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OTT로 본 것들
밥 먹으면서 틀어 놓게 되는데…
가마쿠라도노의 13인은 과연 명작이었다. 박물관에 모셔야 한다. 역사적 사실과 맥락을 완전히 허물지는 않으면서, 그 안에서 최대한 흥미로운 얘기를 만들어 내고, 그러면서도 최신(?) 학설이나 소수설 등을 나름대로 반영하려는, 괜찮은 사극이다. 마지막 장면엔 나름대로 메시지가 있는데, 기성 세대가 나름대로 명분을 갖고 그럴만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하는 건 알겠으나, 이제는 새로운 세대한테 맡기는 게 필요하고 그걸 필요하다면 극단적 방식으로라도(기성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해야 한다는 뭐 그런… 여기서 ‘기성세대가 명분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전후세대와 역사적 백래쉬를 대입하면 느낌이 좀 올 거 같기도 하고 그렇다.
이걸 보고 나서 내친김에 어떡할래 이에야스로 달려볼까 했는데, 1화를 보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꺼버렸다. 처음부터 MSG가 좀 과하다 싶은…
그 다음에 마찬가지로 오구리 슌이 나온 넷플릭스의 일본침몰을 봤는데, 이건 좀 그저 그랬다. 처음엔 약간 흥미로운 대목이 있었으나 뒤로 가면서 너무 교훈 위주로 가는 거 아닌가 했다. 물론 그런 교훈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서사가 현대화되면서 지구온난화 등이 부각되면서 더 그렇게 된 거 같은데 좀 아쉬웠다.
그 다음에 신문기자로 옮겨 갔는데, 보는 게 좀 힘들어서 일단은 멈췄다. 이건 아무래도 실화 기반인데다 아베 신조가 그렇게 된 상태인데 아키에를 떠올려야 하니… 최종적으로 그냥 묻히고 만 사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갈등이 되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신문에 많이 등장한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을 보게 되었는데… 가령 이런 글.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27290.html
내용이나 위아더월드 녹음 현장 영상 자체는 기존에도 알려진 내용이지만, 저렇게 묶어서 다큐멘터리로 보니 새롭고 뭉클한 감동이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역시 밥 딜런인데, 사회부적응자처럼 심통난 표정으로 서있는 게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자기가 대단한 인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실제 나 자신이 스스로를 볼 때는 그렇지 않고 초라한 사람인데, 그런데도 여기 있으려니 쫄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런 기분 아니었을까 하는데… 다큐멘터리에선 스티비 원더의 어드바이스를 받고 한 두 번 만에 솔로파트 녹음을 마친 걸로 나오지만, 인터넷에 공개돼있는 영상을 보면 상당히 여러번 시도한 걸로 돼있다. 역시 밥 딜런… 유튜브 영상 댓글이 재밌다. 밥 딜런이 머릿 속으로는 “why am i the world? why am i the children?” 하는 것 같다는…
그리고 인상적인 건 역시 신디 로퍼 여사인데, 익히 알려진 내면의 돌아이가 주체가 안 되는 그 상태이면서도 귀염미가 넘친다. 저는 그 자칭 락커라 신디 로퍼 하면 구니스? 그러면서 좀 피식 웃고 그랬는데, 이거 보고 다시 찾아서 노래를 듣고 하니까 느낌이 다르더라. 늙어서 그런가? 아무튼 신디 로퍼 여사를 존경하게 되었다. 근데 그래도 노래는 취향에 맞지 않는데, 그 와중에 딱 꽂히는 노래가 있다고 하면 역시 이거다.
https://youtu.be/LGV1xTgJf0Q?si=9ctXUuVPeoqMTNFA
Change of Heart인데, 향수를 자극하는 뭔가가 있다. 이런 게 여사님이 일본에서도 먹히는 비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영상의 여사님은 이 때도 50이 넘은 나이신데, 그래서 전성기의 미친 사람같은 그루브는 아닌데, 그래도 그 나이의 제스처는 확실히 아니다.
일본 사극으로 시작해서 신디 로퍼로 끝났는데, 일본적이네. 더 쓸게 없는 건 아니지만 밥 먹고 일하러 갈 준비해야 돼서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