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책 한 권 분량을 글을 쓴 지는 꽤 되었다. 여러 고민이 있어 주변의 반응을 보았는데, 고민이 가중되었다. 내용이 잘못됐다거나 틀렸다거나 뭔가 이런 문제가 아니었다. 먼저 글을 본 분들은 저의 생각이나 고민을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는 분들이다. 그런데 그런 분들의 반응에서도 이 얘기를 전달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고, 내 생각에 이 정도는 이렇게 받아들이는 게 당연하지 싶었던 얘기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 글을 잘못 쓴 것이기 때문에, 완전히 뜯어고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완전히 다시 써야 한다는 생각은 이전에도 했는데, 그것도 다른 계기로 인하여 비슷한 경로로 생각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한 결론에 이르고 나니, 기본적으로는 내가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한 또는 전체 글의 형태를 잘못 기획한 문제겠지만, 그러한 객관적인 또는 냉정한 평가와는 별개로 과연 지금과 같은 상황에 남에게 생각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까에 생각이 미치게 되었다. 보통 이렇게 되면 파국적 사고의 연속이 된다. 가령… 전작에 상당히 많은 얘기를 쓰지 않았던가? 그 책을 읽지 않았다면 상관없지만, 읽은 분들의 상당수도 그 책의 요지를 오해하고 있거나 기억하지 않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분들에게도 생각을 전달하는 것에 실패하고 있는데, 과연 누군가에게 무슨 얘기를 한다는 것, 그 자체가 애초에 가능한 것일까? 생각은 애초에 전달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먹고 살기 위해 이런 저런 글을 계속 쓰고 있지만, 의문이다. 이 글들에 담긴 진의나… 어떤 생각은 전달이 되는 것일까? 망망대해에 흘려 보내는 병 속의 편지 같은 것일까? 사실 그런 기분으로 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것은 글이 아니라 말도 마찬가지다. 남의 방송에 가서 말을 할 때에는 보통 댓글창 같은 것을 보지 않는다. 일부러 보여주지 않는 한… 그런데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다 보니 댓글창이라는 것은 안 볼 수가 없는 것이 되었다. 거기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지만… 가령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책 한 권 분량의 얘기를 하기 위해 ‘사’로 시작하는 말을 시작했을 뿐인데 이미 ‘사랑해’라고 말할 거라고 1초만에 단정하고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행동 양식인 것이다. 근본적으로 비슷한 경우인데, 자기만의 생각으로 상황을 넘겨 짚고 그것에 근거해서 주장이나 비판을 하는 경우도 늘 있는 일이다.

이런 생각을 계속 하고 있으면 의사소통 자체를 할 수 없게 되는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말이라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어차피 전달되지 않을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표류하고 있다. 어차피 원래 이번 달 말까지 끝내야 하는 일이 있어서 일 다시 착수하기 어려운 조건이기도 하지만…

이 메모를 읽고 한 마디 하고 싶어졌다면? 당신의 생각은 오해일 수 있으니,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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