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문정권 5년 비사를 써야
이런 언론 환경에서 한겨레 같은 신문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러한 역할을 요구 받고 있다. 그러나 일전에 썼듯 잘 나가다가도 더블민주당 앞에 서면 바람 앞의 갈대처럼 늘 파르르 한다.
오늘 한겨레는 <민주당 지도부 ‘친명 독식’에 쏠리는 우려 눈길>이란 사설을 썼다. 지명직 최고위원은 물론 주요 당직인선을 다 친명계로 채운 게 문제이고 당내민주주의 어쩌고가 우려된다는 거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놓고 보면 이런 지적이 무슨 소용인지 알 수 없다.
예를 들면 고민정씨나 설모씨도 이재명 검찰 소환은 정치탄압이라지 않는가. 검사 출신 최박정권 청와대 출신 내놓은 자식 조응천 정도는 돼야 이런 대응은 웃기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거다. 이런 판국에 비명이니 친문이니를 기용해봐야 무슨 소용? 그리고 어차피 한겨레도 얼마 전 사설로 이런 더블민주당 분위기에 충분히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준 거 아닌가? 근데 이제와서 당직인선은 다 친명계다 지적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내가 볼 때 메이쟈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하려면 문재인 정권 5년을 되짚는 장기기획 한 50회 짜리를 해야 한다고 본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고 정말 억울한 건 뭐였는지를 목숨 걸고 한 번 기획을 해보는 거다. 동아일보가 옛날에 MB정부 비사 쓴 거 있잖아.
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130330/54075632/1
의도야 어쨌든 그게 갖는 저널리즘으로서 의미가 있고, 또 이걸 하면서 민주정부에 대한 회사의 관점이나 입장도 정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거지. 전 정권 내내 취재한 메모도 다 갖고 있을테니, 그걸로 관계자들 증언이나 이런 거 다시 한 번 취재하고 문통한테도 함 물어보고(보통은 대답 안 하겠지만)… 할 수 있겠어? 인력과 조직역량의 문제로 어렵다면 조금은 이해하지. 하지만 SNS에서 욕 먹을까봐, 윤석열 정권이므로 전정권 문제가 현재진행형이라서(이게 박근혜 때 이명박 얘기 쓰는 거랑 다른 건 사실이다), 더블민주당이 이기는 데 걸림돌이 돼서 등등의 이유면 더 볼 거 없는 거고.
동아일보 저 시리즈에 재미난 게 많은데, 링크한 것만 봐도 요즘 상황이랑 겹쳐 흥미진진하다. 긁어 붙인다.
결국 정동기 지명 열흘 만에 일이 터졌다. 2011년 1월 10일 오전,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 도중 “정동기 내정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국민의 뜻을 따르고 대통령을 위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집권 여당이 청와대와 논의 없이 MB 임기 중 처음으로 대통령 인사권에 대해 공개적으로 ‘선상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그 시간 MB는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다. 대통령 경호상 휴대전화 전파를 차단해 참석자들은 이 소식을 아직 알지 못했다. 그 대신 원희룡 당 사무총장으로부터 회의 결과를 ‘통보’ 받은 김연광 대통령정무1비서관이 회의장으로 뛰어가 직속상관인 정진석 수석을 찾았다. 정 수석은 밖으로 나와 원 총장에게 “당신 정치를 어디서 이 따위로 배웠어!”라고 호통을 친 뒤 다시 회의장에 돌아왔다.
“대통령님, 지금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기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당시 청와대는 대통령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로 정 수석의 보고를 받은 MB는 손까지 부들부들 떨며 ‘최고 수위’의 분노를 표출했다고 한다. 당시 한 참석자. “대통령은 2009년 천성관에 이어 2010년 김태호, 유명환이 잇따라 낙마하며 극심한 인사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여당이 대통령 등에 칼을 꽂은 격이었죠.”
청와대 분위기는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감사원장은 국회가 동의안을 통과시켜야 임명할 수 있는 만큼, 여당의 자진사퇴 요구는 정동기 카드의 폐기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임 실장 등 주요 수석들이 줄사표를 낼 상황이었고, 주무인 권재진 민정수석은 실제로 사표를 내려고 했다. MB는 참모들이 국회와 접촉하며 정동기 카드를 설득해내지 못한 점을 불만스러워했다고 한다. 이상 기류를 감지한 김두우 실장은 이날 저녁 청와대 집무실로 대통령을 찾아갔다.
김 실장=“지금 참모들을 문책하시면 당에서 청와대를 치고 들어오는 게 성공하게 됩니다.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MB=“그럼 어떻게 하면 돼?”
김 실장=“임 실장에게 힘을 실어주십시오. (그 의미를 알릴)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결국 이틀 후인 1월 12일 정동기 전 수석은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장 후보에서 물러났다. MB는 그날 오후 정진석 수석 등과 회의를 하던 임 실장의 집무실을 찾았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이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한 제스처였다. 당시 언론은 “대통령이 임 실장에게 힘을 실어주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그런 제스처와 별개로 대통령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MB는 이 자리에서 참모들에게 정동기 카드를 선택한 이유를 장시간 설명했다.
“그 사람이 한양대 출신이다. 완전 비주류다. 그런 사람이 검찰에서 그 자리(대검차장)에까지 올라가려고 얼마나 자기 관리를 잘했겠느냐. 나하고 가깝다고 감사원장 시키려 한 게 아니다. 정치인들이 자기들은 얼마나 깨끗하다고 시비하느냐.”
대통령의 열변을 듣고 있던 정 수석이 입을 열었다.
정 수석=“제가 정 후보자를 만나 소주 한잔하며 위로하겠습니다.”
MB=“뭐? 당신 혼자 인간적인 척하지 마! 가슴이 아파도 내가 더 아프고, 정동기를 알아도 내가 더 잘 알아!”
MB의 분노는 오래갔다. 13일 청와대는 그달 26일 잡혔던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의 만찬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자신을 배신한 여당과는 밥도 먹기 싫다는 것이다. 그러던 MB는 폭설이 내리던 1월 23일 오후 당 지도부에게 청와대 안가에서의 ‘저녁 번개’를 제안했다.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심재철 정책위의장, 원희룡 사무총장이 나왔다. MB는 참석자들에게 막걸리를 따라주며 싸늘하게 말했다.
“안 대표, 당신 많이 컸네.”
“……”(안 대표)
날씨만큼 얼어붙은 이 자리에서 MB는 더이상 대통령의 권위에 도전하지 말라고 당에 엄중 경고했다. 안상수는 막걸리잔에 입을 대지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