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안내
  • 이상한 모자
  • 야채인간
  • 김민하 공화국
  • 신간 안내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신변잡기

나이를 먹어 가는 슬픔

2021년 5월 17일 by 이상한 모자

나이를 조금 더 먹어서 그런지 몸무게가 불었다. 요즘에는 14시간 금식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좀 자유롭게 먹되 하루 중 먹는 일을 끝내고 나서는 14시간 동안은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이다. 저녁을 일찍 먹고 14시간 후에 아침을 먹는 모델이 가장 좋다고 하지만 워낙 매일 매일이 불규칙해 불가능하다. 대개 저녁을 먹고 새벽에 일어나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 좀 기다리다가 아침 겸 점심을 먹는 패턴이다.

나이를 조금 더 먹어서 그런지 짜증을 참기 점점 더 어려워진다. 엊그제는 만원 지하철을 탔다. 당연히 문쪽에 딱 붙어서 가게 되었다. 사람들이 대거 하차하는 역에선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 내리는 사람들을 위해 옆으로 비켜섰다.

그런데 아직 사람들이 내리는 와중에 누가 뒤에서 쿡쿡 찌르는 거였다. 뒤돌아보니 “좀 비켜주시죠”한다. 내린다는 줄 알고 무리해서 또 비켰다. 안 내린다. 뭐야? 그냥 방해되니 자기들 앞에서 비키라는 거였다. 뭐야?? 박치기를 해버릴까 하다가 참았다. 다시 떠올리니 지금도 화가 난다. 두 가지 포인트다. 첫째, 사람들 다 내리면 당연히 비키겠지 이 사람아 불편하게 당신 앞에 꼭 붙어서 목적지까지 가겠니? … 둘째, 말로 하면 되지 왜 남의 몸을 쿡쿡 찌르나?? 남의 몸에 대한 어떤 경계라든지 그런 게 없나? 꼭 이런 때가 아니더라도 대화를 하면서 콕콕 찌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손가락을 다 부러뜨리고 싶다. 뭘 그런 거 가지고 예민하게 구냐고 하겠지? 다시는 그런 말 못하게 부러뜨린 손가락으로 입을 막아버려야 한다. 지금 이걸 쓰면서도 뭔가 주체가 안 된다. 분명히 이거 쓴 거 보고 별걸 다 갖고 지랄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 것이다. 분명히 얘기… 손가락 부러지고 경찰서 간다.

너무 사람들과 부대끼는 게 지친다. 말을 하면, 두 문장 쯤 말했는데 벌써 반론하기 시작하고… 본론은 시작도 안 했는데 미친놈들이… 뭘 쓰면 다 남의 것 베꼈다고 하고… 봤어야 베끼지 봤어야… 보지도 않은 걸 어떻게 베껴! 이렇게 화 내고 있으면 뭐 자기는 아닌 줄 알고… 내 생각을 전달 못하는 내 문제냐 아니면 말을 못 알아 먹는 네 문제냐 둘 다 문제냐 뭐냐? 사람 말은 좀 끝까지 듣고 좀 제발…

뭘 쓰는 얘기 나와서… 원고지 매수라는 게 이렇게 세면 이렇고 저렇게 세면 저렇고 그렇다. 이제 어떤 기준으로 세더라도 700매를 넘기게 되었다. 100매에서 200매 사이로 끝내면 대략 될 것 같다. 아직 남은 부분이… 그 안에 정리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없는 시간 쪼개 쪼개 이 염병을 하고 있는데 5월 내에는 1차적인 마무리를 한다는 계획을 호기롭게 세워본다. 옘병 6주면 쓸 거를 6개월을 붙들고 이게 뭐냐…

이 모든 불만과 짜증과 조바심과 답답함이 다 나이를 먹어서라고 생각하니 슬퍼진다. 아니지? 원래 그랬지? 10년 전에는 더했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지하철, 책

평론가가 뭐냐

2021년 4월 16일 by 이상한 모자

먹고 살려다 보니 별 일 다 한다. 선거를 치른 지난 주에는 잠을 거의 안 잤다. 말 그대로 안 잤다. 자도 한 두시간 정도? 그만큼 일이 많았느냐, 그냥 한 두개 스케쥴이 추가된 정도였다. 그런데 시간대가 새벽부터 심야까지 띄엄띄엄 있으니… 안정적으로 잘 시간은 없는 것이다.

거의 6년간 평일 내내 하던 일을 절반 이하로 줄이게 되었다.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니고, 시키는대로 하는 거다. 오늘은… 그 영향은 아니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이라 특집방송을 하느라 저녁 방송을 하루 쉬게 되었다. 심야에 가는 것은 마찬가지로 간다. 이렇게 쓰는 와중에도 당장 다음주 월요일 스케쥴이 막 없어져 버린다. 오라면 가고 오지 말라면 안 가는 거다.

