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짤리다보니…

짤릴 때의 그 느낌을 아시는가? 세상에서 내가 지워지는 느낌이다. 좀 오바지. 애초에 섭외가 된 게 이상한 일이다. 내가 뭐가 있다고? 그러나 아무튼 주관적으로 그런 느낌이 든다는 거다.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냐. 내가 있던 데에 더 이상 내가 없는데 지워지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 더군다나 사람들이 많이들 보고 듣는 공간이라고 한다면…

오늘은 모 일간지에서 글을 그만 써달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보통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좋은 말로 의사를 전달한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니 잠시만 쉬어달라든지 뭐 그런 건데, 그러면 나도 적절한 예의를 갖춰서 맞장구를 치면 되거든. 사람이 오늘만 사는 거 아니잖아. 나중에 어디서 또 만날 줄 알고.

근데 요즘 그런 게 안돼요. 되게 생겼어??? 더군다나 나 같은 놈이??? 안 될 거 아냐. 잠시만 쉬어달라고 하기에 글쎄요 잠시가 될지 영원히가 될지 어떻게 압니까 그래버렸네… 왜 그랬지… 모르겠다… 이게 그거 잘린다고 생계에 엄청난 타격까진 아니거든. 왜냐면 애초에 원고료가 크지 않으니까. 기분과 명예의 문제지. 근데 기분은 좀 그래요. 내가 다른 얘기도 들은 게 있는데… 아닙니다… 그 얘긴 상관 없는 얘기니까 됐고… 뭐 제가 회사에 도움이 안 되면 그만둬야지 어떻게 하겠습니까…

내일은 시간이 많은 날인데, 뭐 맨날 많지만. 내일은 하여간 더 시간이 많은 날인데, 그래서 내일은 카레를 만들고… 작은 게임기들을 수리를 보낼 생각이다. 한 개는 대구로… 한 개는 부산으로… 그리고 힘과 시간이 남으면 안경을 손보러 떠날 생각이다. 요즘 한쪽 눈 시력이 또 변했는지 또 초점이 맞지 않아 힘들다. 안검하수가 영향이 있을라나? 안검하수 수술을 받아야 하나? 흰머리도 눈에 띄게 많아지고,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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