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사람된 사연
아침 방송을 마치면… 제일 먼저 해야될 게 뭐냐, 먹을 것을 사는 것이다. 뭐 아닐 수도… 좀 더 자세히 해보자. 일단 엘리베이터를 타. 민기자님하고 대화를 나눠. 경비요원에게 가서 맡겨놨던 신분증을 달라고 해. 그러면 경비요원이 과연 신분증을 맞게 주는지 신경을 잠시 곤두세우고… 이건 왜 그러냐면, 자꾸 나를 민기자님이라고 하더라고. 진짜 웃기지? 김수민 평론가랑 같이 묶이면 꼭 나더러 김수민이냐고 하고, 민기자님이랑 묶이면 민기자님이시죠 한다니까… 아무튼, 이걸 받고 나오면서 각자의 거처로… 그 다음에 편의점에 들른다 이겁니다.
근데 오늘 편의점 알바가 이상한 제안을 했다.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이상한 우유 세 개를 들고 있더라고. 바나나 우유, 모카우유, 초코우유 이런 식으로… 그러더니 갑자기 나한테 그러는 거야. 유통기한 오늘까진데 하나 드릴까요? 난 당황했지. 뭐지? 그래서 아ㅎㅎㅎ 아니 뭐ㅎㅎㅎ 그랬더니 셋 중 어떤 거 드릴까요 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랬지. ㅎㅎㅎ아니 저기ㅎㅎㅎ 그랬더니 아무거나 드릴까요 하면서 모카우유를 주더라고.
뭐지? 이게 유통기한이 오늘까지면 그냥 반품하면 되는데… 나한테 돈을 받은 것도 아니고… 특별히 줄 이유가 없는데 왜 그냥 주는 거지??? 웬 아저씨가 맨날 와서 샌드위치 김밥 도시락 이런 걸 사니까 안돼보였나? 혼란에 빠진 상태로 돌아와서 보성녹돈돈가스김밥과 함께 모카우유를 드링킹했다.
이제부터가 이상하다. 내일 또 갈 거 아닌가. 그럼 가서 오늘은 유통기한ㅎㅎ 없나요?ㅎㅎ 이럴수는 없는 거 아니냐 내가 40도 넘어갖고… 그냥 평소처럼 모른척하고 자연스럽게 계산… 근데 이것도 이제부터는 좀 안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윙크라도 해야 되나? 아니면, 갑자기 꼰대 형님이 돼갖고 어 그래 군대는 갔다왔고? 용기 잃지 말고 열심히 살어 뭐 이래야 되나?? 저도 왕년에 편의점 알바 해봤습니다… 담배 도둑으로 몰려서 관뒀지만… 이런 얘기를 해야 하나?
보통 이러면 피곤해져서 그 편의점 안 가거든. 근데 갑자기 안 가면 또 그것도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그 아저씨한테 괜히 줬나? 역시 주지 말걸 그랬나? 실례였나? 그것도 싫고… 도대체 어쩌면 좋단 말인가…!!
현실: 별 신경 안 쓰겠지? 걍 내일도 김밥이랑 커피 사고 봉투에 넣어주세요 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