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박사에 대한 잡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이 주제로 잡담을 할 일이 많다. 오늘 들은 얘기는 이 방에 참여한 사람은 대부분 별볼일 없는 매우 젊은 남성이라는 거였다. 뭐 그렇겠지. 일부 직업을 가진 사람이나 심지어 사회지도층도 포함돼있을 수 있겠지만 이건 다른 층위의 문제일 듯하고, 그 텔레그램 방에 들어가서 열의를 가질 정도로 ‘음란물'(물론 이 경우는 성착취동영상이다)에 집착한다고 할 때는 그런 조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성이 오직 성적대상이기만 한, 그래서 음란물과 구분되지 않는 세계관에서는 이른바 ‘리벤지’ 뭐라고 불렸던 불법촬영물이나 성착취동영상이나 동일한 맥락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사회적 지위가 있고 수입이 안정적인 사람이면 올바른 삶을 산다는 거냐? 당연히 아니다. 여기는 여성을 성적대상화 하는 같은 욕망을 또다른 방식으로 해소한다. 직접적인 성매매부터 이른바 유흥 어쩌구에 이르기까지… 그러니까 양상만 다를 뿐 본질적으로는 같은 욕망의 실현인 것이다. 내가 생각할 때, 뭐 자꾸 말하지만, 자칭 박사의 이중성과 악마같은 삶을 강조하는 발화의 배후에는 이번 사건을 본체로부터 유리시키고 전체 구조는 은폐해 보존하고자 하는 기만적 욕망이 숨어있다. 지금 박사를 과도하게 욕하는 사람이 알고보면 나쁜 사람일 거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게 아니고 언론 환경을 비롯한 담론 구조의 문제를 얘기하는 거다.
이 구조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사건의 가담자 내지는 그들의 입장에 동조하는 이들이 반성은 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이다(이건 따로 또 다룰 문제지만 이 피해자들이 어떤 사회 구조 속에 있는지, 함정으로 빠져드는 첫 번째 선택의 배경이 된 사회적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접근도 필요하다). 내가 성매매를 했나 성범죄를 저질렀나(당연히 성착취동영상 향유와 공유도 성범죄이다) 그냥 집에서 조용히 돈 내고 ‘야동’ 본 것 밖에 없다… 오히려 강자들에게 성을 판매한 여성들부터가 문제인 것 아니냐… 이런 항변 속에는 앞서의 구조에서 자신은 약자에 속한다는 자기 인식이 반영돼있다. 내 생각엔 이게 박사가 영웅이 된 비결이다.
끝없이 자기를 피해자라고 하고, 가상의 기득권을 가정해 거기에 저항한다고 하는, 이런 행태가 거의 모든 사회문제에 걸쳐 나타난다. 진보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걸 넘기 위해선 갈등과 모순의 구조를 재설정하는 노력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두 얼굴의 악마가 아니라 여성에 대한 착취 구조라는 보편성이 문제이다. 이건 남녀의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라는 회피가 아니라 이 끔찍한 사실을 반복 상기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