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좀 그만 얘기
오늘 방송 아이템 중에는 민식이법이 있었다. 솔직히 피곤하다. 매번 똑같다. 결론적으로 자기들이 손해 볼 확률이 있다는 점에서 난리난리 치는 거다. 그냥 이렇게만 딱 말하면 각자 잘난척 하면서 넌 틀렸고 내 말이 맞다 라며 뭔가를 막 얘기하고 싶어지지요? 그래서 조금 더 쓰겠습니다.
민식이법에 대한 불만의 핵심 축은 두 가지다. 첫째,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로 인해 불이익을 보는 억울함이 있을 수 있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 이런 거 다 마찬가지다. 거의 그 연장선이다. “내가 1도 손해볼 수 없다”라는 각자도생적 태도 말고 사회-공동체를 위해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를 중심에 놓고 생각해보자. 둘째, 피해자 지위 쟁탈전. 피해자들이 본인들의 억울함을 내세워 감성팔이를 했고, 집권여당은 그걸 이용해 정서에 휩쓸려 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실로 그런 우려를 제기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결과적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게 이득이 되는 사회에서 피해자-되기의 경쟁구도가 형성된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본다. 이게 세월호특별법 같은 것에 대해서 괜히 반발한 거랑 똑같다. 뭔가 느낌이 오지? 세월호, 강남역 살인,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여자 경찰관, 가상화폐, 여성할당제, 곰탕집 성추행, 민식이법… 공통분모가 있어요. 그걸 봐야 된다.
정치가 억울함을 이용해서 이득을 추구하는 건 맞다. 그런데 그래서 법을 막 만드나? 아니다. 대개는 그 억울함을 다 해결해줄 것 같은 뭔가를 만드는 시늉을 하면서 최대한 지금 체제 내에서 소화가 되는 뭔가를 만들고 생색을 내는 거다. 대개 늘 그랬다. 민식이법이란 게 처벌을 안 하던 걸 처벌하는 거니? 아니다. 원래도 처벌하는 걸 더 강하게 하는 것 뿐이다. 그것도 결국 재판정에서 실제 판사가 판결을 하는 과정에선 여러분들의 억울함(그런 게 정말있다면…)은 충분히 반영이 될 것이다.
더 쓰기도 힘들고 지쳤고 일도 해야돼서… 방송 내용 요약 일부로 대신한다.
기존의 법은 어린이보호구역 스쿨존에서 운전자가 사고를 냈고 책임이 인정될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돼있다. 그런데 민식이법 시행 이후엔 사망사고일 경우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피해자가 부상을 당한 경우는 1년에서 1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500만원에서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한 것이다.
사람들이 우려하는 건 실수로 사고를 내도 범죄자를 만드는 법 아니냐 라는 것이다. 어린이가 스쿨존에서 갑자기 나타 피하지 못해 사고를 내는 경우 운전자가 모두 책임지는 것은 부당한데 그럼에도 과잉처벌로 범죄자를 만드는 법이라는 주장이다. 민식이법 논의될 때부터 이런 우려가 굉장히 많이 제기됐는데 이렇다보니 내비게이션앱에 스쿨존 우회 기능이 추가되는 경우가 생겼다고 하고 운전자보험 등 가입 계약이 상당히 증가하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가중처벌되는 건 사실이나 우려는 과한 부분이 있다. 민식이법으로 처벌을 받으려면 규정 속도를 위반하는 등 안전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전제가 인정돼야 한다. 규정속도를 지키고 어린이 안전에 충분히 유의하며 운전했다면 처벌 대상은 되지 않는다. 또 어린이 안전 의무를 준수하지 못한 경우에도 정도에 따라 처벌수위는 달라지고 벌금 하한 500만원의 경우도 재판부가 재량에 따라 형량 감경해줄 경우 이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위반사항이 정말 경미한 경우에는 수사기관이 기소유예 등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여당에서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는데, 김두관 의원이 오늘 민식이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처벌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바꾸자는 게 아니라 어린이보호구역의 성격자체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스쿨존 차도에 화강암 박석 포장을 한다든지 공중의 신호등을 도로 옆으로 보내 높이를 낮춘다든지 하면 굳이 단속을 하지 않아도 차들이 천천히 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운전자 주의 의무를 더 잘 지킬 수 있게 하자는 것이긴 하지만 책임이 인정될 경우 받게 되는 처벌은 동일한 것이기 때문에 굳이 민식이법 개정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는 좀 의문이다.
하여간 반발이 심하니까 이런 입장도 나오는 것인데, 이렇게 반발이 심한 이유 중 하나는 최근에 민식이법 제정의 계기가 된 김민식 군 사망 사건에 대한 판결이 나왔다는 점에도 있다. 가해 운전자는 금고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구체적인 사건 내용을 보면 운전자는 스쿨존에서 시속 30킬로미터 이하의 속도로 가다가 횡단보도에서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던 피해자를 치어 사망하게 했다. 판결을 분석해보자면 일단 피해자측과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점,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점,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났다는 점 등이 불리하게 작용한 걸로 보인다. 반면 제한속도를 준수했고 피해자가 횡단보도에서 달려가듯 움직였다는 점은 운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걸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검찰이 5년 구형을 했지만 2년 선고가 된 것이다. 이 사건은 민식이법이 적용된 사례는 아니지만, 민식이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는 사례이고 그랬다면 이보다 중한 판결 내려졌을 거다.
(뒷부분은 앞서 한 얘기랑 같은 내용이라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