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는 얘기
긴 하루였는데 뭘 했는지 생각해보면 집안 일 하고 밥 먹고 잔 것밖에 없다. 물론 자잘한 이런 저런 뭔가를 계속 했지만 해야 할 일은 하지 못했다. 이러면 좌절이 밀려온다. 주중에는 주말에 꼭 뭔가 대단한 일을 하리라는 핑계로, 물론 주중에도 시간을 쪼개서 카페를 최대한 이용하면서 무언가를 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데, 정작 주말이 되면 이런 저런 주변적인 것들을 하느라 정작 계획한 일을 못하다니,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그 와중에 윗집은 윗집대로 열 받게 하고, 정말 환장한다. 최근 층간소음을 견디다 못해 귀마개를 사서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인 귀마개는 귀를 틀어막으면 모든 소음을 줄여주지만, 이 귀마개는 신비롭게도 들릴 건 또 다 들린다. 음악용으로 나온 것은 합주를 하는 사람들이 쓰기 좋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걸 끼고 있으면 윗집에서 뭘 때려 부수지 않는 한 웬만한 소음은 감쇄가 된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여간 앞으로 쓸 일도 많아질 것 같기도 하고, 글을 열심히 쓸 핑계가 될까 싶기도 하여 M4칩이 들어간 맥북 에어를 살까 하였는데, 국내 출시는 한참 남은 모양이다. 외국 나가지 않는 이상, 또는 외국 나가는 분에게 부탁하지 않는 한 4월 중순이나 되어야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어차피 유튜브맨이 되기로 한 거, 작년에 나온 맥북 프로를 사야 하나? 기타를 배우는 김에 나중에 미디 찍는 것도 제대로 배워볼 마음도 있고 말이다. 그러나… 결국은 글을 쓰겠다는 핑계인데, 지금 꼭 이런 돈지랄을 할 필요가 있는가? 이미 돈지랄은 충분히 했는데? 그냥 글을 쓰면 되는 것이 아닌가?
지금 쓰는 글은 반 이상이 윤석열 욕인데 이미 사람들은 윤석열에는 관심이 없을 것도 같고… 그리고 이렇게 가면 이 글을 받아줄 데도 감당 못할 것 같고… 아예 갈아 엎고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맥북 프로와 함께… 지금 나이가 40이 넘었다. 언제까지 한푼 두푼 돈 쓰는 것에 벌벌 떨며 살 것인가? 그러나, 이 얘기를 어느 PD분에게 했더니, 너 지난 번에도 그 얘기 하면서 뭐 사지 않았냐? 하더라. 그렇지요… 아이 씨 그냥 아무 말이나 하는 책을 쓰고 싶다. 그런 책을 쓰면 금방 쓸 수 있을 거 같은데… 아무 주제도 없고 아무 말이나 막 쓰는 책. 지금은 되든 안 되든 일단 쓰던 것을 마무리 하고 봐야지 대안이 없다. 맥북 프로고 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