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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정치 사회 현안

내일부터 아침에 KBS에 가지 않기로

2023년 11월 13일 by 이상한 모자

진행자가 바뀌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마지막 인사를 할 겨를도 없이 단칼에 목이 달아났다. 이전과는 경우가 다르다. 마무리 투수 비슷한 역할을 요구받았던 것이지만, 이번에는 의도와 방향이 명확하다. 새 세상이 열렸다는 취지다. 새로 아침 프로 진행을 맡게 되는 분은 어떤 분일까? 내가 알기로는 좀 알려진 분이다. 2010년 정연주씨 글에 언급된 일도 있다. 아래의 대목이다.

문방위 회의에서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KBS 결산’을 위해 나온 김인규 KBS 사장을 상대로 ‘KBS 사장실 내 수천만 원대 호화 집기 구입’, ‘안전관리팀 인사청탁·상납 비리 감사 결과’ 등에 대한 질의를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날 따라 회의장은 KBS 기자들로 북적였다. KBS 카메라 두 대, 펜 기자만 7~8명 등 KBS 소속 기자들이 ‘대거 출동’했다. 최문순 의원은 먼저 이를 문제 삼았다.

“여기 KBS 기자들이 왜 이렇게 많이 들어와 있느냐. 사장이 국회에 왔다고 기자들을 부른 것 아니냐… (김인규 사장이) 기자들을 사병처럼 부렸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닌데, 이건 군사정권 때나 하던 짓이다….”

이 때 회의장 바로 옆방인 문방위 위원장실에서 국회 텔레비전을 통해 이 장면을 지켜보던 전종철 기자가 최 의원을 향해 “X 만한 새끼!”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바로 이 자리에는 민주당 의원의 보좌관도 있었다. 이 보좌관이 “의원에 대해 그렇게 욕을 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라고 따져 물었고, 전종철 기자는 “당신이 누군데 그러느냐”고 되물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문방위 회의가 끝나자 문방위 소속 의원과 보좌진이 회의장 밖으로 나왔다. 이 때 전종철 기자가 복도로 나가 “도저히 못 참아, 최문순 나오라 그래!”라고 소리를 질렀다. 최문순 의원 보좌관들이 이에 거세게 항의하자, KBS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최문순 의원실 보좌관을 비롯해 민주당 보좌진과 KBS 기자들 사이에 ‘사병 발언’, ‘의원 모독’ 등을 가지고 고함을 지르며 부딪쳤다.

이상의 상황은 당시 이 사건을 전한 최문순 의원 홈페이지 글과 내가 몇 군데 확인해 본 결과를 모아본 것이다. 이날 난장판에서 단연 눈에 띈 활동을 한 인물로 언론에 조명을 받은 사람이 전종철 기자였다. “X 만한 새끼” “도저히 못 참아, 최문순 나오라 그래!” 그렇게 욕설을 해대고 고함을 질렀던 탓이었을 게다.

김인규 사장의 ‘사병’이라는 발언에 화가 났다는 그는 결과적으로 충실한 ‘사병’ 노릇을 한 셈이었다(전종철 기자는 당시 욕설과 폭언에 대해 언론에서 이렇게 해명했다. 자신이 민주당의 최문순 의원을 지칭해 ‘X 만한 새끼’라는 욕설도 하지 않았고, 회의가 끝난 뒤 “최문순 나오라 그래”라는 폭언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문순 어디 갔어, 이리 와”라고 말했다는 부분도, 최 의원이 “‘사병’이란 표현을 썼기에 진짜 그렇게 생각하느냐 물어보려고 기다리다가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68290

앞의 글에서 이 분은 ‘수요회’의 핵심 중 하나로 묘사된다. 정연주씨는 ‘수요회’에 대해 이명박 정권 당시 자기를 끌어 내리고 김인규씨를 사장으로 앉히기 위해 케비에스 내에 만들어 졌던 사조직이라고 다른 글에서 주장했다. 당사자들은 이 글이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하며 법적대응했고 결국 재판에서는 정연주씨가 졌는데, 그 이후에 당혹스럽게도 소위 민간인 사찰 문건에 관련 자료가 등장하면서 진실이 드러나게 되었다.

<리셋 KBS뉴스9>는 “KBS 노조의 성향 분석은 물론, 김인규 특보 사장과 그 측근들에 대한 인물평까지 담겨 있다”며 ‘KBS 최근 동향 보고’라는 이름의 문서를 공개했다. 노조는 “총리실은 김 사장이 가장 먼저 KBS의 색깔을 바꾸고, 인사와 조직 개편을 거쳐 조직을 장악할 거라고 분석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 출신을 인사실장으로, ‘수요회’ 회장을 보도본부장으로 임명하는 등 측근들을 주요 보직에 배치해 친정체제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문건은 ‘수요회’에 대해 “2008년 사장 선임 김인규를 지지하기 위해 결성”이라고 적었다. 이는 그동안 KBS가 이 모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 오고, 지난 2010년 10월 <오마이뉴스>가 수요회에 대해 보도했을 때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고발한 것과는 정반대의 사실을 가리키는 것이다.

