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레이디가가라고 공연을 하고 싶겠나
우크라이나나 북한 방문 같은 거면 몰라. 옛날에 미국 락 밴드들이 소련 가서 공연한 예도 있잖아. 뭔가 역사적 의의가 있는 듯한 그런 이벤트면 할 수도 있을텐데, 한미정상회담? 한국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나 같으면 안 한다고 할텐데… 정치적 논란까지 벌어지니 구실도 생긴 거지. 그래서 결국 무산…
김성한 교체 검토 보도 나온 아침 방송(월요일인가 화요일인가…)에서부터 당장 그 얘기 했다. 이게 질 바이든 여사가 제안을 했다는데 그러면 카운터파트가 어딘가? 보통 영부인-영부인 아닌가? 국가안보실이 공연기획사는 아닐테고. 이게 핵심 문제처럼 거론되는 이유가 뭔가? 근데 이 얘기만 하면 좀 너무 음모론 같아서 김성한-김태효 갈등설을 주로 얘기했다.
그런데 의전비서관이 건라인 행정관한테 호통쳤다가 밀려난 거라더라 라는 소문(이게 그만뒀다는 보도 나온 당일에도 소문이 있었다)까지 합쳐지면 그럴듯한 어떤 아이디어가 되지. 그래서 오늘 중앙일보에 취프에디터라는 고 뭐라고 하는 분이 이런 칼럼도 쓴 거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기간 중 블랙핑크와 레이디가가의 합동 공연을 갖자는 바이든 여사의 제안이 여러 차례 용산 대통령실 참모들에 의해 누락됐다는 얘기를 들으며 처음엔 의아했다. 그러다 문득 이번에 교체된 국가안보실장·의전비서관·외교비서관 모두 대통령의 참모란 데 생각이 미쳤다. 정통 외교통인 이들에겐 정상회담의 제대로 된 성과물은 ‘나토식 핵 공유’이거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반도체법에서 미국의 양보였을 것이다. 이걸 위해 총력전을 벌였을 테고 말이다.
문화행사? 이들에게 우선순위가 맨 앞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바이든 여사의 카운터파트인 김건희 여사에겐? 달랐을 것이다. 김 여사가 도중에라도 알았다면? 진즉 바로잡혔을 것이다.
우린 종종 시스템 잘못이 큰데 사람 탓을 하거나, 사람 잘못이 큰데 시스템을 탓하곤 한다. 이번 파문은 시스템 탓이 크다고 본다. 김 여사가 퍼스트레이디로서 정상적 조력을 받지 못하는 시스템 말이다. 바이든 여사의 제안을 김 여사가 제때 알고 반응할 수 있었어야 했다. 이번에 드러났듯, 지금처럼 알음알음 몇 명이 비공식적으로 돕는 건 효율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한 대통령실 인사가 “한두 명 드러난 비서관 외에도 사방에 돕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하던데, 정상이 아니다. 권력의 ‘음지’는 루머를, 루머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이미지는 대체로 진실처럼 소비된다. 건강하지 않다. 대통령을 돕는 사람은 대통령을, 부인을 돕는 사람은 부인을 도와야 그 안에서 제대로 된 협력과 긴장이 있을 수 있다.
미셸 오바마 사례랑 대비해서 이 얘기를 쓰고 있는데, 뒤집어 말하면 여사님께서 그 정도의 현안 개입을 하고 있으시다라는 게 전제다. 보통 선출된 권력 아닌 영부인 입장에서 정권의 핵심 정책까지 대놓고 좌우할 수는 없다. 그래서 보통 욕심내는 게 주변적인 이슈다. 정상회담이라고 하면 위 글에 쓴대로 인플레이션감축법이나 전략자산 얘기 이런 거 영부인이 개입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상회담 의전과 관련한 건 개입할 명분이 된다.
그렇다면 국빈 방문에 블랙핑크-레이디가가라는 다분히 부장님스러운 아이디어는 어디서 왔는가? 질 바이든이 제안한 게 맞는가? 지금 언론은 은근슬쩍 조 바이든과 질 바이든이 제안한 거다 라고 쓰는데, 처음에 나온 보도는 분명 질 바이든이 욕심낸다더라였다. 가령 오므라이스는 어땠나? 형식상 오므라이스 자리는 일본이 손님 대접을 위해 알아서 마련하는 거다. 그러나 정작 먹고 싶어한 쪽은 우리 먹통령이셨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면, 블랙핑크-레이디가가 공연은?
이제 밀려난 의전비서관이 건라인 행정관에게 호통을 쳤다는 사안을 다시 생각해보자. 호통을 왜 쳤을까? 행정관이 뭘 했기에? 무엇을 제안하고 요구했기에? 그럼 다시 역으로, 오므라이스 좋아 발언까지는 먹통령이 했다 쳐도, 실제로 정상회담 동선에 오므라이스를 넣자는 아이디어의 저작권은 어디에 있나? 상당히 의심하고 있다.
그건 그렇고 얼마 전에 먹통령님이 관광얘기를 하면서 외국인들이 고려청자를 보러 오는 것보다는 떡볶이를 먹으러 와야 관광산업이 성공을 한다 라고 말씀하셨다. 역쉬…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한국관광공사는 관광산업 육성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라도 한국에 관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확실한 정보 플랫폼을 깔아야 한다”며 “한국의 자연유산, 문화유산을 단순히 홍보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서울시나 광주, 순천, 대구 뒷골목 어디를 가면 어떤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발굴해서 내국인들의 관광을 촉진시켜야 외국인들의 관광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외국인들이 고궁박물관에 있는 고려청자를 보러 한국에 오는 것을 뛰어넘어 순대, 떡볶이, 어묵을 먹으러 한국에 들어오게 되면 우리 관광이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085620.html
이런 것까지 큰 가르침을 주시고… 음식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