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을 드러낸 논평가들
지난주, 이른바 혼외자 얘기가 거론된 모든 방송에서 주장했다. 그게 어떤 맥락의 어떤 사건이건 간에 당사자 간의 문제일 뿐이고 상호간에 또 법적으로 해소된 문제라고 하면 공적 영역에서 이걸 갖고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더블민주당이 쉽게 ‘손절’을 택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지킬 이유도 없으면 애초에 영입은 왜 했는가?
항상 하는 얘기지만 나라고 듣는 얘기가 없겠는가. 그러나 그건 다 논외로 하는 거다. 어제 오늘도 봐라. 완전히 상황 달라졌지. 세상사 논평하는 사람들은 명심을 해야 한다. 주워듣는 게 다 진실이 아니고, 우리 언론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공론장에서 다뤄지지 않았다면 진실이어도 아직 진실이 아니다. 오늘까지의 재료들만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무튼 더블민주당의 해명이 잘못됐기에 어쩔 수 없이 보도한다는 명분으로 이 문제를 이런 식으로 보도하는 보수언론, 그리고 이제 이미 보도가 됐으니까 나는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는 식으로… 이혼은 되지만 혼외자는 안 되지 않느냐는 맥락을 깔고 질문하는 라디오 진행자… SNS와 댓글에서 아침드라마 코드 그대로 그저 아무 말이나 떠들어 대는 인간말종들까지. 여기가 지옥이다, 여기서 뛰어라!
SNS를 하지 않으니 뭐라고들 떠드는지 별 관심이 없는데 자꾸 보도를 하니 알게 될 수밖에 없다. 박정희 허리 아래 얘기를 하며 도대체 뭘 어쩌잔 건지 모를 소릴 하던 중궈니횽은 본인 표현대로 주제넘은 소리를 하고는 결국 사과했다.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그렇다. 문제는 그런 실수가 왜 일어났느냐는 거다. 민주당은 운동권이고 선전선동이니 절대 거기에 속으면 안 된다… 다짐에 다짐을 거듭한 결과로서의 반신반의가 원인 아닌가?
물론 사람 말이라고 다 믿을 수 있느냐는 항변도 일리는 있다. 그런데 그건 형사나 사립탐정의 윤리이고 공론장의 참여자 혹은 관전자들이 취해야 할 모범적인 태도는 무엇인가? 가령 조교수한테 속았다 치자. 그래서 너희가 잃는 건 뭔가? 1) SNS에서 잘난척 따봉이나 받는 기쁨 2) 정파적 승리감… 반면 조교수에게 속을 각오를 하고 그의 항변을 적어도 들어주는 걸 선택할 때 우리 사회가 얻을 수 있는 건? 최소한 몇 사람의 인생이 더 파탄지경으로 가는 것 정도는 막을 수 있다. 우리 스스로가 쓰레기로 전락하지 않는 효과는 덤이다.
중궈니횽은 최근에 ‘금요 울산 합의’를 두고 윤석열의 정치력이 확인됐다고 썼다던데, 윤석열이 자기 똥 못 치우는 걸 이준석이 실력행사로 강제 청소를 시킨 건데 뭔 정치력이 빛났는가? 이준석 큰일 했다고 말하면 모르겠다. 이준석은 정말 큰일했다. 그러니까, 그걸 이렇게 말하는 것에서 또 드러나는 거다. 논평가가 정파적 승리감을 얻는 방식이라는 게…
어느 평론가가 조교수에 대해 그동안 썼던 글을 지웠다고 고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천륜이니 인륜이니 했더란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내 새끼인지 아닌지 당사자는 중요할 수 있다. 그런데 제3자들에게 그게 그렇게 중요한 정치적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가? 백 명이 있으면 적어도 백 가지 가정사가 있는데, 거기서 일어난 일이 뭔지 알고 천륜이니 인륜이니 했는가.
황당하게도 이런 논리는 최근에 본 여성정치네트워크?란 그룹의 논평에도 등장했다. 물론 전체 맥락은 조교수에 대한 민주당의 무책임을 겨냥한 것이었으나, 다소 의문이다. 가정을 거짓으로 구성했다는 게 뭔가? 사회의 어떤 규칙을 어겼다는 것인가? 아무것도 정확하게 확인된 바 없는 상황에서 그게 뭔가? 혼외자를 두고 분쟁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 건가? 유교를 국교로 하는 신정국가라면 인정한다.
적어도 앞의 평론가는 생각이 짧았던 것에 대해 사과했다고 한다. 그나마 좋은 일이다. 대다수의 인간들은 그게 따봉이든 정파성이든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또는 자신의 처지에 유리하도록 편리하게 ‘피해자’에 감정이입해서는 떠들고 싶은대로들 떠들 것이다. 뭐 어떤 사람들이 보기에 나도 마찬가지겠지. 뭐 어떠냐. 당신은 나를 오해한 것입니다. 물론 나도 당신을 오해했겠지요. 나도 나를 오해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와서 착한척? 여긴 지옥이에요. 각자 알아서 살아남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