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타령
어제 방송에서 그랬다. 개떡같이 얘기해도 찰떡을 말하는 정치가 돼야 하는데, 개떡을 얘기하면 그 중에서도 어떻게 개만 골라내서 얘기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
빈곤포르노 문제, 그거 짚을만한 얘기라고 여러군데서 얘기를 했다. 그런데 조명 얘기는, 그거랑 별 상관 없다. 조명이 있으면 조작 사진이 되고 없으면 생생한 라이브가 되는 것도 아니다. 사진작가가 플래시 2개 쓰면 조작이니? 쓸데없는 거에 집착을 하고 있어…
애초에도 얘기를 했지만 이 사진 논란의 본질은 영부인의 활동 방식에 관한 거지 사진이 조작이냐 이게 아니다. 조작이면 연출이다 이 얘기가 얼마나 웃긴 거냐면, 가령 2021년에 나온 우리 조선일보의 기사를 인용해보자. 이 기사는 이른바 구호단체가 대역을 써서 이미지를 만든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을 다룬 기사인데, 이런 내용이 들어있다.
아동의 열악한 현실을 소재로 사연 재구성, 대역까지 동원해 ‘○○를 도와주세요’라는 식의 드라마를 만드는 자선단체 광고가 점차 늘고 있다. 아동이 처한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한 장치란 의견과, 모금을 위해 대역까지 동원한 한 편의 드라마를 찍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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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구호개발, 인도 지원 활동을 하는 140여 비정부기구(NGO)의 연합체인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NGO 직원을 포함한 미디어 관계자는 ‘아동과 보호자를 무기력한 수혜자가 아니라 삶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능동적 주체’로 묘사해야 한다.
이런 지적에 대해 구호단체들은 “사례로 담기 힘들 정도로 비참한 환경에 지내는 아동이 많다”며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고 해 그 사정을 순화해서 알릴 수는 없다”고 말한다. 증조할머니와 사는 동욱이(가명)의 후원 캠페인을 진행하는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저소득 조부모 가정이 갖고 있는 특수한 어려움을 알리고, 실제 아동이 겪고 있는 긴급한 상황을 후원자에게 더 진실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다소 모금이 덜 될지라도, 열악함·어려움·힘듦 같은 부정적 측면보다는 희망과 성장 같은 밝은 미래를 보여주며 긍정성에 초점을 맞추는 기부 문화로 바꿔나가야 한다”며 “과거 우리처럼 부정성에 초점을 맞춰 모금했던 미국·유럽의 자선단체들도 사회·복지제도가 안정되면서 최근엔 긍정적 변화를 홍보해 모금한다”고 했다.
그니까 이 경우도 대역이냐 아니냐, 연출이냐 아니냐가 아니고 맥락이 뭐냐가 중요하다는 거다. 이런 맥락에서 여사님 사진을 홍보용이나 이미지 전략이 아니라고 할 수 있나? 어제 중궈니횽도 무슨 선한 영향력 어쩌구 하면서 엇나가긴 했지만(애초에 빈곤포르노 비판은 그런 방식의 ‘선한 영향력’ 행사가 잘못됐다는 게 핵심이다) 사진이 문제일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선 비교적 정확하게 지적을 하고 있다.
◆ 진중권> 사진을 잘못 사용해요. 사진을. 왜냐하면 그런 빌미를 주는 게 딱 보니까 이게 보도 사진이 아니라 연출 사진처럼 보여요. 그러니까 미학성을 강조하는 거거든요. 그럼 안 됩니다, 그거.
◇ 박재홍> 자연스럽게 찍어야 된다.
◆ 진중권> 그러니까 홍보를 잘못하는 거예요. 거기에서 주역이 누가 돼야 되냐. 그 사건이 주제가 돼야 되는데 영부인이 주제가 됐다는 느낌이고 그다음에 미학적으로 안정적인 피에타 구도잖아요. 그다음에 다른 건 몰라도 아마 보정작업을 좀 했을 겁니다. 그렇게 하면 당연히 ‘이게 뭔가 연출된 거 아니야?’ 그러다 보니까 조명 쓴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되는데. 문제의 본질은 그게 아니라 홍보의 초점을 잘못 맞췄다는 거예요. 영부인한테 맞추면 안 되거든요.
◇ 박재홍> 연출은 기본적으로 다 하지 않습니까?
◆ 진중권> 디지털 시대에 누구나 하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영부인이 핵심이 돼서는 안 되거든요. 지금 그 사안, 그 의제 그것이 핵심이 되게 찍어야 되고 거기서 오히려 영부인은 뭐가 나와야 되냐? 부수적인 게 되어야 되는데 마치 영부인이 성모마리아가 된 것처럼 이렇게 연출을 하니까 문제가 되는 거죠. 그러니까 잘하는 홍보가 아닙니다. 그게 욕 먹게 하는 홍보거든요.
보도냐 연출이냐가 아니라, 영부인이 주가 되었다면, 피에타상의 구도라면, 그건 무엇을 위한 거였느냐, 과연 ‘선한 영향력’이 핵심이었던 거냐, 영부인 이미지 전략이 핵심이었던 거냐? 후자라는 거고, 그게 ‘빈곤포르노’ 비판의 핵심이라는 것.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영부인 활동을 공개적으로 하고 언론의 취재를 통해 보도되도록 하고 피드백을 수용하고 이를 위한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자꾸 얘기하잖아! 좀 이런 찰떡같은 얘기를 하라고. 조명 무슨 이런 개떡같은 얘기 하지 말고.
그리고, 어제 방송에서 그 얘기를 또 했어요. 근데 뭐하러 대통령실이 이 양반을 고발하냐, 고발하면 당연히 불필요한 정치적으로 쓸데없는 논란만 불거진다… 같이 나오신 분은 정치권의 가짜뉴스에 경종을 울린다 말씀하셨는데, 경종을 왜 논란이 크게 불거질 수밖에 없는 일에 대해서만 울리는지? 경종이 아니고 경찰 출동 싸이렌 같은데?
하여간 이 얘기 하면서 박근혜 정권의 일본 기자 법적대응 얘기를 했는데, 무슨 얘기냐면 그때도 그 기자가 쓴 칼럼 내용이 사실이 아니었거든. 거기에 대해서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법적 대응을 한 거지. 근데? 무죄나왔어요. 그리고 그 가토 다쓰야란 분이 무슨 얘기 하고 다니는지 아냐? 좀 그런 생각을 해보시라고. 이게 무슨 실익이 있는지.
근데 그 분이 문재인 정권은 일반 시민에 대해 법적 대응을 했지 않느냐 라고 그러더라고. 그니까 전 정권은 더 했다 이 얘기 하는 거지. 뒤에 가서는 MBC 기자 얘기를 하는데, 전 정권에서 KBS나 경기방송 기자가 슬리퍼 끌고 다녔으면 지지자들이 뭐라고 했을까요 라고 그러시더라고. 그 관련 논란 잘못됐고, 내가 그 논란 있을 때도 다 비판했다, 이 정도 얘기하고 말았는데… 사실 하고 싶었던 말은… 님들이 그때 민주당들이 잘못하고 있다고 했잖아요! 근데 이제와서 쟤네도 그랬으니 우리도 해도 된다 이러면 되냐? 그러나 너무 과열될 것 같아서 그냥 그렇게까진 얘기 안 했다.
사는 게 너무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