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먹부림
명절을 맞이하여 적의 심장부… 라기 보다는 기시다 후미오군의 지역구인 히로시마를 방문하였다.
온갖 먹부림을 부려버린 후 기분 좋게 돌아오는 길에 공항에서 최첨단 보조배터리를 빼앗겼다. 히로시마 공항은 물론 상당한 규모의 공항이지만 그래도 부실하여 검색대 인원의 교육 등 보완이 필요하다. 보조배터리에 대해 잘 모르는 거 같았다. 이게 대단해보여도 25000mAh에 3.6V짜리라 계산하면 90Wh에 불과해 항공사 검토도 필요하지 않은 거라고 얘기를 해야 되는데 언어가 딸려서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냥 줬다. 아래의 링크 제품이다.
https://prod.danawa.com/info/?pcode=16639577
살 때는 7만 얼마였나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은 9만원대지만 너무 열받아서 공항에서 바로 결제해 재구매했다. 혹시 히로시마 직항으로 가시는 분 꼭 조심하시라. 국제선은 검색대에 문제가 있다.
아무튼 모처럼 방문한 히로시마에서 많은 생각을 하였는데,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건 역시 먹부림 정보인 거 같아 몇 줄 남긴다. 요즘은 구글 맵 보고 대충 찾아가면 되는 세상이지만, 그것도 일이라… 아래 두 가게를 추천한다.
돈카츠 키쿠야
https://maps.app.goo.gl/cTCSTunkKFRXiVDU7
가격에 큰 부담이 없다. 리뷰를 보면 점보치킨카츠정식에 다들 놀라자빠지는 걸 볼 수 있다. 나는 특상로스카츠정식을 먹었다. 돈카츠니까 돈카츠를 평가해야 한다. 죽기 전에 반드시 먹어야 한다든지 그런 정도의 엄청난 집은 아니다. 그러나 가격을 고려할 때, 또 그냥 동네에 있을만한 그런 정도의 식당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에는 신기할만큼의 퀄리티였다. 먹는데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웃음이 나왔다. 양배추가 산처럼 쌓여있는 데다 시간이 지나면 온도차 때문에 습기가 생겨 튀김옷이 벗겨지는 단점이 있는데, 뭐 어떠냐. 이 가격에… 그럴 수도 있지. 또 튀김옷이 아주 고급진 맛은 아닌 단점도 있는데, 완벽한 거 바라면 안 된다. 나머지 부분에서 다 커버된다.
저녁에 갔는데 6시에 여는 걸로 돼있지만 사장님이 약간 늦게 오더라. 문 앞에서 좀 기다렸다. 그 때까지 오픈 준비는 2명의 젊은 점원과 배우자분이 하는 거 같은데 자식이 3명은 돼보였다. 가게 카운터에 쪼르르 앉아있더라. 이 가게가 잘 되어야 한다… 사장님 인상이 더러워서 좀 쫄았는데, 의외로 점원이 뭐라고 말을 걸 때는 친절하게 답을 하더라. 음식 값을 치르고 나서 안녕히 가시라고 말을 하기에 얼굴을 보니 천사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우설과 스테이크 마할로
https://maps.app.goo.gl/VidQj8uxfzQWaVnK6
여기는 우설이 메인인 집이다. 우설규동, 햄버그정식 뭐 기타 등등 여러 요리를 파는데 나는 우설햄버그 정식에 계란프라이를 얹어 먹었다. 이것 또한 대단했다. 겉을 거의 시커멓게 익혔고 안쪽도 완전히 익혔는데(햄버그스테이크는 안쪽을 설익히면 안 된다) 자르면 수분이 쥬르륵 흘러 접시를 적신다. 생각만해도 군침이 돌지? 계란프라이 역시 햄버그를 익힌 그 팬에다 바로 익힌 맛이 난다. 감자 샐러드도, 된장국도 맛있었다.
햄버그 아래에는 토로로가 깔려있는데(토로로란 마를 간 것을 말한다고 한다), 주인 아주머니가 그러더라. 전날 온 한국인은 마를 못 먹는다던데 괜찮나요 하고… 상관없다 했다. 저녁 때 다른 데에서 자전거로 퇴근하던 주인분들을 만났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알아보고 곤니치와! 라고 했다. 꽤 멀리 떨어진 데였는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친절한, 사람이 좋은 분들이다. 구글 리뷰를 보면 아저씨 쪽은 근육만타로를 자처하고 있는 듯 하다… 궁금한 것은 가게 컨셉이 왜 하와이인가 하는 것. 혹시 다음에 갈 기회가 있다면 물어보고 싶다.
다음은 추천이라기 보다는 흥미로웠던 먹부림 얘기.
