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가 없다고 내가 그랬잖아
“행정안전부가 국가 재난 사태에도 행정망 전체 지도조차 갖고 있지 않다 보니 복구에도 며칠이 걸리고 앞뒤가 맞지 않는 어리숙한 해명을 내놓는 겁니다.”
(…)
문 교수는 행안부의 접근 방식을 전국 지도도 없이 차 사고 지점을 찾는 상황에 비유했다. 그는 “전국 통합 지도를 갖고 있지 못하다 보니 차 대형 사고로 도로가 막혀도 어느 곳에서 (사고가) 났는지 모르고 있다”며 “현재 국가 행정망은 서로 다른 업체가 서로 다른 시기에 만든 1400개 시스템이 통합 데이터 지도 없이 각자 돌아가다 보니 중복되고 누더기 상태로 방치된 데이터가 혼재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름, 주소 등 행안부 데이터 항목이 2만개 정도인데 현재 행정망에는 700만종 이상의 데이터로 엉켜 있고 이 때문에 여러 프로그램들이 데이터를 찾아가다 오류가 발생해 잘못된 답변, 지연, 시스템 장애 등을 유발하고 있다”며 “거의 쓰레기장 수준이라 언제 다시 사고가 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교수는 “문제 부위를 찾았다 해도 근본적으로 고치는 게 아니라 임시·응급 땜질 처방을 하니 잠복한 시한폭탄이 언제 또 다른 부위에서 돌연 터져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18105.html
이 얘기를 제가 지난 주인가 라디오 방송에서도 하고 한겨레 방송에서도 다소 전문적이지 않은 식견을 갖고 한계가 있는 상태에서 손짓 발짓으로 말씀드렸다. 이 블로그에도 다른 분이 적은 것 갖고와서 한 번 또 강조했을 것이다.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진행자도 제작진도 청취자도 뭔 개소리야 하고 넘겼을 것이다. 아마 기억들도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과 같은 때에, 그러니까 일도 없고 아무것도 없고 집에서 수퍼 마리오 3나 하고 있는 때에는, 그것봐라 내가 뭐랬냐 라고 여기에다 적는 것으로 자존감을 복구해야 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말이 나왔으니, 어디를 특정해서 하는 얘기는 아니고, 방송국 사람들도 그렇고 기자들도 그렇고 얘기를 나눠보면 오히려 시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매일같이 시사에 대한 일을 하면서, 잘 모른다. 기자들한테 신문 얘기하면 취재하느라 신문 볼 시간이 없다고, 잘 모른다고 한다. 예를 들면 PD들도, 그렇게 매일같이 시사 방송을 만들고 듣고 회의하고 하는데, 얘기해보면 잘 모른다. 근데 뭐 그건 그래. 그럴 수 있어. 일이라는 게 그렇지.
그런데, 안 좋은 것 중에 하나가, 모르면서 안다고 착각하는 경우다. 뭘 아냐? 언론계 종사자 중에 그런 사람들 가끔 있다. 진짜 알아서 안다고 생각하는 거면 누가 뭐라고 하는가. 그러면 한 수 배워야지. 근데 그게 아니고 모르면서 자기는 안다고 생각하고, 비슷한 모르는 처지에서 말하는 다른 사람의 말을 모르는 사람 말 취급한다. 이런 사람들과는 대화가 어렵다.
물론 나도 그러는 때가 있을 것이다. 나는 이것을 경계하여 공적인 자리에선 대개 모른다 라고 하는데, 그래도 은연중에 안다고 착각하는 태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늘 경계해야 한다. 근데 사적인 자리에선 아마 모르면서 엄청 아는척 하겠지. 나도 나와 대화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하고 대화를 잘 안 한다.
가장 안 좋은 것은 우기는 거다. 상대가 맞는 말을 하면 수용을 하거나, 네 말은 맞지만 이러저러한 이유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라고 해야 되는데,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우기는 사람들이 있다. 네가 건강을 신경쓴다면 발아현미밥을 먹어야 한다 라고 했는데, 나는 건강보다는 맛이 우선이므로 거부하겠다든지 아니면 발아현미밥에 아픈 기억이 있다든지 이런 얘길 하는 게 아니라, 건강은 챙기고 싶지만 그냥 발아현미밥은 싫다고 하는 사람들이다. 밑도 끝도 없이. 뭐 먹는 것까지 허락 받아야 하느냐 라고 하실 수 있는데 이게 그냥 비유라는 걸 좀 알아달라. 비유라고요.
언론계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왜 여기로 왔지? 나는 발더스 게이트 3가 코로나19와 인공지능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이 얘긴 여기까지 하고 다른 얘기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