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알못이 뭐냐 하실텐데, 가만 계셔봐. 오늘 기사를 쭉 보는데 웃기더라. 그러니까 손흥민 멱살에 이강인 주먹질 이 기사 나오니까 다들 댓글에다가 축협이 클린스만 쉴드칠려고 선수들한테 책임을 미루기 위해 언플을 하고 있다고 쓰면서 막 분노하더라고. 근데 그런가? 제가 축구는 모르지만 나머지 세상사는 얘길 모르지는 않잖아. 그런 기준으로 생각해본다면…
엊그제 축협쓰들이 모여서 회의를 한 결과 클린스만은 경질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는데 정몽규 회장님이 그랬다는 거 아니냐? 명분이 필요하다… 그게 무슨 얘기냐면, 국가대표팀 감독쯤 되면 자꾸 집에 간다든지 경기 내용이 안 좋았다든지 등의 이유로 경질할 수는 없다는 거지. 더군다나 충분한 시간을 줬다고 보기 힘든 이 시점에… 경질의 가장 흔한 이유는 약속한 성적이 안 나왔다 정도일텐데 아시안컵 4강이면 경질의 이유로 꼽기도 어렵고… 당장 클린스만이 그렇게 방어할 거 아니냐. 재택근무는 내 스타일이고, 내 스타일대로 해서 성적이 나오면 되는 거 아니요. 4강은 갔잖습니까. 이럴 거 아님? 사람들은 명분 같은 거 필요없고 그냥 위약금 물어주면 되는 거 아니냐 라고 하지만, 돈 문제를 떠나 이게 나름대로 선례도 되고 그런 건데, 명분 따질 이유가 없는 건 아니지. 명분없이 경질될 수 있는 나라다 이런 개념이 되면 외인들이 대표팀 감독 하고 싶겠어? 뭐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근데 손흥민 멱살 사건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고 국민 여론이 들썩들썩 하면, 그 명분이라는 대목이 일정하게 채워지는 효과가 있다고 봐야되지 않나? 기사 나오는 걸 잘 봐라. 멱살 잡고 손가락 탈구되고 이러니까 고참들이 클린스만한테 가서 그랬다는 거 아냐. 이강인이는 뺍시다… 그랬는데 클린스만이 씹었다는 거잖아? 그럼 선수단 운영에 문제가 있는 거지. 이게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언론 보도를 보면 황희찬 김민재 등은 이강인이 뛰는 A매치는 보이콧하겠다 이런 얘기까지 한다는 거 아냐? 그럼 클린스만으로는 선수단 운영이 안 되는 거지. 이러면 그냥 멱살 사건이 아니라 대표팀이 파탄난 게 되는 거고 그 책임은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하고, 선수단 내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은 보도가 되도록 한 클린스만한테 있는 것.
그러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이게 그냥 나온 보도가 아니고 누군가 어떤 집단이 의도를 갖고 언론플레이를 하는 거라고 쳐봐. 선수들한테 책임을 미루고 클린스만을 지키려는 용도인가? 오히려 회장님이 명분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명분을 만들어 주려는 의도로 봐야 하지 않나? 어이 클린스만씨 이거 이거 나라가 난리가 났는데 이거 어떡할거야? 이렇게 갈 수 있게 된 거잖아.
뭐 하여간 어차피 축알못이 하는 얘기니까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근데 끝이 어떻게 되든 다들 선수들한테 책임 미루려고 언플한 거라고 끝까지 그럴 거 아니겠어? 이걸 정치에서도 엄청 많이 보거든. 그래서 여기다가 쓰는 것임. 그나마 축구에서는 이러고 마는 거지만 정치에선 댓글에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사실로 인식하는 게 그대로 대체-현실이 됨. 그런 사례가 부지기수. 요새 컨설턴트가 그 얘기 많이 하잖아. 정치는 사실이 아닌 인식의 게임이다…
이런 판에서 평론가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 댓글 여론이 만드는 대체-현실에 한 숟가락 더 얹어 주는 것일까? 아니면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여러모로 모색하면서 다른 해석을 제시하는 것일까? 언론이 평론가를 활용하는 방식은 뭘까? 이 소동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또 하게 되었다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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