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를 보다 자기 처지에 슬퍼함
밥 먹으면서 종종 일본 드라마를 보는데, 아무거나 누르니 무슨 경리 드라마가 나왔다. 그것은 경비처리 못합니다인가 그런 제목인데, 드라마풍이 좀 만화나 그런 게 원작일 거 같은… 1화를 보다만 참인데 슬퍼졌다.
주인공은 경리부의 여직원이다. 경비 처리 할지 말지 게이트키핑 하는 게 업무다. 저도 그 기분 잘 압니다. 아무튼 영업부 에이스가 협력 관계인 프리랜서를 휴일까지 바쳐가면서 뭔가 접대를 하는데 이게 불륜으로 오해가 되어 사내에 소문이 나고 기사가 나고 그런 내용이다. 원래 영업부와 경리부는 돈을 쓰는 부서와 커트하는 부서라는 관계이기도 해서, 양쪽의 대립구도처럼 돼버리는 사건이 되었다 라는 건데… 경리부 소속인 주인공이 윗선의 지시에 의하여 잠입수사 비슷한 걸 하는 등 여러 활약을 하지만 결국 뭐 시원하게 사건이 해결되는 것은 아닌 그런 내용인 것 같다.
인상적인 것은 양쪽의 부장들이 참여한 자리에서 소명을 하는 장면인데, 영업부의 사원은 내가 정말 불륜이라면 경비 청구 안 한다 그 정도의 자각은 있다 라며 억울해 한다. 주인공은 이건 역시 리서치 비용으로는 경비 처리 불가하다 라는 견해를 밝히는데, 경리부장이 역시 그렇지 거봐라 영업부 문제 있다 막 그런다. 그런데 주인공이 리서치 비용이 아니라 접대비로 청구를 해야 한다, 그러면 경비 처리 가능하다, 영업과 관계가 있다면 불륜이든 연애든 내 알 바 아니다, 그게 문제라면 새로 규정을 만들어라 해버리면서(현실에서 이게 정답은 아닐 것이지만, 어쨌든…) 사태가 해결이 된다. 경리부 입장에서 보면 주인공은 배신자처럼 보이겠지만 자기만의 기준으로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다 딱 정리를 하니까, 하여간 얼마나 좋냐?
그런데 이렇게 생산적인 타협을 이끌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부장은 또 거봐라 돈을 벌어다주는 영업부가 최고이고 경리부는 쓸데없이 발목이나 잡는 녀석들 아닌가 라고 해버리는… 아니 이것이야 말로 바로 오늘날 우리가 겪는 정치적 현실이 아닌가? 물론 극에서는 주인공이 너는 돈을 벌어오지만 나는 돈을 지킨다 이렇게 뭔가 일침 딱 하면서 지나가긴 하는데, 현실에선 역시 주인공은 배신자되고 경리부는 반격할 다른 꺼리를 찾고 역시 영업부를 용서해서는 안됐다 라고 주장하는 강경파들이 득세하고 뭐 그렇게 되겠지.
그니까 생각은 해서 뭐하냐고. 지금도 봐. 이런 거 쓰면 수군수군 한다니까? ㅋㅋㅋ 이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