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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비평

게임 비평의 가치

2024년 12월 27일 by 이상한 모자

게임 얘기를 했더니, 어떤 분이 질문을 주셨다. 징기즈칸 4의 내용이 극우(일본적 맥락에서)적이라 문제라며 게임 밸런스 패치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이 분이 그런 의도 같지는 않은데, 가끔 이런 식의 질문에 내포돼있는 논리게임적 전략이 있는 경우를 발견한다. 이준석식으로 말하면 연습문제랄까? 게임-검열-꼰대로 이어지는 의구심을 네가 한 번 해소해봐라 이런 거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분의 의도가 그래보인다는 건 아니다. 아무튼 이 분의 질문을 읽으면서 게임 비평의 필요성과 그 가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간단하게 말해 징기즈칸 4에 내포된 논리가 극우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비평의 영역이다. 그 평가의 연장선에서 누군가 징기즈칸 4의 ‘극우적’ 성격을 감소시키기 위해 모딩을 한다면 그것은 비평적 실천이며 게임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식인 것이다. 이건 영화든 문학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다 마찬가지다. 비평을 통해 작품의 한계를 짚고 그 한계를 이렇게 저렇게 극복했다면 어땠을까를 서로 논하면서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는 게 작품의 완성 아닌가. 그 과정에서 동의할 수 없는 논리의 비평이 나오면 그것에 반론을 제기하고 서로 논쟁하고 각자 다른 실천을 하면서 논의가 풍부해지고 작품의 세계도 넓어지고 하는 것이다.

작품의 존재 자체를 금지(일부를 수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것 자체가 금지이다)하는 검열은 이러한 비평의 논리와는 완전히 반대의 영역에 있다. 권력이 권력의 논리와 방식으로 작품을 검열하는 것은 비평의 영역을 봉쇄한다. 검열은 비평의 적이다.

그런데 내가 느끼기에 게임 커뮤니티의 다수 논리는 비평과 검열을 의도적으로 혼동하는 일이 많다. 소비자적 정체성에서 비평을 ‘불매 선언’으로 받아들이며 이에 항의하는 걸로 ‘불매선언이냐 재구매의사 있음이냐’의 전선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논의가 이런 식으로 보통 간다. 뭐!? 징기즈칸 4가 극우적이라고? 그러면 하루에 8시간씩 징기즈칸 4를 하는 나는 일본 극우세력에 선동당한 우매한 시민이란 거냐? 게임을 마녀사냥 하지 마라! 검열반대! 게임은 순결하다! 제작사 역시 게임에 ‘사상’을 넣지 말아야 한다! 요즘 서양 제작사들이란… ㅉㅉ 블리자드 OUT~ … 이런 식이다 보니 게임 비평이라는 것도 대개 기술적 대목이나 상품성에 대한 것만 이루어지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원래 작품에 대한 비평이라는 건 다양한 방식이 있는 거다. 학교에서 다 배우잖나.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 표현론적 관점, 반영론적 관점, 효용론적 관점, 절대주의적 관점 등등. 게임이 진지한 비평의 대상이라면 이게 개인 혹은 사회와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는지, 게임을 개발한 이의 처지가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논하지 않을 방법은 없다. 그리고 이게 게임을 작품으로서 정당하게 대우하는 방식이다.

게임을 즐기는 것과 비평하는 것, 불매하는 것의 연결고리는 하나의 단순한 논리로 무 자르듯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비평적 맥락을 참고하면서 게임의 한계를 스스로 인식하면서 게임을 즐길 수도 있고, 비평을 통해 새로운 맥락을 깨닫게 되면서 작품을 더 이상 즐기지 못하게 될 수도 있고, 구체적 행동에 나서게 될 수도 있다(가령 징기즈칸 5에 대해서는 개선을 요구한달지). 중요한 건 그건 다 비평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이지 검열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무슨 게임에 대한 얘기만 하면 마녀사냥이라 하거나 무슨 사상을 집어넣지 말라면서 부르르 하는 게, 나는 이게 오히려 게임을 작품으로서 모욕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DRAGON의 게임웹진 시도 같은 것이 소중한 것이다.

Posted in: 신변잡기, 잡감 Tagged: 게임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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