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검사와 컴퓨터 업그레이드
큰 병원에 가서 여러 검사를 받았다. 채혈, 채뇨, 심전도, 자기공명촬영… 당뇨부터 심혈관계까지 다 보겠다는 거겠지. 두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1시 반에 갔는데 다 끝나니 4시였다. 피를 뽑은데다 조영제라는 것을 맞아야 했기 때문에 오른팔에 두 방이나 주사 자국이 나있다. 알콜솜을 덕지덕지 붙인채로 곧 없어질 라디오 방송에 가서 아무말이나 떠들었다.
MR촬영은 40분 정도 진행되었는데, 새삼 느낀 것은 인간은 40분 정도는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거다. 굉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눈을 감고 누워서 온갖 생각을 했다. 우주와 대화를 하는 기분으로… 어느새 40분이 지나있더라.
채혈이 있었기 때문에 8시간 이상 금식을 해야 했다. 채혈이 끝난 다음엔 뭘 먹어도 되지 않을까도 생각했으나 MR촬영을 뭘 하는 것인지 잘 알 수 없어 그냥 다 끝날 때까지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 공복을 유지했다. 그래서 실제로 아무것도 안 먹은 시간은 16시간 정도 될 것이다. 그게 뭐냐? 그게 바로 간헐적 단식 아니냐? 물만 마실 수 있게 해준다면 매일 할 수 있을 것도 같다고 생각… 4시에 끝나서는 편의점 도시락을 미친듯이 먹고 밤에 집에 와서도 이베리코 어쩌구 하는 돼지고기 도시락을 배달시켜 먹었다. 굶었다가 먹으면 기쁨이 2배~
당근으로 이름이 바뀐 당근마켓에서 컴퓨터 부품들을 충동적으로 구매하였다. PC 업그레이드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발더스 게이트 3 때문에 하게 되었다. 원래 CPU는 하스웰의 끝물인 데빌스캐년… i5-4690K였다. 출시가 2014년이고 2017년에 이미 단종됐다. 그러고보니 오래되긴 했더란 말이다. CPU를 바꿀려면 메인보드를 같이 바꿔야 한다. 그럴려면 램도 바꿔야 한다. DDR3였으니까… 그럼 자연스럽게 이번 기회에 전부 다 바꿔볼까 하게 되는 건데, 그러면 일이 커지지.
근데 당근에 딱 CPU, 메인보드, 램만 붙어있는 컴퓨터가 24만원에 올라온 거였다. 소위 커피레이크라는 i7-8700… 이것도 한물 갔지만 그게 어디냐. 일단은 이걸로 막고 본격적인 업그레이드는 내년 하반기 정도에 하면 되지 않겠느냐, 이런 생각… 한 이틀 보다가 결국 거래를 걸고 오늘 업그레이드를 단행하였다.
원래 케이스에서 메인보드만 들어내 교체하려 했으나 나사가 빠지지 않았다. 나머지를 다 해체한 다음에 롱노우즈 등을 동원해야 할 판이었다. 그러느니 새로 사온 케이스에다가 쓰던 부품을 넣는 게 낫겠다 싶어 그렇게 했다. 과거에 큰 마음 먹고 샀을 때에는 좋은 케이스였지만 지금은 하얀 플라스틱이 누렇게 될 정도가 되었다. 내부 구조도 고전적이다. 당근을 해온 케이스는 별로 대단치는 않지만 그래도 좀 신식에 가깝다. 요즘은 케이스에 별로 신경을 안 쓰는 분위기인 것 같다.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얼마 전에 장만했던 USB카드를 넣을 자리가 없었다는 것. 최소 PCI-E 4배속 슬롯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 전의 메인보드엔 그래픽카드 2개 쓰는 일을 고려한 16배속 슬롯이 2개 있었기에 거기다가 끼웠었다. 아쉬운 일이다. 뭐 나중에 쓸데가 있겠지.
이렇게 몸과 컴퓨터의 메인터넌스 작업을 진행하면서 일은 하나도 안 해버린 날이 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