무너지고 왕윤은 끌려나가 죽든지 자살을 하든지 그런 최후를 맞이한다. 동탁을 죽여도 소용이 없고, 초선이 인생만 이게 뭐냐 이런 거지. 뭐 드라마에선 초선이 여포를 그렇게까지 거부하는 건 아닌 것처럼 해놓긴 했지만.

말이 나왔으니 삼국지에서 명분 따지는 걸로 일관하는 주인공이 유비인데, 이 자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얘기 뿐이라니까. 처음에 도원결의 할 때 뭐라 그랬어? 황건적만 잡으면 다 해결이 될 것처럼… 그 다음엔 동탁만 잡으면 다 뭐가 될 것처럼… 그게 잘 안 되는 군웅할거 시절에는 막 여기 저기 정세에 휩쓸려 다니다가… 조조가 승상이 되고 본격적인 조조 정권이 시작되면서 조조만 잡으면 뭐가 되는 것처럼 하면서부터 다시 명분이 서기 시작한다고. 유비가 죽은 이후에 실질적으로 정권을 운영한 제갈량도 명분은 결국 조씨들을 내쫓아야 한실이 복구된다 이거고… 근데 뭐 그게 그런 거냐? 이미 위촉오 시대인데. 형주 뺏기고 이러면서 촉이 위를 안 치면 유지가 안 되게 생겼으니까 그런 거지.

이렇게 지지고 볶고 한 게 한 뭐 180년부터 250년까지? 뭐 지금도 똑같잖아. 윤통만 어떻게 되면 되는 것처럼… 저쪽은 민주당만 어떻게 하면 되는 것처럼… 자칭 제3지대는 ‘거대양당’만 어떻게 되면 뭐가 되는 것처럼… 에효… 근데 코에이는 왜 그러냐… 삼국지8 리메이크 기대가 안 된다.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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