혼도리사사?(本通り 然然)라는 로바다야끼집에 갔는데, 가격은 좀 부담이 됐으나 맛있었다. 통풍 발작 이후 술을 먹지 않고 있기 때문에, 논알콜로 마셨다. 그런데 들어갈 때부터 좀 이상하더라. 자리가 카운터석 밖에 없고 그 중에서도 화로 앞 밖에 없어 좀 뜨거울텐데 괜찮냐는 것이었다. 카운터석은 뭐 당연할테고 화로 앞도 상관은 없다. 근데 실제 들어가보니 화로 앞이 아닌 자리도 비어있어 보였다. 외국인 차별인가? 의아해하면서 먹부림에 집중하고 있는데, 웬 허름한 복장의 할머니가 들어와 바로 그 빈 자리에 떡하니 앉는 게 아닌가? 점원은 할머니에게 오니기리와 우롱차를 내주었는데, 여기서부터가 신기했다. 점원들이 돌아가면서 나마비루 한 잔을 들고와 할머니의 우롱차와 건배를 하면서 이런 저런 말상대를 잠시 해주고는 다시 일을 하러 돌아가는 거였다. 나마비루는 계속 손에 든 채다. 일하면서 마신다. 할머니의 얘기를 들어보면 누구는 휴가를 갔느냐는 둥 하는데 꼭 윗사람 같다. 한참 엿듣다가 결론을 내렸다. 이 할머니, 이유가 뭐든 최소 이 가게에선 엄청 쎈 사람이다. 점원들이 마시는 나마비루는 이 할머니가 사는 거다. 어떤… 고쿠도신가? 아니면 건물주? 기시다 여사? 하긴 점원들이 간간히 무슨 센세 얘길 하긴 하던데… 신기한 장면이었다.
빵집 체인 안데르센이라고 있는데, 본거지가 히로시마이다. 히로시마에도 안데르센 지점이 몇 개씩 있는데, 본점격 되는 데가 혼도리 상점가에 있다. 1925년에 미쓰이 은행 지점으로 지어진 건물로 건축가 나가노 우헤이지가 설계했다고 한다. 이 나가노 우헤이지란 인물은 은행 건물을 많이 설계한 모양이다. 검색해보면 오타루의 일본은행 오타루 지점, 구 홋카이도은행 본점 건물을 설계하는 등… 과거 대만의 총독부 건물도 이 사람이 설계했다고 하는데, 스승인 다츠노 킨고는 한국은행 건물을 설계했다… 아무튼 이 건물은 후에 제국은행 히로시마 지점이 되었다가 원폭 당시 벽과 지붕이 날아갔지만 일부가 살아남아 제염과 몇 차례의 개보수를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빵집으로의 변모는 1967년에 이뤄졌다고 한다. 빵을 사먹어봤는데 맛있었다. 더 진지하게 평가하려면 밥 대신 먹을만한 빵을 먹어봤어야 하겠지만 그럴 여유는 없었다. 크루아상은 좋았다. 구글리뷰를 보면 최근에 개수가 이뤄진 모양인데, 이전이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궁금해진다.
그 다음… 히로시마 사람들에 대한 생각.
추위에 강한 사람들인가 했다. 기본적으로 패딩 같은 걸 입고 다니긴 하는데, 종종 얇게 입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다니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기온은 한국의 서울과 그렇게까지 큰 차이가 없거나 약간 따뜻한 정도였다.
일본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그렇지만 자전거에 더욱 진심인 사람들 같았다. 이 날씨에도 자전거를 열심히 탄다. 심지어 뒤에 애도 태우고 다닌다. 그리고 평균 속력도 다른 데보다 빠른 느낌이다. 측정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반성을 많이 했다. 나도 날씨 핑계 대지 않고 자전거를 열심히 타고 다니지 않으면 안 된다.
젊은 엄마들이 많이 보였다. 생각한 것보다도 살기 좋은 도시인 것일지… 과거 시민구장 부지를 공원화 해놓았는데, 이벤트도 있고 하여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있더라. 그러나 구글 리뷰 보면 시민구장 부지 활용에 대해선 역시 사람들 불평이 많은 모양.
노면전차인 히로덴이라는 게 잘 돼있어 웬만한 데까진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미야지마라고들 하는… 이쓰쿠시마진자를 보러 가는 페리를 타러가는데 히로덴을 타고 갔다. 또 우지나라는 데를 구경가는 데에도 근처까지 히로덴으로 갔는데… 여기는 많이 걸었다. 우지나라는 곳에는 천연온천도 있다고 하는데, 그것보다는 천천히 걸어서 해변을 한 바퀴 도는 것이 운치가 있고 좋다고 생각한다. 아래 링크와 같은 느낌으로…
https://maps.app.goo.gl/H6xyEbhuvoRPLeTw7
일본인은 다 그런지 모르겠으나 카페에 갔는데 1인 1디저트 체제더라. 2인이 1디저트를 나눠먹는 것은 디폴트가 아닌 모양. 그리고 히로시마 오코노미야키라는 것을 보니 면이 들어가던데, 이것도 다들 1인 1접시로 먹는 거였다. 젊은 남녀가 데이트코스로 왔는데, 1인 1접시였다. 그리고 어떤 식당을 가든 밥을 많이 주는 것을 미덕으로 내세우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아니 탄수화물과 당을 이렇게들 섭취하는데 도대체 왜들 살이 안 찌는 건가?
히로시마성 옆에 이케다 하야토 동상이 있더라. 녀석들이 본거지 답게…
윤손요르 다이토료의 발자취를 따라 평화공원을 방문하는 등 히로시마에 대한 여러 얘깃거리가 있지만 내일을 준비해야 하므로 이만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