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왜 쓰는가
이준석 나빠요 라는 글은 나도 많이 썼다. 얘기도 많이 했다. 대표님이 바람 타고 당선이 됐을 때 공중파에서 대놓고 이준석 정치는 약자혐오이고 극우포퓰리즘이며 따뜻한 보수가 아니라 급진화된 보수이다 라는 등등 얘기 한 사람 손에 꼽는다. 저 같은 놈들… 제가 나름대로는 많이 얘기했다. 국힘 전당대회 바로 다음 날부터 얘기했다. 물론 지겨운 표정들을 지었지만…
근데 이제와서 뭐 그걸 누가 모르나. 문제는 알면서도 이러고 있다는 것이다. ‘안다’는 것은 뭐냐면, 이준석 나빠요라는 주장에 공감한다는 게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준석은 그런 욕을 먹고 있다는 것을 안다는 거다. 그래서 새삼 이준석 나빠요라는 얘기를 쓰는 것보다, 그럼에도 이준석은 왜 정치적 영향력을 갖는 것인지, 그러한 상황을 극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를 논하는 게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새벽에도 신문에서 이준석 나빠요류의 글을 보았다. 그런 글을 쓸 때의 마음가짐이란 뭘까? 뭐 일침류 글들이 다 그렇듯 남들이 너무 모르는 것 같으니 가르쳐주자… 또는 이런 글을 쓰는 깨어있는 내가 좋다… 또는 이 시점에 이런 글 하나 써야 신문이 그럴듯하겠지… 뭐 그런 거 아닐까? 이준석류가 힘을 얻는 정치적 문법의 기저에 권력을 대하는 정치와 언론의 틀에 박힌 방식이 공통분모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아는가? 모르는가? 제 책을 읽어 보시면 조금은 공감하실지도…
내가 후원하는(얼마 전에도 만원 빼갔다) 한겨레에 기자들이 자기 얘기 쓰는 칼럼이 있는데, 애독자이다. 이런 저런 ‘납작한 글’이 나오기까지의 고민이나 고충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좋은 글이 실렸다. 모든 대목이 좋다는 게 아니고, 기자가 이런 글을 쓰고 보여주는 게 좋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55317.html
이 코너는 쪼렙 기자들만 쓰는 모양이다. 나는 고참들이 진지한 반성과 고백을 해야 한다고 본다. 납작한 생각, 납작한 글, 마침내는 스스로도 납작해진 채 다른 이들더러 납작하다고 하는 납작이들. 뭐 나도 그렇겠지. 그러나 안 납작해지려는 적어도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