평론가랍시고 나와서 이 얘기 저 얘기 하지만 결국 시키는대로 한다. 네가 뭐야? 남들에게 인정받을만한 뭐가 있냐? 그냥 자칭 평론가면 평론가 되는 거 아니냐? 네가 석사야 박사야 뭐야? 무게 잡으라면 잡고, 웃기라면 웃기고… 물론 완전히 소신을 꺾는 건 아니다. 내용은 내 중심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그것마저 잃으면 안 된다. 하지만 적어도 주제는 정해주는 대로 한다. 앞으로 여당의 갈 길 이런 거… 주제가 그건데 여러분 여당엔 희망이 없으니 진보에 투자하세요 이럴 수는 없는 거다. 알겠냐? 이게 먹고 살기 위한 직업이예요 직업… 내 맘대로 떠들고 그런 거는 사회원로로서 인터뷰 응할 때나 가능한 거라고.

그 와중에 마지막 자존심은 지키려는 노력을 계속하지만, 세상사 다 그렇듯 백도 없고 배경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데 그런 게 잘 되겠냐? 여기까지 한 것도 많은 사람들의 호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호의를 갖고 대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근데 일반적으로 방송가 사람들이 이런 거 잘 모르지… 그냥 돈 주면 주는대로 좋아하는 애 인줄만 알고…

책은… 시간을 정말 쪼개 쪼개 쪼개서 꾸역꾸역 쓰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한 600매 썼나… 여전히 뭐 이런 쓸데없는 걸 계속 쓰고 있나 싶다. 한국 얘기… 요즘 얘기 옛날 얘기 막 하다가… 미국 얘기 일본 얘기… 이 정권이 정말 인류사에 보기 힘든 그런 일을 하고 있는 거 같아도, 아니다. 맨날 있는 일이고 다들 겪는 일이다. 그게 중요하다. 일본 민주당 정권에서 도쿄지검 특수부가 오자와 이치로 정치자금 수사를 했는데 민주당이 뭐라 그랬는지 아냐? 관료개혁에 저항하는 검찰 용서할 수 없다… 그만 쓰고 이제 케이에프시 햄버거 먹는 시간…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선거, 평론가

폭설

2021년 1월 7일 by 이상한 모자

자기 자신을 내다 파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과거에 비하면 풍족한 삶이다. 그래도 근본이 달라지는 건 아니라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

월 수 금은 여의도에서 밤 11시가 다 돼 끝나는 일정이다. 어제는 눈이 엄청나게 왔다고들 했다. 교통사정이 어찌될지 모르니 시간을 넉넉히 잡으라는 연락이 왔지만, 어차피 차는 없지 않은가. 늘 그렇듯 지하철로 이동, 여의도역에서 내려 여의도 공원을 가로질러 갔다. 여의도 공원은 설원이었다. 눈을 밟는 소리가 왠지 크게 들렸다.

문제는 일정이 끝나고 나서였다. 보통은 출연료의 일부를 늦은 귀가와 바꾸는 마음으로 택시를 탄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좀 걷고 길을 건너 국민은행 앞에서 버스를 타고 광흥창역으로 갔다. 6호선을 타고 집에 오니 거의 12시였다. 다들 교통사정 때문에 고생했다고 하는데 남의 일 같았다. 내 고향 수원에 살았으면 분명 집에 못 갔을 것이다. 그러고보면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서울 사는 사람이었기 때문 아니겠나.

집에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이런 저런 식사대용 음식을 사다 편의점 PB상품으로 나온 ‘반마리 치킨’이라는 가공육을 샀다. 계산하려고 보니 1+1이라고 한다. 눈에 고생도 없고, 훈제치킨 반 마리가 갑자기 한 마리로 되다니. 나는 행운아이다. 언론 보도를 보니 오늘 출근길은 전쟁이었다고 하는데, 심심한 위로의 말씀 드린다.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폭설
« 이전 1 … 83 84 85 … 101 다음 »

최근 글

  • 이대남에 대한 이중잣대라는 이중잣대
  • 안드로이드 에뮬 게임기에서 ES-DE와 Standalone 에뮬레이터 연결 문제
  • 내란 1년
  • 심야노동을 할 거냐 말 거냐
  • 하이퍼 능력주의와 공정 담론

분류

누적 카운터

  • 1,524,790 hits

블로그 구독

Flickr 사진

추가 사진

____________

  • 로그인
  • 입력 내용 피드
  • 댓글 피드
  • WordPress.org

Copyright © 2025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Omega WordPress Theme by ThemeH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