또한 이 문건에는 KBS에 두 개의 노조가 있는 것에 대해 “KBS 내 노-노 대립으로 세가 약화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강성 집행부가 집권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며 분석한 내용과 김인규 사장이 “자신감이 지나치고 언행에 거리낌이 없어 경솔하게 비춰질 가능성이 많다”고 평가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15145

뭐 하여튼. 어떤 분들에겐 이런 게 다 그냥 권력 내부의 밥그릇 싸움처럼 보일 수도 있다. 뭐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해볼 것은, 이러한 분들이 보도나 제작 일선에 설 경우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는 이미 경험을 해보았다는 점에서 그것은 전혀 다른 일이 될 수 있다는 거다. 가령 한겨레21에 이런 얘기가 실린 일이 있다.

2010년 8월17일 민주당 문방위 의원들이 정론관에 섰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천안함 유족에게 막말한 동영상을 <추적 60분>이 입수하고도 ‘내압’에 의해 불방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추적 60분> 제작진도 “특종 보도를 준비 중이던 <추적 60분> 제작진에게, 소속 국장에 의해 아이템이 엎어지는 KBS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별도 성명을 냈다.

성명을 읽고 복도로 나온 민주당 의원들 앞에 한국방송 정치부 전종철 기자가 섰다. 그는 두 의원에게 “(성명이) 사실과 다르다. 이렇게 성명 내면 국민이, KBS가 조직원을 억누른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15분간 설전이 벌어졌다.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최종원 의원이 전종철 기자에게 “고만하시라”고 했지만 전 기자는 “(동영상을 보도하지 않은 것은) 조정의 문제였다. 누른 게 아니다”라고 대꾸했다. 최종원 의원이 “KBS가 공영방송다운 짓을 했어야지!”라고 외쳤다. 서 있던 다른 한국방송 정치부 기자가 “짓이라니요!”라고 받아쳤다.

백보 양보해 의원들의 추측성 성명이라면 애사심에서 항의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같은 한국방송 동료인 <추적 60분> 제작진이 성명을 냈던 터다. 그날 한국방송 정치부 기자들은 홍보실 직원이었다.

https://h21.hani.co.kr/arti/reader/reader/29955.html

뭐 그런 이유로, 내일부터는 어렵다고 말씀드리는 것이다. 이전 진행자가 그만두게 되면서 내부의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별 생각없이 회사 근처의 카페에 앉아 있다가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게 된 일도 있었다. 특히 지난 주부터 어제까지 벌어진 인사 파동 이런 얘기는 상당히 많은 연구를 해볼만한 얘기가 아닌가 싶은데…

하여간, 다 잘했을 수 없을 거고 틀린 얘기도 종종 했을 거다. 여러모로 부족했다. 그러나 맹세코 양심에 거리낀 얘기를 한 일은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감사했고 건강하시기 바라고, 또 뵙지요.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KBS

지도자 없는 시대의 지도자

2023년 11월 12일 by 이상한 모자

무슨 사진을 보았다. 노통이 가운데서 뭔가를 발표하고 옆에 젊은 추전장관님 등 왕년의 유망주들이 펼쳐 선 광경이다. 이때도 다들 3김시대는 끝났다라고들 했는데, 그래도 지도자는 있었던 거 같다. 지금은 지도자가 없는 느낌이다. 윤통은 지도자이신가? 방송에서 윤통의 여러 논란 때마다 지도자답지 않은 모습에 대한 지적을 많이 했다.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지목을 하기도 하였다. 다들 귀담아 듣진 않았겠지만.

지도자답다 그렇지 않다 라는 것은 내가 나의 지도자로 인정하고 말고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가령 최통령 이전의 박통령은 지도자다움이라는 게 있었다. 또 지도자답다는 것은 그저 권위주의적인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돌아가신 노의원님도 기타치는 흉내로 우릴 웃기지 않았던가. 지도자라는 분들은 우리더러 어디로 가자고 하는 분들이고, 그러한 바에 대하여 대체적으로 인정을 받는 분들이다.

윤통은 자유민주주의니 하면서 자꾸 어디로 가자고 하는데, 그걸 인정받고 있지 않다. 같은 편끼리도 그걸 진심으로 믿는 거 같지 않다. 권력을 쥐고 있으니까 따를 뿐이다. 권력이 없어지는 순간 다 신기루가 될 것 같다. 민주당에 이대표님은 어느 순간부터 어디로 가자는 얘기가 없다. 한때는 그게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대장동 이후 들어본지 오래됐다. 정의당이니 뭐니 나머지는 말할 것도 없다.

