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료가 아주 짠 어느 방송국이 있다. 이 문제로 출연을 거부한다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나도 그래야 하나? 내가 그런 얘기 할 처지인가? 이 모양 이 꼴인데? 온갖 생각을 하게 된다.
어제 가서 한 얘기 중에 당연히 엑스포 얘기가 있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랬다. 애초에 어려운 미션이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마지막에 과도하게 분위기 띄운 건 이해가 안 된다. 오히려 정무적 판단을 했다면 일부러라도 김을 뺐어야 했다. 잘못 판단한 배경에 외교 실패, 정보 실패가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 평론가 입장에선 대통령 리더십의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나라라고 하는데, 대통령이 직언이 불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온 탓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그것도 고쳐야 한다… 보통 이런 얘기하면 저 새끼 또 윤통 헐뜯는구나 할 것이다. 그냥 그런 수준에서 듣는 것이다. 그러면 신문은 어떻게 봤는지 보자.
아래는 오늘 조선일보 보도 일부이다.
정부가 처음부터 부산의 유치 가능성이 높다고 오판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7월 유치위원회를 민관 합동으로 개편하면서 정부가 유치전에 가세할 때만 해도 정부는 사우디의 유치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올해 초까지도 정부의 입장은 “유치 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포기한 듯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한 총리를 비롯한 정부 최고위 관계자들이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182국 정상 대다수를 만날 정도로 유치전에 집중하면서, 오히려 희망적 사고가 냉정한 현실 인식을 대체했다. 개최지 결정 몇 달을 앞두고 일부 인사들은 ‘초근접’ ‘역전’ 등을 입에 올리기도 했다. 이에 유치 교섭 일선에서 ‘아직 한국이 확보한 표가 훨씬 부족하다’는 보수적인 보고를 올렸는데, 정부 고위층에선 “왜 사기를 꺾는 보고를 올리느냐”는 질책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
한 재계 관계자는 “민관이 합심해 엑스포에 전력투구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비관적인 보고를 하기 쉽지 않아, 애매한 나라들은 우리 표라고 보고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https://www.chosun.com/politics/diplomacy-defense/2023/11/30/WXVLWEKYEZD6NL7MPONRJEKGBU/
물론 이런 얘기도 다 사후적인 핑계고 책임 떠넘기기일 수 있다. 특히 이게 민관합동의 뭔가인데다가 윤통이 상당히 당황하고 열이 받아있는 상태여서 책임 떠넘기기 성격이 더 클 것이다. 가령 한국일보 보도를 보면 재계는 우리가 뒤집어 쓰는 거 아니냐 걱정을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자칫 이번 엑스포 유치 실패의 원인으로 기업이 더 열심히 뛰지 않았다는 식으로 비난의 화살이 올지 모른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게다가 벌써부터 2035년 엑스포 재유치에 대한 얘기까지 나오면서 또다시 유치 활동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부담도 커진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2018년 평창 올림픽 당시에도 유치에 실패했을 경우 삼성이 모든 책임을 질 것이라는 말이 있었다”며 “정부가 막판까지 판세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을 두고 민간 영역에 책임을 묻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윤통이 당황하고 열 받았다는 건 근거가 있느냐 할 수 있겠는데, 세 가지 징표가 있다. 첫째, 아무리 PK여론이 있고 했다지만 대통령이 직접 내려와서 바로 대국민 담화를 냈다는 건 당황+분노 모드 아니면 설명이 어렵다. 둘째, 바로 인사 얘기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박진이 유임 분위기였는데 뒤집히고 줄줄이 문책성 인사 얘기로 이어지는 등 분위기가 심상찮다. 셋째, 동아일보가 그러드라. 격앙됐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새벽 엑스포 표결 결과가 기존에 보고받은 표결 정세 판단과 다르게 나오자 격앙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231130/122412594/1
윤통이 결과를 보고 잠을 안 자고 밤을 새웠다는 보도는 이미 다양한 언론을 통해 나온 바 있다. 저 스타일에 그냥 심란해서 담배 피우느라 잠을 안 잤겠어? 노발대발 하느라 그랬겠지.
어제 방송에서 엑스포 유치 실패의 선거 영향 등에 대해서도 얘기했는데, 상대방은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나는 잘 컨트롤 하지 않으면 PK 민심 악화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렇잖아도 부산은 스윙보터 격전 지역이 존재하고 다른 것보다도 경제적 유인이 중요한데 정권이 앞장서서 분위기를 띄운 엑스포 유치가 이렇게 됐다면 다른 약속도 공수표 아니냐는 연쇄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 정무적으로 컨트롤을 잘 해야 한다… 나비효과가 될 수 있다… 그냥 코웃음 쳤겠지.
근데 그런 판단이 아니면 윤통이 왜 대국민담화의 절반을 부산 얘기로 채웠겠냐? 생각을 좀 해봐. 좀 최소한 실제 하는 걸 보고, 신문이라도 보고, 좀 무슨 얘기를 들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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