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을 관리할 나이
요즘에는 별다른 육체 활동이 없어도 쉽게 지치는 것 같다. 어제는 10시 반 넘어서까지 방송을 하고 그냥 택시를 탔다. 보통은 좀 걸어서 지하철 타고 슬슬 오는데, 낮에 옷 정리를 해서인지 비염 증상도 있고 여러모로 지쳐서 돈으로 편해지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이불 커버를 빨고 뭐 이런 가사노동을 좀 하는데, 너무 힘들었다. 그냥 누워있는데 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면서 식은 땀이 막 흘렀다. 당뇨인가? 생각해보니 하루종일 먹은 것이 김밥 2개여서 컵라면을 먹기로 했다. 만한대찬 우육면이라는 대만 컵라면을 사놓은 게 있었다. 마라향이 가미된 빨간색… 의외로 괜찮으니 잡솨들봐. 아무튼 뭘 먹었으니 좀 더 버텨야 하고 해서 늦게야 잠들었다.
그러다가 오전에 깨버렸는데, 속보가 너무 많이 와서이다. 무슨 일인가 했는데 문통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다른 거 떠나서 조국을 끔찍이 여기는 것은 뭐 일면 이해도 되고 한다. 평소 좋아하던 사람이었는데 자기가 괜히 안 한다는 사람 법무부 장관을 시키는 바람에… 그것만 아니었으면 부부가 돈 굴리고 애 좋은 학교 보내는 걸로 즐겁고 재미있게 살 것이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조선일보 1면 딱 봤는데 쫑파티… 역쉬! 대단하다. 이 신문이 뭘 기준으로 1면 편집을 하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해피한 사진 까지는 다른 신문도 그러니까 그럴 수 있는데, 쫑파티! 이 정부가 미워죽겠는 분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자 이것이다. 역시 1등 신문은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최근 문자 논란도 그런 건데, 어제 방송에서 이 얘기는 학급회의에서나 다룰 얘기라고 했다. 문자를 누가 누구에게 보냈느니 안 보냈느니… 이 정부를 미워하는 사람들에게나 중요한 소식이다.
엊그제는 주말에 하는 방송 사람들과 회식을 했는데 거기서 역시 책임 못 질 여러 얘기를 했다. 거기 최근에 경영진이 기사를 엿 바꿔 먹어서 문제가 된 신문 기자도 있었는데, 하여간 사장을 꼭 바꿔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사장을 바꾸면 이런 일이 다시 없겠느냐 하니까 그건 장담 못 한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당연하지 않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상업언론이라는 틀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일은 늘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당장 상업언론이 아닌 대안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상업’의 전제가 되는 소비자의 기준을 바꿀 수 있게 해서 직접적 이해관계에 좌우되는 경향을 커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매체비평과 언론운동이 중요한 것이지만 이제는 뭐 없다. 그리고 이걸 잘 하려면 어쨌든 기준이 되는 모델, 즉 ‘모범’이 있어야 한다.
대화 중에 기자님 하신 말씀이, 뉴욕타임즈나 가디언이 어떤 대안적인 보도를 하는 걸로 평가를 받고 있지만 솔직히 그 신문들 보면 그 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가 없다… 차라리 워싱턴포스트가 낫다… 그건 역시 아마존, 돈 덕분인 거다… 이렇게 말했다. 모범적인 거는 돈이 든다. 그런 ‘모범’의 역할을 누군가 해야 한다면 그래서 돈으로부터 어느 정도 공영방송이 할 수밖에 없다. 한동안 JTBC를 모범인듯 말했지만 꼭 그럴 것은 아닌게, 손 사장님도 변칙에 가깝지 어떤 정도의 정도라고 볼 수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거의 유일한 공영방송인 KBS는 지금 문제가 있다(MBC는 그냥 생각 안 하기로 했다). 보도는 그럭저럭 틀을 유지하면서 균형을 잡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다른 건 심각하다. 특히 라디오는 지금 무엇을 하는 건지 제대로 한 번 평가를 해봤으면 좋겠다.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퀄리티가 있는 뭔가를 하기 위해선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하는 걸 보면 정파성을 키우고 KBS버전 털보아저씨 방송 만드는 것에 돈을 막 쓰면서 진짜 써야 할 데는 국민이 내는 수신료 어쩌고 하면서 돈을 아끼고 있다.
신문에서는 한겨레가 앞서 말한 예 중 뉴욕타임즈나 가디언에 속하는 예다(종류가 그렇다는 거지 당연히 거기를 따라가진 못한다). 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원래 잘하는 거’는 요즘 괜찮다고 본다. 거기 꼭 아는 사람이 있어서가 아니고, 실제로 그렇다. 문제는 전반적으로 보면 역시 앞의 문제가 반복된다는 거다. 고위 간부들의 칼럼은 멀미가 날 정도로 상식을 벗어난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정치면은 또 늘 어정쩡하다. 정파적으로 확 기울어지라는 게 아니라 얼마든지 심층적으로 가면서 세련된 얘기를 할 수 있는데 욕 덜 먹자는 틀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듯 느껴진다. 과거에도 그랬다. 그럴 수밖에 없게 된 이유도 나름대로는 이해하지만, 뭐 이 얘기는 다음에…
아무튼 그 자리에서 정피디님이 당신은 왜 방송으로 하고 싶어하는 게 없는가 라고 묻기에 당연하잖느냐고 했다. 내 꿈이 방송인도 아닌데. 운동권이 망해서 이렇게 된 거지 언제 방송으로 뭘 이루고 싶어했느냔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말했지만 어떤 생각이 없는 게 아니다. 방송이든 글이든 그런 걸로 뭔가를 해야 한다면 인기나 정파나 그런 게 아니라 진실에 다가가려는 어떤 노력이나 그런 것을 하고 싶다.
무슨 얘기냐면, 범죄를 저지른 어떤 나쁜 놈이든지 아니면 정치적인 음모를 꾸민 놈이든지, 대개는 그 놈이 그런 방식을 선택하는 이유가 배경에 있다는 거다. 그 놈이 나쁘다고 얘기하는 것은 물론 그게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진짜 문제는 걔가 그렇게 한 ‘이유’에서 드러난다고 본다. 그래서 그 나쁜 놈을 응징하고 처벌하고 내쫓고 그런 것으로만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늘 똑같은 일은 다시 일어난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그 나쁜 놈이 직접 돼봐서 왜 그런 나쁜 선택을 하게 됐는지를 이해해봐야 한다. 그를 ‘이해해주자’는 게 아니고! 이 고학력자 SNS놈들아… 이런 얘기만 했다 하면… 아무튼 ‘그 놈’이 중요한 게 아니고, ‘이유’가 중요하다는 거. 진짜 문제는 거기에 있다는 거. 그래서 그 ‘이유’를 늘 얘기해보고 싶다는 거………..
말해 뭐해. 그냥 햇반 작은 거에 김이랑 김치랑 먹고 답답해서 썼다. 뭐 간에 기별도 안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