좁은 바닥에서나마 그나마 지도자 노릇 하는 게 이준석씨라는 현실이 당혹스럽다. 토요일에 방송에서 두 가지를 얘기했다. 1) 이준석의 TK가 오히려 우경화를 견제해야 한다는 보수개혁 논리는 들어볼만 하다. 2) 이준석은 애초 신당 창당에 대한 잘 준비된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니다. 자기에게 익숙한 보수개혁에 대해서만 준비가 돼있었는데, 제3지대 신당에 대한 기대까지 흡수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보수개혁 논리를 넘는 액션을 취할 필요가 생겼고, 그러면서 보수신당과 제3지대신당 창당 논리의 간극에 따른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제작진 중 누가 그랬다. 1)은 들어주기 어렵고 2)는 공감하였다. 나는 의문이다. 1)이 납득 안되는데 2)가 왜 공감이 되나? 마찬가지다. 1) 이준석은 어떤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적어도 지금은 거의 유일한 지도자다운 지도자이다. 2) 우리는 그러한 당혹스러운, 황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1)이 있기에 2)가 있는 것이다. 1)을 인정해야 2)를 말할 수 있고, 그 뒤에 올 3)을 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니까, 우리가 우리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의 8할은 현실을 인정조차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리더십, 지도자

애증의 제3지대

2023년 11월 11일 by 이상한 모자

이제는 언젠지 기억도 힘든 그 어느날 어느 분이 전화를 해 금모가 제3지대를 한다는데 정의당도 거기로 가야 되는 거 아니겠느냐 하시기에 정의당의 역사적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좋지만 그게 아니라면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 답한 일이 있다. 특히 뒤로 갈수록 어중이 떠중이 다 들러 붙을텐데 그러면 또 온갖 논란이 불거질테고, 그거 버틸 수 있겠느냐… 그랬는데, 여하튼 오늘부로 그런 인물들 중에 이전대표님이 추가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자리에선 그런 얘기를 한 일이 있다. 제3지대 논의에 수세적으로만 갈 수도 없는 거라면 선거연합 수준의 논의를 공세적으로 던질 수는 있지 않겠느냐. 정책 수준에서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먼저 긋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면서 선거구 조정 등을 전제로 해서 제3지대 논의를 주도권을 쥐고 이끌어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식의… 그냥 밥먹다 내뱉는 수준이었긴 했으나 이정미 지도부의 정의당이 정해놓은 것과는 방향이 다른 얘기였다. 뭐 이제와서는 아예 전제부터가 불가능한 얘기가 됐으나…

밖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선 왜 다들 얘기를 저렇게 밖에 못 풀지 하는 심경인데, 내부를 알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거고, 그걸 알면 또 다른 생각이 들 것이다.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다.

다들 이준석 신당의 양극단 전망을 얘기하는 것 같은데, 평가할 점이 있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고 본다. 실제 만들어질 당의 사이즈나 성적과 관계없이 TK에서 꾸준히 무슨 메시지를 던지는 것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한다. 대선 후보 경선 당시에 대구 당원들이 자길 지지해줘야 당 밖에 있는 용감한 검사(?)가 안심하고 입당할 수 있게 된다고 대구 한복판에서 주장한 것이나, 대구 보수 유권자들이 우경화를 용인하지 않아야 국힘이 바뀐다고 주장한 것 등은 확실히 일관된 자세다. 몇 명이 출마하든, 당선자가 있든 없든, 일정한 숫자 이상의 유의미한 지지율이 확인된다면 보수정당사로 볼 때 그것만으로도 어떤 성과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내가 의문인 건 그런 구상과 그게 제3지대든 수권정당이든 큰 도둑이든 뭐든 ‘스펙트럼이 넓은’ 어떤 정당이라는 구상하고는 일치하지 않는 점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이전대표님은 오늘 그게 잘 버무려질 수 있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가령 아주 단적으로 말해 양당과 구별되는 대선플랫폼이 될 수 있는가? 아주 단적인 아주 이른 가정을 말하자면 금모와 대선후보 경선을 해가지고 이긴 사람이 독자완주하는 그런 정당인 것인가? 아니면 총선 성과를 가지고 우여곡절 끝에 양당 중 하나를 잡아먹는 정당인 것인가? 잡아먹는다면 양당 중 어느 쪽인가? 종종 앙마르슈를 말하지만 거기도 먼저 기반이 된 쪽은 사회당-우파였다. 앙마르슈라고 치면, 마크롱은 이준석인가 금모인가? 이런 질문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그게 뭐든, 어쨌든 아니라는 게 중요하다. 아니다. 뭐가 됐든. 그래서, 나는 그런 여러가지 시도의 좋은 점을 칭찬하고 높이 평가할 마음은 충분히 있지만, 진심으로 어떻게 해볼 마음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배도 고프고 답답하여 썼다.

Posted in: 잡감, 정치 사회 현안 Tagged: 제3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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