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미스터리
황희 씨는 부적격자라고 본다. 문화체육관광에 아무 전문성도 없고 뭘 하겠다는 비전도 없다. 꼭 시인 출신 또는 씨제이 출신 아니더라도 뭔가 비전이 있으면 모르겠는데 이게 무슨 토목공사하자는 것도 아니고… 모르겠다. 과거에 지금은 세상을 떠난 류길재 씨가 “솔직히 통일부 장관은 아무나 와도 되는 자리 같다”라고 했는데, 진짜 그런 건 문체부 장관인 것 같다. 논문 얘기는 잘 준비했으면 성과가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고, 유학 비용도 투명하지 않은 것 같고…
근데 내가 진짜 웃기다고 생각한 건 60만원과 46개의 계좌 얘기다. 왜 이걸 붙들고 하루종일 떠들었는지 모르겠다. 어제 낮부터 밤을 거쳐 오늘 아침까지 방송에서 줄창 한 얘긴데, 한 달 생활비 60만원설의 근거인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은 말 그대로 소득세 원천징수분 산출 근거를 적어 놓은 서류다. 그러니까 여기서 정확히 확인 가능한 건 근로소득액과 소득세 원천징수분이다. 나머지는 부차적이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여기 왜 있냐, 소득공제 대상이기 때문이다. 교육비 의료비 등등 항목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즉 여기서 이유가 뭔지 모르지만 신용카드 사용액이 축소 또는 누락됐다면 황희 씨는 안 내도 되는 세금을 더 냈다는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국세청에서 신용카드 사용액을 파악해주지만 이게 반드시 이 사람 한 달 생활비의 근거가 되는 것도 아니다. 배우자 카드를 썼을 수도 있고(실제로 이게 누락됐다고 해명했다) 배우자가 근로소득이 있는지에 따라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것이다. 황희 씨가 자기가 밝힌 한 달 생활비 300만원에 교육비 등등이 포함되는 건지 아닌 건지… 이것도 다 지엽적인 얘기다.
이상한 건 황희 씨가 이 대목에 대해 그다지 적극적인 해명을 안 한다는 거다. 했다는 해명을 봐도 불명확하고 헐겁다.
46개 계좌 문제도 마찬가지다. 계좌가 46개면 어떻고 460개면 어떤가. 요새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과거에는 정치자금 수입 지출 계좌를 1개로 쓸 수도 있고, 수입과 지출 계좌를 분리해 쓸 수도 있고, 회계처리 편의를 위해 2개이상의 수입용 계좌를 신고할 수도 있었다. 따라서 선거를 여러 번 치뤘다고 하면 계좌가 46개인 게 특이한 사례 같긴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아마 46개 전부가 선거용은 아닐 것 같고 뭔가 비공식적인 단체 활동을 했다든지 그런 사례가 좀 섞여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이런 모든 가능성을 황희 씨는 물론이고 여당 성향의 방송인들도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 애초에 정확히 해명할 생각은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어차피 임명되니까 하는 자신감인가? 아니면 괜히 해명하다가 더 큰 게 나오면 곤란하니 어차피 답없는 주제로 물고 뜯고 하게 내버려 둔 것인가? 서로 의지가 없는 가운데 말꼬리와 잡기와 의미없는 덧셈 뺄셈만…
기자들 역시 더 파고들 생각이 없었는지 기사가 다들 수박겉핥기다. 내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나?? 어쨌든 희한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